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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 적’ 트랜스지방의 오해와 진실
  • 2017.04.05.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트랜스지방(Trans Fat)이 건강의 ‘주적’이 된 지는 오래다. 트랜스지방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우리 몸에 해로운 ‘나쁜 지방’으로 찍혔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선 트랜스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은 모든 가공식품에 대한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 2018년까지 트랜스지방을 퇴출하기로 했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이다. 트랜스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결합한 것을 ‘트랜스지방’이라고 부른다. 강재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는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 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넣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태어난 트랜스지방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과는 다르다. 한 때 식품회사들은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기름’이라며, ‘건강한 지방’이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식품회사의 마케팅은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로 돌입했다. 트랜스지방으로 인해 숱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꼽힌 트랜스지방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 진실! 백해무익 트랜스지방=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트랜스지방은 다르다. 인위적으로 수소가 첨가돼 불포화지방을 고체 상태로 만든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강재헌 교수는 “트랜스지방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인다”고 말했다. 포화지방의 성질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춘다”(강재헌 교수). 이로 인해 트랜스지방은 각종 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트랜스지방의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것은 1999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트랜스지방에 의해 동맥경화증이 생길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다. 이후 각종 연구가 진행됐다.

2008년 미국 역학저널(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선 2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트랜스지방의 혈중농도가 높은 여성은 최저 수준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두 배나 높다고 밝혔다. 같은 해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트랜스지방의 혈중 농도가 높은 남성에게서 전립선 암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유럽심장학회에선 하루 5g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23% 높아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랜스지방이 면역세포에 들어가 기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가정ㆍ예방의학과 연구팀이 45세 이하의 건강한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조사해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선 트랜스지방 섭취량 최상위 그룹의 기억력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에게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트랜스지방은 세포의 DNA와 단백질을 손상시킬 수 있는 불안정 산소분자인 활성산소를 지나치게 만들어 낸다”며 “이러한 산화스트레스가 쌓이면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오해 ! 트랜스지방은 다 나빠?=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에 유익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해도 있다.

먼저 트랜스지방이라고 해서 다 나쁜 지방은 아니라는 점이다. 몸에 해로운 트랜스지방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가공식품 등에 함유된 것이다. 그런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 트랜스지방도 있다. 유제품에 들어있는 트랜스지방이다. 우유, 치즈, 버터에 많이 들어있고, 버터의 경우 약 5%가 천연 트랜스지방으로 구성돼있다. 이 트랜스지방은 켤레트랜스지방이라고 불린다. 주성분이 켤레리놀렌산(CLA)다. 켤레트랜스지방의 경우 우리 몸에서 항암, 비만방지,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물질로 전환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오해도 있다. 식물성 불포화지방에 장시간 열을 가할 경우 트랜스지방으로 변한다는 부분이다.

강재헌 교수는 “식물성 지방을 고온에서 오래 가열한다고 트랜스지방이 생기진 않는다. 잘못 알려진 부분이다”라고 짚으며 “다만 고온에 오래 가열할 경우 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드몽포르대 생화학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을 고온 가열한면 알데히드라는 발암 물질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기름이) 탈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강재헌 교수)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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