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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회삿밥④]“밥은 반드시 강화도쌀”…로컬푸드 실천하는 직원식당
  • 2017.04.25.
-인천시청 구내식당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지난 19일은 완연한 봄날이었다. 겉면을 유리로 치장한 일부 지자체의 현대식 건물과는 다르게, 고풍스런 인상을 주는 인천광역시청(남동구 구월동) 주변엔 알록달록한 봄꽃이 얼굴을 드러냈다. 따뜻한 바람도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늘 같은 날은 직장인 입장에선 딱 ‘일하기 싫은 날’(?)이다.

본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구내식당 직원들은 막바지 배식 준비에 여념없었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인천시청 박은서 영양사는 “오늘처럼 날이 좋으면 직원들이 밖에서 식사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없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인천시청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담고 있다. 매일 많게는 1000명, 적으면 700명 정도의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걱정은 기우였을까. 점심 식사를 시작하는 11시 30분에 이미 식당 입구는 붐볐다. 서둘러 먹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해야 하는 방호ㆍ미화 직원들이 줄의 선두를 차지했다. 박은서 영양사가 서둘러 조리실로 향했다. “배식하기 전에 제가 최종적으로 각 메뉴의 맛을 확인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음식이 못 나가거든요.”

직원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320개 의자가 금세 다 찼다. 음식은 받았는데 자리를 못 잡은 직원들은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일찌감치 팀원들을 이끌고 밥을 먹던 인천시의회 홍득표 법제지원1팀장은 “날이 좋더라도 구내식당에서 밥은 먹고 나가야 한다”고 구내식당 예찬론을 펼쳤다. 홍 팀장은 “양도 적당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후에 속이 편안하다”며 “시의회 발령 전에 구청에 근무했는데 거긴 위탁업체가 조미료를 너무 과하게 써서 먹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식당에는 자율배식대가 설치돼 있다. 쌈 채소와 쌈장을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날 식단은 현미밥/찰흑미밥, 홍합미역국, 돈육불고기, 코다리양념구이, 봄채소생채, 모듬쌈이었다. 상추, 깻잎, 삶은 양배추는 견과쌈장과 함께 각 테이블에 미리 올려졌다. 직원들은 쌈 채소가 부족하면 자율배식대에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한 시청 직원은 “집에서보다 채소를 더 다양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곳 식당은 인천시청이 직접 운영한다. 당초 운영 주체는 직원복지회였으나 2014년 시 직영으로 전환됐다. 식당을 책임지는 박은서 영양사는 시청 총무과에 소속된 공무원이기도 하다. 매일 700~1000명 정도의 시청 식구들의 끼니를 챙기는 일인지라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았다.
19일 나온 식단. 현미밥/찰흑미밥, 홍합미역국, 돈육불고기, 코다리양념구이, 봄채소생채, 모듬쌈으로 꾸며졌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우리 식당은 전처리 식재료를 쓰지 않는다”고 박 영양사가 말했다. 양파와 대파 같은 각종 식재료들을 원물 상태 그대로 받아서 쓴다는 얘기다. 재료를 손질하는 단계도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직접 챙긴다. 깍뚜기, 부추김치도 직접 담아둔다. 배추김치만 공장에서 받아다 쓴다.

그는 “그만큼 정성껏 조리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오늘 메뉴로 나간 쌈장을 비롯해서 각종 소스까지 직접 조리한다. 우리 식당의 장점을 하나 꼽자면 단연 소스”라고 말했다.

또 지역 내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들은 연간 또는 분기별로 입찰을 거쳐 납품업체를 정한다. 전체 식재료 가운데 50% 정도는 인천 테두리에서 난 것들이다. 밥은 반드시 강화도쌀로 짓는다고 한다. 온전한 수준은 아니지만 ‘로컬푸드’ 철학을 실천하는 셈이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인천시청 직원식당은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삼삼 급식소’ 인증을 받았다. 한 끼 식사의 나트륨 함량이 1300㎎을 넘지 않는 조건을 충족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염도를 서서히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0.8 정도였던 국의 염도는 지금 0.5~0.6 정도 수준이다. 박은서 영양사는 “소금보다는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음식 간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틈날 때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마침 이날 직원식당 옆에 딸린 장미홀에서 유 시장이 주재하는 점심 자리가 열렸다. 지난해 구내식당에서 열린 시장 행사는 88번 정도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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