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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된 셰프③]“자연에도 맛에도 정직해야 합니다”…‘알라또레’ 프랑코 소마리바 셰프
  • 2017.03.09.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직접 기른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자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운동은 레스토랑까지 확대되고 있다. 건강한 채소를 가장 빠르게 주방에 공급하려는 셰프의 바람이 레스토랑과 텃밭의 만남으로 이어진 것이다. 주방에만 있던 셰프가 이제 텃밭으로 나와 직접 채소를 키우고 재배하는 농부가 됐다. 서울 홍익대앞에 위치한 ‘알라또레(Alla Torre) 레스토랑의 프랑코 소마리바(Franco Sommariva) 총괄 셰프가 그렇다. 
‘알라또레’ 프랑코 소마리바 셰프
상하이와 홍콩 등 국내외 유명 호텔에서 내공을 쌓아온 이탈리아인 프랑코 마스터 셰프는 2015년부터 ‘알라또레’를 이끌고 있다. ‘알라또레’는 세계의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에게 수여하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서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한국인 아내를 만난 그는 1999년부터 한국에 정착했다. 이전에 근무했던 레스토랑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꿔오다가 ‘알라또레’에 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텃밭관리에 힘쓰고 있다.   
 
“요리사다보니 가장 최고의 재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레스토랑 건물 옥상에 직접 텃밭을 가꾸는 이유에 대해 프랑코 셰프가 꺼낸 첫마디였다. 하지만 그는 “셰프 스스로 즐기고 좋아해야만 할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텃밭 일은 생각보다 꽤 힘들다는 것이다.
 
프랑코 셰프는 출근 후와 점심 때 쉬는 시간을 이용해 텃밭을 관리한다. 주말이면 레스토랑 소유의 작은 농장이 있는 청평에도 간다. 이곳에서는 가지, 토마토, 양배추, 당근 등을 키우며 레스토랑 텃밭에서는 허브, 바질, 로즈마리, 루꼴라. 파슬리 등 샐러드 야채 위주로 재배하고 있다.
 
옥상텃밭에 물을 주고있는 셰프
“텃밭을 이용하면 비용도 절약되요. 특히 겨울에는 바질 가격이 1kg에 15~20만원까지 올라가는데 이런 비용을 줄일수 있죠”
 
셰프가 텃밭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일이 본인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채소에 물을 주고 잡초도 뽑다보면 하루 스트레스가 풀려요.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아서 좋습니다”
 
청평농장에서 농작물을 관리하는 셰프
셰프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철학도 남달랐다. 기본적으로 좋은 토양이 있어야 좋은 식재료가 나올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무조건 농약을 안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이미 오염되어 망가진 땅에서는 농약을 안써도 최상의 식재료를 길러낼수는 없어요”
 
셰프는 좋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퇴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레스토랑에서는 남은 야채들은 모아놨다가 천연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 셰프는 완두콩 한무더기를 들고 기자에게 직접 텃밭을 보여줬다. 옥상에는 비료를 만드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셰프는 그곳에 완두콩을 넣은 후 볏짚을 덮어 따뜻한 온도로 발효시켰다. 그는 좋은 비료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며 애를 쓰고 있었다. 

천연 퇴비를 만드는 공간
셰프는 자연농법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한권의 책도 보여줬다. 일본 자연농법의 창시자로 유명한 소농인 후쿠오카 마사노부(masanobu Fukuoka)의 책이다. 여기에는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경운(땅을 갈지않는)을 통한 완전한 자연농법의 필요성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프랑코 셰프가 강조하는 것 역시 자연에 가장 덜 해를 끼치면서 인간에게도 이로운 자연친화적인 농법이다.
 
셰프가 농업공부에 참고하는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책
그래서 그의 요리철학도 “정직하게 해야 한다”가 됐다. 자연과 요리를 속이지 말고 정직해져야만 최상의 것이 나온다는 신념이다. 그의 철학은 음식에도 묻어났다. 기자가 직접 먹어본 ‘포르치니 버섯크림 리조또’는 익숙한 리조또와과는 달리 버섯 맛이 가장 돋보이는 담백한 맛이었다. ‘문어 샐러드’는 토마토의 새콤함으로 간이 완성된 ‘정직한’ 맛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기농, 로컬 푸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요.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의 음식을 먹는다’라는 뜻의 ‘제로 킬로미터 레스토랑’ 식습관이 널리 퍼져있는데, 이는 건강뿐 아니라 운송거리 단축으로 환경오염도 줄일수 있죠. 최근에는 슬로우푸드 운동으로 이러한 성향이 더 확산되고 있어요. 일반 가정에서도 농장에 돈을 주고, 그곳에서 수확된 야채를 일주일에 한번씩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라또레’ 수비드 문어 샐러드
셰프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팜투테이블’ 운동에 큰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를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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