[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건강의 적’을 찾는 지방과 탄수화물의 논쟁이 한창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조명한 TV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지방은 누명을 벗고, 탄수화물은 다소 억울해진 상황이 됐다.
최근 MBC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지방의 누명’ 다큐멘터리의 방송 이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방송은 지방이 ‘건강의 적’이라는 통념을 깼다. 고지방 식품이 당뇨와 고혈압 증상도 호전시킨다는 스토리텔링에 버터 등의 고지방 식품 매출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식단은 지방을 70~75%를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5~10%로 줄이라는 것이다. 하루 식사에서 탄수화물은 40~50%, 지방은 20~25% 정도로 섭취한다. 밥상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은 방송인 셈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이라는 또 다른 누명을 씌울 수 있는 접근방식이 지방과 탄수화물을 ‘뜨거운 감자’로 올려놓고 있다.
▶이름 바뀐 황제 다이어트?=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사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모은 황제 다이어트와 닮은꼴이다.
'황제 다이어트'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120kg에 달하는 체중의 감량을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로 더 유명세를 탔다. ‘황제 다이어트’는 밥, 빵 등의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고기와 같은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조금 포장했지만 과거 황제 다이어트와 같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는 각종 부작용과 요요현상 등으로 학계에서도 좋지 않은 쪽으로 검증이 끝난 다이어트 법이다.
황제 다이어트는 지방,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허기는 덜하고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두뇌활동의 원동력인 탄수화물 공급이 줄어든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떨어지면 근육소실이나 피부와 모발의 악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과다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에 무리를 주고 동물성지방, 콜레스테롤 증가로 고지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름만 바뀐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과 함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타이숄스의 ‘지방의 역설’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주장도 함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일시적 체중감량에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못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고단백 다이어트가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의 베티나 미텐도르퍼 박사는 최근 고단백 다이어트로 체중은 줄일 수 있지만, 당뇨병을 막아주는 인슐린 민감성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일시적 다이어트 효과…건강은?=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핵심은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곡류는 먹되 설탕, 시럽 등의 단순당류를 제한하는 것”(강재헌 교수)이다. 기름이 적은 단백질의 섭취도 핵심이다. 강재헌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의 식단을 정리해보면 고단백 저탄수화물이라고 하는것이 맞다. 학계에선 이 같이 정리가 됐다”며 “그것이 와전돼 기름을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처럼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간 지방도 억울한 면이 없진 않았다. 지방이라고 다 같은 지방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체 상태의 동물성 기름인 포화지방이나 가공식품에 함유된 트랜스 지방이 성인병의 지름길이라는 연구결과로 증명했지만,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은 건강한 지방으로 적당한 섭취가 필요”(강재헌 교수)하다. 지방 역시 무조건 피할 일은 아니다.
탄수화물 역시 마찬가지다. 밀가루는 단당류로 분해되기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미, 잡곡 등 곡류 위주의 식단이 필요하다.
강재헌 교수는 “과거 50여년 전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80%대였고, 현재는 65% 수준이다”며 “그러나 과거엔 비만의 개념이 없었는데 현재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가 줄었음에도 비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탄수화물만 줄이면 건강해지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대인의 경우 설탕 등 정제당류가 포함된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단순당류를 제한하기 때문에 초기엔 살이 빠질 수 있지만 황제 다이어트처럼 요요현상이 올 수 있다”며 “황제 다이어트의 경우 체지방이 빠지면서 탈수 증상이 따라오는 부작용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피로감과 구취, 두통이 동반할 수 있어 2주 이상 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특정 영양성분의 섭취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단이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50%, 단백질 15~20%, 지방 20~25%의 균형을 맞추는 식사습관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식단의 균형을 맞추되 전체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 다이어트 비법인 셈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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