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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드인사이트]‘고지방 다이어트 열풍’, 의사들이 뿔난 이유는?
  • 2016.10.28.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TV 다큐멘터리가 신화가 됐다. ‘건강의 적’으로 내몰렸던 지방이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도 이롭다고 하자, 소비자는 즉각 반응했다. ‘누명’을 벗은 지방의 비밀 덕에 삼결살과 버터가 동이 났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후기가 인터넷에 넘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한비만학회를 포함한 의학, 건강 관련 5개 전문학회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의사들은 왜 화가 났나?=지난 9월 방송된 방송된 MBC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지방의 누명’ 편의 방송 이후 한 달 넘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각광받고 있다. 방송에선 지방을 70~75%를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5~10%로 줄이는 것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설명했다.

의학·건강 관련 5개 전문학회(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를 ‘비정상적인 식사법’이라고 지적, 일상식단에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루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40~50%, 지방을 20~25% 정도로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식단인 셈이다.

이 같은 식단은 단기적으로 체중감량에 효과를 가져온다. 설탕 시럽 등의 단순당류를 제한하고, 고지방 식단으로 “조기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으로 하루 섭취하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탄수화물은 1g당 약 3ml의 수분을 지니고 있는데, 보통의 식단에서 하루 섭취하는 탄수화물 50%(1000kcal 경우 약 250g)는 약 750ml의 수분을 지니고 있다. 탄수화물을 10%만 섭취(탄수화물로 50g)하게 되면 수분을 150ml만 채워진다. 600ml의 수분 손실이 체중감소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식사는 “장기간 진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속할 경우 심혈관질환이나 영양학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학회는 지적했다.

사실 ‘지방의 누명’을 통해 방송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지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의중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방송의 식단을 정리하면 고지방 저탄수화물이 아닌 고단백 저탄수화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학계에선 이 같이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와전돼 기름을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처럼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의 전달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내내 억울했던 지방은 이날 방송에서 다이어트 사례자를 통해 ‘신상 다이어트비법’으로 각광받았다. 심지어 고지방 식품이 당뇨와 고혈압 증상도 호전시킨다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졌다. 지방만 많이 먹으면 된다는 살도 빼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수준의 정보 전달력에 불과했다. 다큐멘터리의 식단만 정리하면 고지방 저탄수화물 비법은 과거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의 다른 이름이었다.

문제는 해당 다큐멘터리의 부족한 정보 전달이 시청자들에게 이식됐다는 데 있다. 현재의 ’버터 품귀현상‘이 그 일례다. 5개 학회가 힘을 모아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는 이례적 행보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5개 학회는 지방을 많이 섭취할 경우 생기는 영양 불균형과 건강상 문제를 강조하며 고지방 저탄수화물 열풍을 우려했다.

“지방 중에서도 특히 포화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점, “비정상적으로 지방을 많이 섭취할 경우 다양한 음식 섭취가 어려워지면서 미량 영양소의 불균형과 섬유소 섭취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회는 그러면서 “과도한 지방 섭취와 섬유소 섭취 감소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우리 몸에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며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 역시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 몸에 유익한 복합당질을 먼저 제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스갯소리로 “원래 뭐든지 하나만 먹으면 초기엔 살은 빠진다”고까지 언급한다. 물론 예전 몸무게로 돌아오는“요요현상이 따라온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균형잡힌 식단’이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50%, 단백질 15~20%, 지방 20~25%의 균형을 맞추는 식사습관이 중요하다. 식단의 균형을 맞추되 가공식품을 줄이고, 단순당류를 제한해 전체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다. 

▶전문가보다 더 커진 TV의 힘=현재는 전문가들의 우려보다 방송의 힘이 더 커진 상황이다. TV 다큐멘터리는 ‘정보의 공론화’를 통해 신뢰를 얻었다. 문제는 그 정보가 편향됐을 때 나타난다.

‘지방의 누명’은 MBC스페셜의 ‘밥상, 상식을 뒤집다’ 제작진의 시리즈 물이다. 앞서 ‘채식의 함정’, ‘탄수화물의 경고’에 이어 제작된 것이 ‘지방의 누명’이다.

지난해 ‘채식의 함정’ 편이 방송됐을 당시에도 파장은 컸다. 건강식의 상징으로 알려졌던 채식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채식의 위험성을 집중조명했다. 세간엔 오르내릴 법 했지만, 주제의식을 전달한다는 목적성으로 인해 한 쪽으로만 편중된 정보 전달로 적잖은 반박이 나왔다. 상식을 뒤집는다는 ‘MBC스페셜’의 ‘밥상’ 편이 일관되게 보이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의 누명’ 편도 마찬가지다. 무려 5~6개월에 달하는 제작기간동안 제작진은 충분한 사전조사와 취재, 심지어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까지 병행했다. 하지만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정보전달력의 한계는 전문가들까지 직접 나서게 만들었다.

인기 다큐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연출했던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는 주제의식이 분명하다. 균형감각과 공정성이 생명인 보도와 달리 정해진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한 면만을 부각시킨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청자는 때때로 파급력이 큰 다큐멘터리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인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 전달이나 파급력이 커지는 사안의 경우 제작진의 기획의도나 방향성과 다른 입장에 대한 언급으로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다뤘다 할지라도 한 쪽 입장만 언급한 편향된 시각이라면 화제성과 시청률이 보장된다 해도 방송으로서는 감점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지방의 누명’은 애초 “지방의 편견을 깨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하나, 현재로선 정보 전달의 미흡함과 편향된 관점만 노출했다. 프로그램의 홍주영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고지방저탄수화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 식단을 하고 싶다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삼겹살과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지방과 채소 섭취를 늘리고 당을 줄이라는 점을 정리하며 건강한 식단을 강조했다. MBC에 따르면 홍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은 오는 12월 ‘지방의 누명’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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