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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회삿밥②]건강 도시락 100개, 8분만에 ‘완판’
  • 2017.02.23.
- 순천향대병원 직원식당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대학병원만큼 다양한 얼굴들이 뒤섞여 일하는 곳도 없다. 환자를 살피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료를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 병동의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업무영역은 확실히 나뉘었다. 하지만 밥 때가 되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공간인 병원의 밥이 궁금했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서울병원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눈을 끄는 게 있었다. ‘프레시 박스(fresh box)’라는 푯말이 붙은 작은 공간이었다. 거기엔 냉장 쇼케이스가 놓여있고 안엔 일회용 용기에 담긴 도시락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케이크나 병음료를 넣어두고 파는 커피 전문점이 풍경이 떠올랐다.

11시 30분부터 배식이 시작됐다. 이미 10여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진 상태였다. 직원들은 차례가 오면 사원증을 리더기에 태그하고 도시락을 받아갔다. 1인당 개수 제한이 없는 까닭에 비닐봉투에 서너 개씩 담아가는 직원도 여럿이었다. 이날 준비된 도시락 100개는 정확히 8분만에 동났다. “오늘 도시락이 다 나갔다”는 말에 일반식 코너로 발길을 돌리는 직원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든 도시락이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도 직접 도시락을 받아봤다. 열어보니 왼쪽에는 닭가슴살ㆍ삶은 메추리알을 올린 양배추 샐러드와 오렌지, 방울토마토가 담겼고 오른쪽엔 주먹밥 세 개와 데친 브로콜리가 놓여있었다. 오리엔탈소스와 초고추장, 140㎖짜리 바나나우유도 딸려 나온다.

이렇게 구성되는 도시락 한 팩의 열량은 485㎉, 나트륨 함량은 2.3g이다. 단가는 3000원 정도에 맞춰지는데 직원들은 3500원을 주고 먹는다.

이곳 식당을 책임지는 정윤심 CJ프레시웨이 순천향병원점장은 “조리 과정에서 첨가하는 소금은 하나도 없다”며 “소스와 고추장, 우유에 2.5g정도의 나트륨만 들었다”고 말했다. 주먹밥이 나오기도 하고 통밀빵을 활용한 샌드위치로 꾸며지는 날도 있다.


순천향대병원 직원식당에선 1년 6개월째 ‘프레시 박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병원사업부는 직장인들 가운데 건강한 메뉴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판단해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정확했다. 병원 구성원들 사이에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이날 간신히 도시락을 받은 한 직원은 “워낙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도시락을 받은 날은 ‘득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병원 임원들도 가끔 예약해서 받아가기도 한단다. 정 점장은 “병원의 특성상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고 식당 규모도 작아서 도시락 형태로 제공한다”며 “도시락 숫자를 더 늘려달라는 건의도 계속 들어오지만 일반 메뉴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을 쉽게 늘리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정보팀에서 근무하는 유승유(30ㆍ여) 씨는 동료와 함께 식당에 내려와 총 7개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갔다. 그는 “사무실 직원 13명 중에 7명이 이 도시락을 먹는다”며 “병원 바깥에서 먹는 밥은 원재료가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고 건강하다는 인식이 안 든다”고 말했다.

윤수진 순천향대병원 영양팀장은 “이 도시락에 요구르트나 견과류를 곁들여 먹는 직원들이 많다. 꾸준히 먹으니 살이 빠졌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다만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일회용 용기를 쓰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이건 대안을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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