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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3000명 : 29’ 올푸페, 땡볕 아래 대기시간만 1시간
  • 2017.04.24.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뜨거운 태양이 한여름 못지 않았다. 봄날의 미식을 만끽하려는 설렘도 잠시다. 5분만 서있어도 얼굴이 찌푸려지는 땡볕을 견디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해보였다.

지난 22일 올림픽공원은 올해로 5회차를 맞아 서울 최대 규모로 진행된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올리브TV의 단일 행사로 진행되던 것과 달리 여성 음악 페스티벌인 ‘뮤즈 인 시티’와 손을 잡고 전야제 형식으로 열렸다. 올해만큼은 이름도 ‘올리프 페스티벌’로 정했다.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컨벤션 사업팀 조혜령 씨는 “푸드 페스티벌을 음식만 가지고 할 것이 아니라 음악,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해보고자 했다”며 “꾸준히 해왔던 푸드 페스티벌의 정수를 서울에서 제대로 보여주자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은 부산에서 진행됐다. 조혜령 씨는 그러면서 “서울에서 하기 위해선 올림픽공원과 같은 큰 장소밖에 없었는데, 지난해 ‘뮤즈 인 시티’ 측과 뜻이 맞았다”며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여성 아티스트가 오는 페스티벌의 관객과 올리프 푸드 페스티벌의 관객의 접점이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알찬 콘텐츠’의 쓰레기 없는 푸드 페스티벌=양측의 만남은 대성공이었다. 규모를 늘린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엔 22일 하루만 1만 3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서울 최대 규모다.

CJ E&M에 따르면 올리브 푸드 페스트벌은 2013년 서울 한남동에서 진행된 첫 회 당시 3000명에 불과했다. 올 들어 1일 관객수만 4배로 뛰었다. 물론 지난해 부산에서 진행된 페스티벌에선 이틀간 총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푸드 페스티벌이다. 
자타공인 정통 푸드 채널답게 이날 페스티벌에 모인 외식업체들의 면면이 화려했다. ‘테이스트 로드’ 등 각종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놀라운 섭외력이 힘을 발휘했다. 여행 컨셉트로 한식, 중식, 인도, 베트남, 멕시코에 할랄 음식까지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연남동의 힙(hip)플레이스인 베트남 가정식 안, 오리엔탈 퓨전 레스토랑 녹사오리엔탈, 밤도깨비야시장의 히트상품인 셰프리푸드트럭, 북유럽 스타일 쌜모네 키친, 여경래 셰프의 제자들의 팝업 프로젝트인 열혈팬도, 할랄가이즈, 성수동 소녀방앗간 등 현재 가장 핫한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올리브페스티벌 라이프특강 최현석 셰프

CJ E&M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섭외가 들어가 올해엔 29개 맛집이 부스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잔디공원 밖으로는 화기를 사용, 푸드트럭을 주방처럼 사용하는 맛집들의 공간이고, 잔디공원 안으로는 80% 가량 조리가 된 맛집들이 자리했다. 이 구성만 으로 밥부터 디저트까지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초반 이지은 씨는 “워낙에 다양한 음식들이 있어 해외여행을 간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김진현 씨도 “먹어보지 못한 맛집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올리브페스티벌 라이프특강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페스티벌의 다른 구성도 알찼다. 전체 틀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은 상태에서 업그레이드 됐다. 이연복 셰프의 쿠킹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스타셰프 최현석, 방송인 김나영의 푸드토크가 진행됐고,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는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래바’ 형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선보였다. 박나래의 ‘나래바’는 이날 관객들이 “‘올푸페’를 살린 콘텐츠”라며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음악 공연도 함께 했다. 어반자카파, 홍대광의 미니 콘서트와 뮤지컬 ‘보디가드’, ‘서편제’, ‘킹키부츠’ 배우들인 차지연, 양파, 김호영이 출연하는 ‘뮤지컬 나잇’까지 채워진 구성이었다.

22일 1일권 가격이 5만 5000원, 콘서트와 푸드토크에 티켓과 함께 받게되는 음식 쿠폰 4장(3장은 음식, 1장은 생수 무료쿠폰)과 합쳐진다면 충분히 와볼 만한 가격대였다. 
올리브페스티벌 이연복 셰프

사실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은 관객들 사이의 만족도가 높은 행사로 유명하다. 지난해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올리브푸드페스티벌만 해도 인근 지역의 20~30대 여성들이 손 꼽아 기다리며 찾았다.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에서의 만나는 맛의 향연에 이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푸드 페스티벌임에도 ‘쓰레기 없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은 이 행사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이 부분만큼은 주최측이 특별히 신경쓰며 관리하는 부분이다. ‘푸드 페스티벌’의 기본은 ‘청결’이며, ‘음식물 쓰레기가 보이면 식욕이 떨어진다’는 것이 페스티벌 측의 기본 판단이다. 올해에도 200명의 스태프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인 70명이 청소 도우미로 활약하며,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장 팀장 역할을 했던 김대영(26)씨는 “관객들이 분리수거를 잘 해서 애로사항이 덜 하다. 생각보다 음식물 쓰레기는 적게 나오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적은 데에는 나름의 묘수가 있었다. 올리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음식을 잘 남기지 않기도 하지만, 음식 양을 조절한 부분도 있다”며 “맛집 부스에 보통 레스토랑 양의 3분의 1로 해달라고 주문을 했다. 원래 양으로 하면 너무 많아 한두개 먹거 돌아가거나 음식을 많이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푸드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고안한 방법인 셈이다. 
올리브페스티벌 쿠킹쇼

▶ 1만 3000명 : 29개 맛집…대기시간만 1시간 ‘운영 미숙’=전체적인 구성은 알찬 콘텐츠였지만, 이번 페스티벌에 대한 반응은 예년과 좀 달랐다. 서울에서 진행된 대규모 행사였던 탓인지 운영상의 미흡함도 적잖이 노출됐다.

일단 1만 3000명이나 되는 관객들을 수용하기에 맛집 부스는 턱없이 부족했다. 땡볕 아래 고작 29개의 부스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관객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애초 페스티벌 측 역시 이토록 많은 관객이 몰릴 것은 예상치도 못한 눈치였다. 

또한 업체들의 음식 준비 시간과 입장객의 대기시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지난해 부산 페스티벌 당시 점심, 저녁으로 나눠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하루종일 페스티벌을 이어가다 보니 업체들의 음식 준비양이 인원수를 충족하지 못 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30대 중반 여성 관객은 “페스티벌이 쿠폰을 교환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인데, 문제는 음식을 하나씩 받을 때마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이렇게 날도 더운데 밥 한 번 먹겠다고 하루종일 기다리다 보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많은 관객들은 자신이 지불한 가격에 걸맞는 쿠폰을 쓰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또 다른 관객은 “지나치게 입장객을 많이 받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관객을 줄이든지, 음식 부스를 늘리든지 해야 원활할 것 같다”는 조언까지 했다.

결국 사무국 측은 SNS를 통해 사과문까지 올렸다. “푸드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강조한 행사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맛있는 음식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드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허리 굽혀 사과 드린다”며 “사용하지 못한 푸드 쿠폰과 연락처를 보내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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