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포브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2017년 푸드 트렌드를 이끌고 갈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채소’를 꼽았다.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는 트렌드의 강화라고 보는 편이 옳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채소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져 왔기 때문이다.
핀터레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음식 관련 트렌드 분석 보고서 ‘핀터레스트 100’을 보면 채소 관련 토픽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채소로 만든 스낵 ‘베지 칩’, 녹색 채소와 토마토, 퀴노아, 콩 등을 한 그릇에 담은 ‘부다 샐러드 볼’, ‘사우어크라우트’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채소는 점차 육류를 밀어내고 요리의 중심을 차지해 가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레스토랑 ‘벳지’의 메뉴들은 이러한 채소 중심 요리의 면면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예다. 나무에 구운 당근, 쌈장을 바른 두부, 가지 브라치올라, 그을린 잎새버섯 등의 요리명이 메뉴판에 올라 있다.
채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채소 중심 레시피도 다양해지고 있다. 육류 재료를 주로 이용하는 요리에 고기 대신 채소를 활용한 것들이 눈에 띈다. 원 그린 플래닛이 최근 소개한 요리를 보면 콜리플라워를 바삭바삭하게 튀겨서 만든 너겟, 케일을 잔뜩 올린 딥 디쉬 피자 등이 이러한 요리에 해당된다.
채소를 길고 가늘게 썰어 면과 같은 형태로 먹는 ‘채소 국수(vegetable noodle)’도 인기다. 면 요리를 먹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밀가루 대신 채소를 써 훨씬 더 열량이 낮으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박, 당근, 오이 등 어느 정도 단단한 질감을 가진 채소들이 많이 이용된다. 여러 채소로 만든 면을 섞어 일명 ‘레인보우 누들’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채소의 다채로운 색깔은 채소 요리의 인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SNS를 통한 음식 사진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음식에서 외양과 색이 지니는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채소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채소의 이러한 특징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프랑스 셰프 토니 에스놀의 요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붉은 빛의 당근, 녹색의 셀러리, 노란 빛의 마늘, 검은 알후추, 월계수 잎, 타임 등의 색깔을 살려 골고루 요리한 레귐 드 세종(Legumes de saison)은 눈으로 먹는 채소 요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에스놀은 “접시에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시각적으로 끌려야 하고, 입 안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색 가운데서도 올해 주목해야 할 것은 보라색이다. 외신들은 국제적으로 465 곳에 달하는 상점들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한 ‘홀 푸드’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7년에는 안토시아닌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이른바 ‘퍼플 푸드’가 식탁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보라색 아스파라거스 |
텔레그래프는 비타민B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는 보라색 아스파라거스를 보랏빛 채소의 대표적 예로 제시했다. 보라색 아스파라거스는 피부, 머리카락, 손톱 건강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 A, C, K 등도 함유하고 있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