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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하는 PD’ 이욱정 “식당 옆에 텃밭만 만든다고 ‘팜 투 테이블’ 아니다”
  • 201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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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다큐멘터리 PD에게 음식은 “인간을 이해하는 렌즈”였다. 2008년 ‘누들로드’부터 ‘요리인류’(2014ㆍ이하 KBS), ‘요리인류 키친’(2015), ‘요리인류-도시의 맛’(2017)에 이르기까지 이욱정 PD는 전 세계 30여개국을 방문했다. 아직도 가야할 곳이 많다. 음식이 있는 곳에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단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덩어리가 아니에요. 물론 육체적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해요. 음식은 내가 누구인지, 그 음식을 함께 하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해주는 매개체예요.”

이 PD가 담아낸 접시는 근사했다. 소위 ‘쿡방’(요리하는 방송)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의 PD들은 카메라 안의 요리는 ‘정적인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셰프가 요리에 집중하는 동안엔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탓이다. 모던한 부엌에 서서 레시피를 설명했던 요리 프로그램이 대결 포맷과 만나 웃음이 가미된 건 불과 2~3년 사이다. 그보다 앞서 역동적인 요리 세계를 보여준 프로그램이 ‘누들로드’와 ‘요리인류’였다. 그 시절 이 다큐멘터리 두 편은 ‘드라마 시청률 도둑’으로 불렸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푸드멘터리’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한 이욱정 KBS PD는 음식을 통해 “인류가 살아온 궤적,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 인류가 가야할 길”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이었던 국수는 이 PD의 노련한 손 끝에서 푸짐한 ‘한 상’이 됐다. 그의 요리에 대한 관점이 다큐멘터리를 구성했다. 

“요리와 다큐멘터리는 닮았어요. 요리는 음식에만 그치지 않아요. 좋은 레스토랑은 종합예술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재료, 식기, 음식이 놓이는 테이블,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종업원의 유니폼, 흘러나오는 음악, 벽에 걸린 그림과 레스토랑의 냄새가 조화를 이뤄야 해요.”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국수라는 ‘건강한 식재료’를 소재 삼아, ‘인류 문명사’라는 거대한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 과정엔 카메라 기법, 영상미학, 편집의 묘미, 음악의 조화가 이뤄진다. 그 모든 과정이 곧 요리의 과정이다. 평범해 보이기만 했던 면발을 뽑아내는 장면(누들로드)이 뮤지션 윤상의 음악과 어우러질 땐, 입천장을 치고 내려오는 국수 가닥의 탄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구촌 곳곳의 요리인류들이 지켜낸 이 땅의 귀한 레시피를 관찰한 과정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막대한 제작비, 초고화질(UHD)로 구현한 첨단 방송기술, 최소 2년의 제작기간, 방대한 목적지를 향한 여정에 담긴 ‘음식 인류학’, 그의 프로그램은 방송사(KBS)의 자존심이었고, 새 장르의 개척이었다. 이른바 ‘푸드멘터리’(푸드 다큐멘터리)로 불렸다.
셰프만큼 요리를 깊이 이해하는 PD이자 ‘음식’을 통해 인류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인 이욱정 KBS PD를 만났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이욱정 PD의 ‘요리 스튜디오’에선 그의 요리와 프로그램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화덕에서 갓 구워낸 피자는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것 못지 않다.

▶ 500일의 요리 유학으로 얻은 것=‘누들로드’는 당시 방송가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프로그램 이후 이욱정 PD 앞에도 선명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음식 전문 PD로의 길이었다. 그 첫 걸음은 500일 간의 ‘요리유학’이었다.

“마이너스 통장을 털어 요리 유학을 갔죠. 지금 생각하면 한 마디로 정신나간 짓이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한 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더라고요. (웃음)”

요리 명문 ‘르 코르동 블루’로의 유학에선 얻은 것이 많다. “더 깊이있는 요리 전문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떠난” 유학길은 ‘군대’를 두 번 다녀온 ‘악몽 같은’ 체험이었으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다른 눈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요리사들에 대한 존경심”, “훌륭한 요리와 가짜 요리를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의 음식에 대한 존중”이 깊어진 것은 음식을 거대담론으로 만드는 이 PD에겐 값진 자양분이 됐다.

“오랫동안 기아에 시달린 에티오피아 농민들은 바나나가 열리지 않는 '가짜 바나나' 나무의 속을 캐내 땅에 묻어요. 그걸 발효시켜 빵으로 만들죠. 때때로 우리가 원시적이다, 미개하다고 말하는 음식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람들이 몇 천년간 적응하며 만들어낸 지혜의 산물이에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 식탁 위에 숨겨진 인류의 창의성에 경탄을 하게 돼죠. 요리하는 인류의 창의성엔 끝이 없고, 세계 인류의 음식에는 상하우열이 없어요.”

‘요리 유학’ 덕에 ‘요리하는 PD’라는 별칭도 생겼다. 사람들은 가끔 ‘셰프’라고 부른다. “셰프라고 부르는 분들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요. 요리학교를 졸업했다고 셰프일 순 없어요.” 자기 요리에 대한 점수도 박하다. 고작 55점. “졸업한지 벌써 7년이에요. 손이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아요.(웃음) 훌륭한 셰프들이 정말 너무나 많고요.”

이 PD는 ‘훌륭한 요리사’는 “자기가 무슨 요리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요리사는 생각보다 많아요. 좋은 재료가 있다면 적지 않은 요리사들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죠. 훌륭한 요리사는 좋은 스토리텔러예요. 식재료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자연에 대한 존중, 스태프에 대한 배려, 손님에 대한 존중을 가져야 하죠. 그리고 재료를 재해석하고 문화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 하나의 종합예술을 오케스트레이팅 하는 사람이 훌륭한 요리사인거죠.”

▶ 결국 식재료, “좋은 요리사=좋은 농부”=결국 좋은 요리의 시작, 훌륭한 셰프의 탄생은 식재료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 PD는 식재료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보편타당하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최고의 요리는 식재료를 적게 손 된 요리예요. 결국 요리는 식재료가 다예요. 요리사는 마술가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마술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마술이 아니라 자연의 것을 온전하게 접시 위에 담아내는 마술이에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 세계 푸드 트렌드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ㆍ농장 식재료를 식탁까지 가져오는 것)이다. 과거엔 내가 먹는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식품 안전성이 대두되고,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건강한 식재료를 손님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키우는 셰프들도 늘고 있다.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선 좋은 농부가 돼야하는 시대가 됐어요.”

과거처럼 도매상이 가져다주는 식재료에 의존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요리의 재료들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보게 된” 때다.

“하지만 식당 옆에 텃밭을 만든다고 ‘팜 투 테이블’이라고 해선 안돼요. 식당 옆 온실이나 화분에서 나온 재료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겠어요. 그건 표피적인 모방일 뿐이죠. 진짜 ‘팜 투 테이블’은 그 재료가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거예요. 그 과정이 나와 내 후손이 살아갈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팜 투 테이블’이죠.”

‘팜 투 테이블’은 세계적인 스타 셰프 댄 바버를 통해 트렌드가 됐지만 이 PD는 우리에게도 ‘팜 투 테이블’은 익숙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코펜하겐의 미식 트렌드를 이끈 노마라는 레스토랑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레스토랑이 화제가 된 건 주변의 바다와 산에서 얻은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가지고 요리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근데 실은 우리 조상들, 조상까지 갈 것도 없죠. 우리 할머니들은 산과 들에서 난 나물로 요리를 해왔잖아요. ‘팜’(Farm)이 인간이 경작한 것이라면, 그보다 앞서 ‘네이처’(Nature)가 있었죠. 우린 이미 ‘팜 투 테이블’을 능가하는 ‘네이처 투 테이블’이라는 오랜 음식 철학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팜 투 테이블’의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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