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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짠’이 트렌드여도 원재료 맛 살리는게 기본”…임동석 조선델리 브랑제리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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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얇게 썰어낸 마늘을 품질 좋은 올리브오일에 볶아 향을 낸 뒤 잘 익은 파스타 면을 넣는다. 담백한 맛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완성. ‘발상의 전환’이면 알리오 올리오가 빵으로 태어난다. 일일이 손질해 볶아낸 마늘, 최상급 올리브와 치즈로 속을 꽉꽉 채웠다. 마늘기름을 살짝 발라 윤기도 더했다. 재료 하나 하나의 식감과 맛이 살았다. 담백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알리오올리오 브레드’는 올해로 103주년을 맞은 웨스틴조선호텔 조선델리의 ‘히트상품’으로 거듭났다. 요즘 차고 넘친다는 독특한 동네빵집에서도 볼 수 없는 신메뉴다. 국민과자도 아닌데, 자꾸만 손이 가니 ‘마약빵’이 따로 없다. 놀랍게도 이 빵에는 그 흔한 설탕도, 버터도, 이스트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델리는 올 들어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다. “4개월 동안 20번의 PT를 가졌어요. PT를 한 번 진행할 때마다 빵 종류를 30가지씩 선보였죠. 개수로 따지면 400~600개는 될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 조선델리는 103주년 기념 103개의 메뉴를 출시했다. 그 중 70여개가 신제품으로 채워졌다. 기존 베스트셀러인 단팥빵이나 소보로빵은 과감히 접었다. 그 중심에 임동석(36) 브랑제리가 있었다.

‘호텔 빵집’이지만, 호텔 고객만이 소비층은 아니다. 빵 맛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빵 굽는 향기가 코 끝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임동석 브랑제리가 갓 구워진 빵을 들고 손님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일 만들어진 빵은 당일 소진이 원칙. 매일 수십 가지 빵을 스무 명의 인력이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죠. (웃음)”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조선델리에서 임동석 브랑제리를 만났다. 

▶ 신맛 나는 천연발효빵 “상한 거 아니야?” = 대대적인 리뉴얼 과정에서 임동석 브랑제리의 목적지는 확고했다. “전통과 트렌드의 조화”였다.

조선델리가 지켜야할 전통은 ‘천연발효빵’이었다. 천연발효빵은 과일이나 곡물 등의 재료로 발효종을 배양해 얻은 효모인 ‘천연발효종’을 넣어 만든 빵이다.

문제는 ‘신맛’이었다. 전통적인 천연발효빵은 상상을 초월하는 신맛이 강하다고 한다. 반죽을 천연 발효시키면 효모는 물론 유산균이 작용해 초산이 생기기 때문이다. 임동석 브랑제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천연발효빵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전통 있는 빵집에서 파는 천연발효빵의 경우 100~200년이나 된 발효종을 써요. 당연히 신맛도 굉장히 강하죠. 하지만 한국인은 신맛을 좋아하지 않아요. 빵에서 신맛이 강해지면 ‘쉬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종’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개발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종을 죽이고 키우고를 반복했어요.” 4개월 간 제품 개발에 매달린 끝에 “발효력이 좋으면서도 신맛이 덜 한” 세 가지 종을 찾아냈다. 유기농 통밀종, 호밀종, 건포도종. 이 세 가지 종으로 총 8가지의 천연발효빵을 만들어냈다.

신맛이 빠진 조선델리의 천연발효빵은 무려 36시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종을 키워 반죽을 만들기 때문에 충분한 숙성이 기본이다. 냉장에서 24시간 저온숙성을 시켜 찰진 반죽을 만들고, 다음날 실온보관해 냉기를 빼낸 뒤 발효시켜 굽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발효빵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 바삭한 맛이 올라온다. “천연발효종만이 가지는 특징이죠.” 입에 착 달라붙는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고, ‘설탕’ 없이도 만들어내는 ‘중독성’이 제법이다.

히트상품 알리오올리오 브레드 역시 임동석 브랑제리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천연발효빵이다. 조선델리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2030 여성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트렌드를 잡았다. 한 끼 식사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 ‘천연발효빵=건강빵’…왜?=천연발효빵은 최근 ‘건강빵’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유 있는 ‘열광’이다.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밀가루와 물이 결합이 잘 돼 “소화력이 좋다”. 심지어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정도에 따라 무리없이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천연발효빵은 ‘소화 잘 되는 빵’의 대명사다.

게다가 그 어떤 합성 화학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천연발효빵’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소비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는 ‘무첨가 식품’이다.

“천연발효빵에는 설탕도 버터도 들어가지 않아요. 그 어떤 합성 화학재료도 당연히 넣지 않죠. 100% 무첨가제 빵이에요.”

천연발효빵 뿐만 아니라 조선델리에서 만드는 빵에는 ‘백색5적’으로 꼽히는 제과제빵의 기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흰 설탕 대신 꿀을 넣거나, 사탕수수에 가까운 흑설탕(마스코바도)을 쓴다. 흰밀가루도 사양이다. 조선델리에선 제분을 덜 한 트래디션T65라는 밀가루를 사용한다. 국내 제빵업계에선 잘 쓰지 않는 고가의 밀가루다. 기존의 밀가루보다 누런 빛깔을 띈다. 제분을 덜 했기 때문이다.. “밀가루도 제분을 많이 할수록 하얘져요. 표백제가 들어가기 때문이죠.” 제분을 덜 한 만큼 영양분도 살아있다.

빵 기본이 되는 빵 재료인 밀가루부터 과일, 치즈 등 속재료까지 임동석 브랑제리는 식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베이커리도 재료가 중요해요. 재료가 좋지 않으면 맛이 건강하지 않으니까요.”

▶ “기본을 지키는 것이 철칙”=아무리 건강이 트렌드라 할지라도 ‘힙하다’는 인기 빵집엔 눈이 즐겁고 혀가 달콤한 제품들이 즐비하다. 사실 최근 베이커리 트렌드는 여전히 ‘달고 짠 맛’이 조화를 이룬 빵이다.

“요즘엔 임팩트 강하고, 달고 짠 맛을 좋아하시죠. 실제로 가로수길, 홍대 쪽 베이커리 트렌드 역시 달고 짠 맛이고요. 빵이 주식이 아니라, 한 번 먹고 마는 간식 대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실제로 요즘 ‘핫’하다는 빵집들에선 담백한 맛의 천연발효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극적인 단맛의 빵들이 인기가 높아지면,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심심한 빵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임동석 브랑제리는 그러나 고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인위적인 맛을 내지는 않는다. 그의 신념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울수록 좋다”는 믿음으로 인공적인 첨가물들을 최대한 자제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임동석 브랑제리가 고객을 맞는 법이다. “트렌드는 생명력이 짧기 때문”이다.

“빵은 물, 밀가루,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요. 다른 어떤 첨가물도 필요치 않은 거죠. 하지만 빵은 기본으로 돌아갈수록 만드는 것이 어려워져요. 맛이 단조로워지니까요.”

그 단조로움 안에서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써보고, 여러 배합을 통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레시피를 끊임없이 개발한다.

”가장 깊이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야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 좋을까 ’하는 거예요. 결국 기본을 지키고,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기본기가 돼야 여러 사람의 입맛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죠.”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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