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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커피캠퍼스’ 김원준 바리스타 “스타벅스=좋은 커피맛, 인식도 크죠”
  • 2017.04.11.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십센치가 홍대를 넘어 메이저를 아우르는 스타 뮤지션으로 성장한 데엔 이 노래의 영향이 컸다. 2010년 발매된 ‘아메리카노’. 이 곡은 아메리카노 찬양가다. ‘시럽’은 넣지 않는 것이 기본. 그래야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2030 세대가 노래에 공감했다. 커피 전문점에선 “아메 하나, 시럽 빼고”가 반짝 유행어로 등극했다.

이미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시대다. 달콤했던 다방 커피의 시대를 지나, 십센치도 찬양한 아메리카노 시대를 많은 세대가 보냈다. 한 집 건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들어서있다. 이젠 스페셜티 커피 시대로 접어드는 때다. 그런데 주당 11.9회나 커피를 마신다는 한국인은 커피맛을 과연 얼마나 알까. 

최근 진행된 서울커피엑스포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한 커플. 여자친구인 한정선(29) 씨는 그동안 자신을 커피 애호가(?)라고 굳게 믿었다고 했다. 그는 평소 스타벅스, 탐앤탐스를 즐겨찾는다. “커피는 잘 알지 못해도 스타벅스와 탐앤탐스, 커피빈의 맛은 구분할 줄 안다”고 말할 만큼 마신 양이 많다.

“평소 진하게 마시는 편이고, 다른 커피보다는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는 한정선 씨는 그런데 “막상 이 곳에 와서 온갖 종류의 커피를 보고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니 내가 알던 커피맛과는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다품종 커피 시대를 맞으며 커피는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커피맛도 다양해지고, 선호하는 맛도 달라지고 있다. ‘곰커피캠퍼스’의 헤드 트레이너인 김원준(35) 바리스타는 “커피는 단지 버튼만 눌러 나오는 액체가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서울커피엑스포에서 김원준 헤드 트레이너를 인터뷰했다. 그는 11년 경력의 바리스타로 현재는 곰커피캠퍼스에서 미래의 바리스타들을 길러내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 커피맛의 획일화, 스타벅스가 주도했나?=요즘 커피시장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추출방식의 변화에서 나온 트렌드다.

김원준 바리스타는 “최근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은 생두의 색깔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약배전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전’은 생두에 열을 가하는 작업(로스팅)을 일컫는 말로, 총 8단계로 구분된다. 약배전은 생두를 약하게 볶는 것이다. 커피콩에 열을 가하는 시간이 줄이며 생두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이 현재의 트렌드다. “생두의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그 맛을 최대한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다.

사실 생두의 품질은 하루 아침에 좋아진 것이 아니다. 한국 커피시장의 변화로 인해 생두의 품질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은 인스턴트 커피로 시작했어요. 커피는 쓰고 새까만 음료라는 인식이 그 때 만들어졌죠.”

흔히 이 시기를 커피 업계의 1차 물결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단계는 커피가 대형화된 시기다.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시장의 신호탄이 됐어요. 그런데 스타벅스의 등장으로 이 곳의 커피가 좋은 커피의 맛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죠. 소비자 사이에서 스타벅스가 좋은 커피맛의 기준이 된 거예요”

스타벅스의 커피는 강배전(강하게 오래 볶은 것) 원두를 쓴다. 생두를 강한 불에 15분 이상 볶는 방식이다. 생두에 열을 가하는 정도와 시간이 달라지면 당연히 맛도 달라진다. 로스팅 시간이 길어진 커피는 원두의 쓴맛과 달콤한 맛이 드러나고, 신맛은 줄어든다. 진한 풍미와 달콤함, 약간의 쓴맛은 바로 스타벅스 커피의 성장에 기여한 맛이다. 이 맛이 커피맛을 획일화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볼수도 있다.

“로스팅이 약배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거예요. 원재료를 잘 보여주는 것은 커피뿐 아니라 모든 식품의 기본이니까요. 하지만 강배전 커피가 맛이나 품질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재료의 방향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누구는 개성을, 누구는 균형을 강조하는 것뿐이죠. 철학이 다를 뿐 좋다 안 좋다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 신맛=맛있는 커피?…“커피는 산미 때문에 마시는 건 아니다”=‘원재료의 특성’을 살려, ‘고유의 맛’을 보여주고자 하는 추출방식이 트렌드가 되자, 커피는 ‘신 맛’이 대세가 됐다. 약배전을 통해 생두 본연의 맛이 더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커피콩은 ‘신맛’을 가지고 있으며, 열을 덜 가할수록 산미가 강해진다.

이로 인한 문제점도 나온다. 업계 종사자들은 트렌드를 따르다 보니 산미만을 강조하고, 소비자는 익숙한 커피맛이 아니다 보니 산미가 강한 커피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커피는 산미만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엔 생두의 특성을 더 보여주기 위해 로스팅을 밝게 하고 산뜻하게 하면서 커피의 산미를 내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산미는 추출하기 가장 쉬운 맛이죠. 하지만 커피는 산미와 함께 감칠맛, 새콤한 맛, 단맛이 조화를 이뤄야 해요. 산미가 있다고 좋은 커피도 아니고, 좋은 커피는 무조건 산미를 가진 커피도 아니에요.”

지금 커피맛은 ’신 맛‘이 트렌드라는데, 소비자들의 호불호는 갈린다.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신맛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원준 바리스타는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커피맛 대신 보다 다양한 맛을 즐겨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커피콩 역시 과일의 씨앗이잖아요. 오렌지와 같은 과일은 신맛이 나도 먹는데 왜 커피에선 신맛이 나는 걸 낯설게 받아들일까요? 바리스타는 우리의 커피맛이 이러니 이게 맛있는 커피라고 강요해선 안돼요. 손님의 입맛을 존중해야 하죠. 하지만 커피의 다양한 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의 손님들을 만나면 고마운 마음이 커지긴 하죠.”

바리스타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담는다. 원두의 1g차이를 치열하게 고심하는 것도 바리스타다.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환경을 달리하며 맛을 보기를 반복한다. 김원준 바리스타는 커피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재료, 기계,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삼위일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중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단연 원재료죠. 장비도 사람도 뛰어난데, 재료가 5점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을 뽑아낼 순 없어요. 모든 음식이 그렇듯, 좋은 재료가 결국 좋은 커피를 만들어요. 향과 맛이 질적, 양적으로 풍부한 생두가 좋은 재료가 되겠죠.”

shee@heraldcorp.com

[사진=서울커피엑스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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