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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졌다”…100% 토종밀 밥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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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우리가 먹는 밀 대부분은 나라 밖에서 들어왔다. 대개 미국, 호주, 인도에서 자란 종들이다. 국내에서 재배돼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은 2%도 채 안 된다.

우리 밀 자급률은 10년 전엔 1%에도 못 미쳤다. 지금이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시장이나 마트에서 국내산 밀을 만나긴 어렵다. 그간 “정책적으로 밀 재배 농가를 지원해 자급률을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하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 드넓은 땅에서 자란 값싼 외국산 밀 앞에서 그런 구호는 무기력했다.
앉은뱅이 밀밥. 불어난 밀알을 입 안에서 씹으면 톡 하고 터진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만난 조언정 밀 연구가는 “누군가 찾아주고 소비만 한다면 우리 토종 종자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을 주제로 쿠킹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1월까지 경기도 남양주에서 ‘앉은뱅이 밀 국수집’을 운영했다.

▶기원전 300년부터 먹던 토종밀 = 키가 작아서 ‘앉은뱅이 밀’이란 이름이 붙었다. 다 자랐을 때 높이는 60~80㎝ 정도. 서양밀보다 20~30㎝ 가량 작다. 작은키는 경쟁력이다. 태풍만 불면 픽픽 쓰러지는 서양밀과 달리 앉은뱅이 밀은 강한 바람을 맞아도 꺾이질 않는다. 게다가 온갖 병충해에도 잘 버텨서 소출이 좋은 편이다.

도정하지 않은 상태의 통밀. 일반 밀보다 조직이 부드러워서 저 상태로 씹어 먹을 수도 있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더부룩하다’는 통념도 앉은뱅이 밀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글루텐(불용성 단백질) 함량이 일반 밀보다 낮은 덕분이다. 글루텐은 체내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느려서, 뱃속이 불편해지고 아토피 피부염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조언정 연구가는 “요즘엔 ‘글루텐 프리’를 강조하는 식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앉은뱅이 밀은 천연 글루텐 프리 식품”이라며 “앉은뱅이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늦은 저녁에 먹어도 속이 편안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앉은뱅이 밀은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칼국수, 수제비, 전으로 해먹기 좋다. 빵으로 구울 수도 있는데, 글루텐 함량이 낮기 때문에 잘 부스러지고 먹음직스럽게 부풀지 않는다고 한다. 조 연구가는 “식용유와 소금을 앉은뱅이 밀가루와 섞으면 찰기가 생기는데 이걸로 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조언정 앉은뱅이 밀 연구가. 그는 올 1월까지 ‘앉은뱅이 밀 국수집’을 경기도 남양주에서 운영했다.

▶한때 사라질 위기 = 앉은뱅이 밀은 현재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농가들이 주축이 되어 재배한다. 이 밀은 한때 종자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토종 밀 재배에서 손을 떼는 농가가 늘면서다. 하지만 진주에 있는 금곡정미소는 3대에 걸쳐 앉은뱅이 밀 종자를 전수했고, 밀가루로 도정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도 한다. 지난 1984년 정부가 국내산 밀 수매를 중단했다. 외국산 밀가루가 바다 건너 몰려왔지만 꿋꿋하게 재배를 이어갔다.

김원일 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앉은뱅이 밀을 사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찾아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었기에 우리밀이 완전히 외면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앉은뱅이 밀밥에 각종 나물 반찬을 곁들여 먹었다.

앉은뱅이 밀은 2013년 가을에 칡소, 제주 푸른콩 등과 함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됐다. 맛의 방주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협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통 식재료와 음식, 문화 등을 보전하는 프로젝트다.


조언정 연구가는 이날 ‘앉은뱅이 밀밥’을 시식할 기회를 줬다. 도정하지 않은 통밀과 쌀을 섞어서 지은 밥이다. 본래 길쭉한 원형이던 밀알이 통통하게 불어있었다. 입 안에서 밥알을 씹으니 톡하고 터졌다. 맛있는 밀밥을 지으려면 통밀을 먼저 삶아서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조 연구가는 “도시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고 많이 소비해야 토종 농산물들이 살아남는다”며 “뭘 먹느냐가 농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아무도 찾지 않고 먹지 않으면 토종 농산물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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