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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거운 그릇이 더 맛있다?
  • 2016.09.28.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오감(五感)을 모두 사용한다. 그래서 음식은 혀에서 느끼는 미각뿐 아니라 보고 듣고, 냄새 를 맡으며, 씹으면서 그 맛이 결정된다.
 
음식을 담는 식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긍하기 어렵다면 두가지 상황을 떠올리면 쉬워진다. 편의점에서 가벼운 플라스틱에 담긴 스파게티를 일회용 포크로 먹을 때,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높고 무거운 그릇에 담겨진 스파게티를 묵직한 포크로 먹을 때 느껴지는 차이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무거운 식기가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몇차례 발표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감각교차 연구소에서 ‘식기와 무게가 맛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고급스럽고 무거운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가벼운 캠핑용 식기로 식사를 한 사람보다 음식 값을 평균 15% 더 낼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무거운 식기가 음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더 즐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사례는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민들은 가볍고 편리한 식기를 사용한 반면 왕족과 양반들은 무거운 금속 그릇에 묵직한 수저를 들고 식사를 즐겼다.

지금도 값비싼 고급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에서는 무거운 식기들이 사용된다. 시각적으로 볼때 무겁고 높이가 있는 그릇의 음식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사진=게티이미지]
 
청각적으로도 무거운 식기는 포크와 부딪치거나 테이블에 놓여질 때 기분좋은 묵직한 소리를 낸다. 또한 무거운 숟가락으로 먹는 아이스크림은 일회용 숟가락과 비교할 때 입술에서 느껴지는 촉각도 다르다. 입술을 통해 처음 접촉하는 음식은 식기와 함께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국과 스페인의 공동 연구팀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동일한 요거트를 무게가 다른 30개의 그릇에 담고 사람들에게 맛 평가를 요청한 결과, 가장 무거운 그릇의 요거트에 대해 ‘농도가 짙다‘, ‘비싼 요거트’라고 대답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무거운 식기를 사용할 때 더 ‘의미있는 식사’로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무거운 식기는 우리의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미쳐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동일한 음식이라도 가격면에서도 더 비싼 음식이라고 느끼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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