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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 2조원 해양 환경보호에 환원” 어부출신 노르웨이 부호의 선언
  • 2017.05.18.
어부출신인 노르웨이의 한 부호가 2조원이 넘는 자신의 자산을 환원해 해양환경 보호에 쓰겠다고 해서 화제다.
그 주인공은 노르웨이의 기업가인 셸 잉게 뢰케(Kjell Inge Roekke)다. 노르웨이의 10번째 부호로 자산이 125억 크로네(20억달러), 우리돈 2조2000억원이 넘는 그는, 이달초 오슬로에서 있었던 자국 최대 일간지 애프텐포센(Aftenp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노르웨이 10대 부호인 셸 잉게 뢰케
그는 자신의 자산을 모두 환원해 그 돈을 해양 환경 보호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선박 제조에 돈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해양탐사와 해양생태계 연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해저에 투기된 각종 플라스틱류를 수거해 소각시킬 수 있는 설비를 가진 첨단 선박이다. 한척당 매일 최대 5톤의 해양 투기 플라스틱류의 수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뢰케는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를 덮고 있지만여전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55세로 아직 사업에서 은퇴하기에는 다소 이른 나이의 그가, 해양환경 보전에 자산 전체를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출발점이 바로 ‘어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르웨이 서해안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몰데(Molde)출신이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난독증 (dyslexia). 활자를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어부 생활을 시작한다. 그래서 노르웨이를 떠나 미국 시애틀로 가서 대구와 게 어업에 뛰어든다.

사업수단이 뛰어났던 뢰케는 금방 큰 돈을 번다. 낡은 보트를 대량으로 사들여 이를 트롤 어업이 가능하게 개조했고, 이렇게 개조한 배들을 선단으로 구성해 알라스카 인근에서 어획량을 크게 늘리고 막대한 부를 쌓는다. 그가 설립한 아메리칸 시푸드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큰 돈을 번 그는 30대 후반에 노르웨이에 다시 돌아와 사업가-투자가로 변신한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배운 미국식 M&A를 노르웨이에 도입한 것이다. 그는 173년된 노르웨이의 대기업 지분을 대거 인수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리소스 그룹 인터내셔널(RGI)’사와 합병한다. 이를 통해서 회사의 덩치를 키우고, 기업가치를 높인다. 

뢰케가 지배하고 있는 아메리칸 마린사가 제작하는 특수 선박
당시 노르웨이에는 이종업계 기업간의 M&A가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자본력과 공격적인 M&A를 노르웨이식 재벌을 구축하면서 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덕분에 그에게는 ‘무자비한 기업 사냥꾼(ruthless corporate raide)’라는 악명이 붙었다. 뢰케의 전기를 쓴 바 있는 애프텐포스텐의 스타이너 다인스(Steinar Dyrnes)는 당시의 뢰케에 대해 “미국 스타일의 적극적인 자본주의를 노르웨이에 최쳐로 가져온 인물”이라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주(지분)의 힘을 과감하게 사용했다”고 표현했다. 현재 RGI사는 수산, 식품, 해양개발, 특수선박 건조, 석유 등은 물론 스포츠 브랜드 ‘브룩스스포츠’와 의류브랜드 ‘핼리한센’ 등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재벌’ 그룹이 됐다.

다혈질의 기업가로도 유명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사정이 없었다. 평소에는 매우 매력적이고 친근하지만, 사업할때는 매우 공격적이고 직원들에게 화도 잘냈다. 그래서 차분하고 화를 잘 내지않는 일반적인 노르웨이인 같지 않다는 평도 얻었다. 성격도 매우 급했다는 평이다. 보트 면허를 빨리 따기 위해서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준 것이 적발되어 23일간 철창 신세를 지기도 했다. 당시 그가 출소하면서 같이 수감되어 있던 동료 죄수들에게 피자 300만원어치를 배달 시켜준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뢰케는 어업을 통해 큰 부를 축적했다.


그러던 그가 왜 자선가로써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는지 이유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내가 얻은 것의 대부분을 이제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뢰케는 ”(자신이 만들) 특수선박은 사회 환원의 일부다”라면서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수년에 걸쳐 생각해온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특수 선박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돈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체적인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에는 첨단 기술과, 심해용 드론, 대규모 실험실 등이 탑재된다. 만들어진 배는 세계자연기금(WWF)를 통해서 운용, 관리 될 것이다. 뢰케는 선박의 제작에 돈만 지원한다. 

뢰케가 제작하게될 선박은 해양탐사와 생태계연구, 바다쓰레기의 소거가 동시에 가능하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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