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위스키를 비롯해 주종이 다양해지고 신상품이 쏟아지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됐던 국내 주류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건강 인식이 높아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여전히 그대로다. 적당한 술은 괜찮다는 대중적 인식과 달리, 전문가들과 각종 연구들은 술 한잔도 건강에는 이롭지 않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세계심장연맹(WHF)은 “알코올은 심장에 좋지 않으며, 안전한 권장 수준이란 없다. 어떠한 수준의 음주도 건강한 삶을 잃게 할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술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술에 안전한 양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미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을 1군(group 1)에 분류했다. 1군은 암을 일으키는 과학적 근거가 뚜렷한 ‘확정적 발암 물질’이다.
이러한 전문 기관의 경고에는 모든 종류의 술이 포함된다. 뭔가 특별하다고 여겨졌던 와인 조차도 해당된다. 하루 한두 잔의 와인 섭취가 몸에 이롭지 않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해 미국 의학협회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 Open)’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약 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도 질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한 잔 미만으로 술을 마신 경우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동일한 저널에 최근 실린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캐나다 알코올사용연구소(CISUR)의 팀 스톡웰(Tim Stockwell) 박사 연구진은 성인 약 5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존 100개 이상의 연구를 새롭게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이 하루에 25g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이는 맥주나 와인 두 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45g(3잔) 이상일 경우 사망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술이 몸에 이롭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술이 가진 열량이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살 찌지 않는다”는 말도 나돌지만, 이는 분명한 오해다.
알코올은 1g당 7㎉를 내는 고열량 성분이다. 동일한 양으로 탄수화물이 4㎉, 지방이 9㎉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칼로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반 소주 1병(360㎖)의 평균 칼로리는 408㎉, 맥주 1병(500㎖)은 236㎉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칼로리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100㎖ 기준으로 위스키는 237㎉이며, 소주 205㎉, 사케 107㎉, 와인 73㎉ 보다 높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몸은 영양소보다 알코올을 먼저 분해하는데, 도수가 높을수록 알코올 분해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미리 섭취한 음식들은 알코올 때문에 분해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중성지방으로 변하기 쉽다. 즉 위스키처럼 도수가 높은 술은 살이 더 찌기 쉽다는 의미다.
반가운 소식은 올해부터 주류 제품의 칼로리 확인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술에 열량을 표기하기로 했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무알코올 맥주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 주류보다 칼로리는 훨씬 적은 동시에 술과 유사한 맛과 분위기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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