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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질지 모를 ‘제주의 맛’, 푸른콩 된장을 아시나요?
  • 2017.05.08.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먹거리 천국’ 제주엔 요즘 핫하다는 맛집이 넘쳐나고 있다. 각종 해산물이 통째로 들어간 라면, 방금 짠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한가로운 오후를 느낄 수 있는 커피 한 잔까지 ‘힙스터’들이 반할 만한 장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제주의 맛’은 따로 있다.

제주도는 향토음식이 많은 지역이다. 육지와는 차별되는 토종 먹거리가 넘쳐난다.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물다양성재단의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된 종자도 유달리 많다. 우리나라에서 올라간 총 55개 중 12개가 ‘제주산’이다. 

푸른콩장은 한국에선 최초로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지난 2013년 ‘맛의 방주’에 한국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제주 푸른콩은 제주 남부 서귀포 일대에서 자란다. 푸른빛을 띤 예쁜 빛깔이 인상적이다. 일반 콩에 비해 단맛이 강하고, 7~8월 잎이 무성한 시기에는 콩잎을 따다가 쌈을 싸먹을 정도로 잎의 맛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푸른콩장이 ‘맛의 방주’에 오른 이유는 두 가지다. ‘맛의 방주’가 환경 파괴,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는 데에서 첫 번째 답이 나온다. 푸른콩 역시 언제 사라질지 모를 토종 종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푸른콩장의 장을 담는 제법의 가치 때문이다. 푸른콩은 콩을 삶은 뒤 메주를 쓰지않고 바로 장을 담근다. 때문에 장콩으로 불리기도 하다.

사실 이 방식은 이제 우리나라에선 사라진 제법이다. 제주 서귀포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장을 담그는 방법은 메주를 띄우는 방법과 메주를 띄우지 않고 누룩을 이용해 장을 담는 방법이 이용됐으나. 후기에 접어들며 누룩을 이용한 방법은 사라지게 됐다. 푸른콩은 전통적인 제법을 이어온 방식이다. 

푸른콩을 원료로 제주된장을 만드는 양정옥 씨(한라산청정촌 창업자)는 농림출산식품부가 선정한 전통식품 명인에 올랐고, 아들인 김민수 씨(한라산 청정촌 대표)가 그 가치를 찾아내 ‘맛의 방주’에 오르게 했다.

사라질지 모를 맛의 가치, 종의 다양성을 지키고자 하는 가치, 지역의 식자재를 통해 지역의 조리법으로 태어났다는 가치로도 충분하지만, 최근 푸른콩이 또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푸른콩 된장을 식재료로 쓰는 제주 해비치 호텔 앤 리조트 관계자는 “제주의 호텔의 경우 전통의 맛을 지켜나가려다 보니 향토 식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푸른콩도 마찬가지다”라며 “요즘엔 GMO가 많아지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산된 푸른콩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막대한 양의 GMO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수입하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은 총 1067만 712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J 제일제당은 전체 수입 GMO의 31.98%인 340만톤을 수입했고, 그 가운데 유전자변형콩의 양이 60%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콩은 된장, 간장, 식용유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는 GMO 완전표시제가 이뤄지지 않아 최종 가공식품에서 변형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으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안전한 먹거리’를 쏠리기 마련이다. 푸른콩장 역시 생산부터 제조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로컬푸드라는 점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푸른콩 된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식재료는 아니다. 된장찌개는 물론 샐러드 소스나 나물, 고기 양념으로 다양하게 활용은 가능하다. 다만 일반 된장과는 다른 풍미를 낸다는 점이 약점이다. 푸른콩된장의 경우 부드러운 맛과 깊은 풍미가 일품이라지만, 먹는 사람에 따라 푸른콩장의 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푸른콩장을 사용해 제주 향토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의 고민이기도 하다.

제주 해비치 호텔 파인 다이닝 하노루에서도 된장으로 나가는 모든 음식은 푸른콩된장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 해비치 관계자는 “푸른콩된장의 경우 향이 너무 강해 일반 된장에 길들여졌다면 편하게 먹기 힘들 수도 있다.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며 “일반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내놓기 위해 시중 된장과 푸른콩 된장을 3 대1의 비율로 섞어서 음식을 내놓고 있다”는 노하우를 귀띔해줬다.

shee@heraldcorp.com

[사진=한라산청정원촌 홈페이지, 제주 해비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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