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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 허락하는 식재료를 선택할 뿐”…장 프랑수아 피에주 셰프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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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어린시절 꿈은 ‘정원사’였다. 정원사가 되고 싶어, 꽃ㆍ풀ㆍ나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 중엔 식재료가 되는 식물도 많았다. 각종 채소와 같은 것들이다. 그에게 식재료에 대한 철학을 물었다. 질문이 돌아왔다. “저도 하나 물어보고 싶어요. 식재료라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잠시 멈칫했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이요?” 사전적 답변을 건넨 뒤 ‘어려운 질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식재료는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사를 꿈 꾸던 소년은 지금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각광받는 파리 최고의 셰프로 성장했다. 장 프랑수아 피에주(Jean Francois Piegeㆍ47) 셰프다. 
현재 프랑스 미식을 이끄는 대세 셰프인 '르 그랑 레스토랑'의 장 프랑수아 피에주 셰프가 지난 5월 초 한국을 찾았다.

그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르 그랑 레스토랑(Le Grand Restaurant)’과 캐주얼 레스토랑 ‘클로버(Clover)’ , ‘클로버 그릴’을 운영하고 있다. ‘르 그랑 레스토랑’은 오픈 5개월 만에 미쉐린 2스타를 받으며 파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피에주 셰프는 ‘올해의 셰프’에 몇 차례나 선정됐고, 명품 시계 브랜드 피아제의 모델이자, 인기 요리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얼굴도 알렸다.

파리의 스타셰프가 한국을 찾았다. 해비치 호텔 개관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갈라 디너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해비치 호텔 관계자는 “장 프랑수아 피에주 셰프를 초청하기 위해 무려 1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해비치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 오픈에 영감을 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봄이 찾아온 5월의 제주에서 장 프랑수아 피에주 셰프를 만나 인터뷰했다.

짧은 일정에도 피에주 셰프는 내한과 동시에 분주히 움직였다. 인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제주로 이동하며 한국 곳곳의 흔적들을 만났다.

“오자마자 제주의 향토음식을 먹어봤어요. 어느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이나 환경, 분위기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프랑스에선 발효음식이 뜨거운 인기라고 한다. 프랑스 셰프들 역시 “김치를 좋아해 이를 응용한 음식”들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의 많은 셰프들이 자신의 요리 실력을 검증하고 인정받기 위해 김치 요리에도 도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먹은 것과 제주에서 먹어본 김치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프랑스에선 변형된 김치의 맛을 봤다면 제주에서 비로소 고유한 맛을 만났다. “한국에서 먹어 본 김치가 당연히 맛있죠.(웃음)”
제주감귤 풍미를 곁들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장 프랑수아 피에주 셰프는 이번 갈라 디너에서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를 엄선해 프랑스 현지 식재료와 어우러진 프렌치 다이닝을 선보였다. 세계 3대 식재료로 꼽히는 캐비어와 랍스터를 활용한 피에주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 한국의 로컬 식재료를 이용해 특별 메뉴를 구성했다. 제주의 식재료를 올린 데에도 이유가 있다. “항상 그 지역의 재료를 쓰는 것”이 셰프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셰프의 갈라 디너는 너욱 특별해졌다. 제주 감귤의 풍미를 곁들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프랑스 스타일로 완성됐다. 캐비어를 곁들인 바닷가재 크림, 한련화와 마르니에르 소스를 곁들인 농어 구이도 갈라 디너에 자리했다. “로컬에서 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식재료에 셰프의 노하우를 더해” 준비한 메뉴들이다.

그는 누구 못지 않게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셰프다. “요리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하나는 식재료고, 다른 하나는 셰프의 노하우죠. 저는 식재료로 시작해서 노하우를 배운 셰프예요.”

피에주 셰프의 철학은 견고했다. 그에게 “식재료는 곧 자연”이라고 한다.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기에 파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클로버’에선 제철(계절)채소,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내놓는다. 레스토랑의 홀에는 ‘클로버’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를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손님들에게 자신이 먹는 것에 대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거예요.” 그만한 건강하고 정직한 식재료를 쓴다는 뜻이다.

이 곳에선 사계절이 음식이 된다. 그 계절에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바로 요리의 주인공이다. “계절채소를 쓴다고 시즌마다 메뉴를 바꾸는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결정해서 바꾸는 게 아니죠. 자연이 허락하는 거죠. 아스파라거스만 해도 철이 달라졌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제철인 3월보다 좀 빨리 오고 있어요. 최근엔 기온이 오르며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는 재료들이 많아졌죠. 셰프는 단지 자연이 허락하는 식재료를 낼 뿐이죠.”

그 식재료를 한 접시 안에 올리기까지의 모든 과정엔 셰프의 요리와 요리철학이 고스란히 담긴다. 피에주 셰프의 음식은 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요리는 자연을 듣는 거예요. 제가 만드는 디저트 중에 산딸기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디저트가 있어요. 숲을 걷다 보면 산딸기와 소나무는 항상 같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들 둘이 늘 함께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두 재료를 함께 쓰고 있어요. ‘자연을 듣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예요.”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재료들을 한 접시 안에 담아내는 것이 피에주 셰프의 요리다. 하지만 한 접시 위의 담긴 요리들은 “세 가지 이상의 맛을 내선 안 된다”는 것이 피에주 셰프의 생각이다. ”가장 적은 맛을 내고, 재료가 원래 가진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여러 맛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가장 건강한 음식은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거겠죠. 그러면서 자연을 존중하고, 내 음식을 먹는 사람과 그들의 건강을 존중하는 거죠. 자연과 먹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음식이요. 그게 건강한 음식 아닐까요.”

shee@heraldcorp.com

[사진 제공=해비치 호텔 & 리조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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