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요리와 음식엔 ‘시대의 트렌드’가 담겼다. 수천, 수만 년을 걸쳐 살아남은 음식들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4년 방송된 ‘요리인류’(KBS)에선 빵, 향신료, 고기 등 다양한 요리를 통해 인류 역사에서 살아남아 번창할 수 있었던 음식들의 공통점을 발견해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욱정 KBS PD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수만 가지의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시공을 넘어 몇 안 되는 음식만 살아남았다”며 “음식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 향유하는 사람의 니즈와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 하면 사라지고 도태된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음식들엔 공통점이 있었다. ‘보존성’과 ‘휴대성’이 뛰어다나는 점이다. 이동이 많았던 인류사에서 간직할 수 없는 음식은 도태됐다. 많은 “유목민들이 국수 대신 빵을 소비한 이유”는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휴대성,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보존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동 중 어디에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조리 과정도 특징이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현재 세상은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으로 살고 있는 현대인은 ‘24시간이 모자란’ 날들의 연속이다. 지금의 음식 트렌드는 과거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흥미롭게도 공통점은 나왔다.
이 PD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음식 트렌드로 두 가지를 꼽았다. “오늘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인류의 음식 트렌드”를 관찰한 결과다.
첫 번째는 ‘간편함’이다. 이 현상이 음식업계의 주요 화두가 된 것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은 “한 끼를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PD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밥을 먹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단지 간편하기만 해선 안 된다. 그 안에서 맛과 영양, 음식의 다양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간편한 음식이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패스트푸드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간편함과 건강의 조화는 전 세계 푸드업계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전문조사기관 NPD그룹의 조사 결과 캐나다인 80%의 아침식사 시간은 평균 15분 미만이며, 이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는 이동 중 식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설문에선 빨리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선호하면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캐나다에선 웰빙 아침식사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요리의 놀이화’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요리를 즐기는 문화’는 상반된 이야기다. 재료를 사서 다듬고, 조리하고, 설거지로 마무리하는 전 과정은 도리어 사 먹는 것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들어가는 ‘귀찮은 행위’다.
이 PD는 “놀이로서의 요리는 실용성과 떨어져 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셰프인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PD는 “평일에 일을 하면서 먹는 음식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들여 간편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반면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는 요리를 하나의 놀이로서 즐기게 됐다” 고 덧붙였다.
상반돼보이는 트렌드이지만 “이 두 가지 모순된 트렌드를 관통하는 일관된 특성” 역시 ‘간편함’으로 이어졌다.
과거 요리는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다. 가정 내에서도 때로는 의무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일이었다. 요리의 기본인 재료 준비 과정부터 요리의 마무리인 설거지에 이르는 긴 여정은 노동에 버금갔다. 요리가 재미있는 부분은 “준비된 재료를 지지고 볶고 접시에 담아 먹는 것”에만 해당한다. 지금은 요리 역시 최소화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리키트 시장의 성장이 이 같은 트렌드의 반영이다. 1인가구와 맞벌이 세대의 증가, 바쁜 일상의 영향으로 식재료를 모두 손질해 레시피와 함깨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요리키트는 접하기 어려운 요리를 레시피를 통해 손쉽게 요리하고, 본인 주도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즐기는 문화에 부합하고 있다.
닐슨리서치가 지난해 말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소비자 2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온라인 배송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밀키트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70%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PD는 “지금의 요리, 놀이로서의 요리는 요리의 전후, 재미없는 부분은 최대한 제거하기를 원한다”며 “놀이로서의 요리 역시 간편함을 추구하게 됐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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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방송된 ‘요리인류’(KBS)에선 빵, 향신료, 고기 등 다양한 요리를 통해 인류 역사에서 살아남아 번창할 수 있었던 음식들의 공통점을 발견해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욱정 KBS PD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수만 가지의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시공을 넘어 몇 안 되는 음식만 살아남았다”며 “음식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 향유하는 사람의 니즈와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 하면 사라지고 도태된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음식들엔 공통점이 있었다. ‘보존성’과 ‘휴대성’이 뛰어다나는 점이다. 이동이 많았던 인류사에서 간직할 수 없는 음식은 도태됐다. 많은 “유목민들이 국수 대신 빵을 소비한 이유”는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휴대성,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보존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동 중 어디에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조리 과정도 특징이었다.
KBS ‘요리인류’ 촬영 당시 이욱정 PD |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현재 세상은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으로 살고 있는 현대인은 ‘24시간이 모자란’ 날들의 연속이다. 지금의 음식 트렌드는 과거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흥미롭게도 공통점은 나왔다.
이 PD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음식 트렌드로 두 가지를 꼽았다. “오늘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인류의 음식 트렌드”를 관찰한 결과다.
첫 번째는 ‘간편함’이다. 이 현상이 음식업계의 주요 화두가 된 것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은 “한 끼를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PD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밥을 먹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단지 간편하기만 해선 안 된다. 그 안에서 맛과 영양, 음식의 다양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간편한 음식이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패스트푸드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간편함과 건강의 조화는 전 세계 푸드업계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현상이다.
123RF |
최근 글로벌 시장전문조사기관 NPD그룹의 조사 결과 캐나다인 80%의 아침식사 시간은 평균 15분 미만이며, 이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는 이동 중 식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설문에선 빨리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선호하면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캐나다에선 웰빙 아침식사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요리의 놀이화’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요리를 즐기는 문화’는 상반된 이야기다. 재료를 사서 다듬고, 조리하고, 설거지로 마무리하는 전 과정은 도리어 사 먹는 것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들어가는 ‘귀찮은 행위’다.
이 PD는 “놀이로서의 요리는 실용성과 떨어져 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셰프인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PD는 “평일에 일을 하면서 먹는 음식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들여 간편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반면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는 요리를 하나의 놀이로서 즐기게 됐다” 고 덧붙였다.
상반돼보이는 트렌드이지만 “이 두 가지 모순된 트렌드를 관통하는 일관된 특성” 역시 ‘간편함’으로 이어졌다.
과거 요리는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다. 가정 내에서도 때로는 의무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일이었다. 요리의 기본인 재료 준비 과정부터 요리의 마무리인 설거지에 이르는 긴 여정은 노동에 버금갔다. 요리가 재미있는 부분은 “준비된 재료를 지지고 볶고 접시에 담아 먹는 것”에만 해당한다. 지금은 요리 역시 최소화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리키트 시장의 성장이 이 같은 트렌드의 반영이다. 1인가구와 맞벌이 세대의 증가, 바쁜 일상의 영향으로 식재료를 모두 손질해 레시피와 함깨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요리키트는 접하기 어려운 요리를 레시피를 통해 손쉽게 요리하고, 본인 주도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즐기는 문화에 부합하고 있다.
닐슨리서치가 지난해 말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소비자 2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온라인 배송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밀키트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70%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PD는 “지금의 요리, 놀이로서의 요리는 요리의 전후, 재미없는 부분은 최대한 제거하기를 원한다”며 “놀이로서의 요리 역시 간편함을 추구하게 됐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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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