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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기한 지난 식품, 무조건 버리셨나요?
  • 2017.06.30.

[리얼푸드=서경원ㆍ육성연 기자, 그래픽 최현주] 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는 유통기한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주로 부정적인 내용들인데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됐다거나 이를 임의로 늘려 불법 보관했다는 식의 소식들입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유통기한이 식품안전의 금과옥조처럼 돼버려 이것이 경과된 음식은 무조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상식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지 않고 버리셨나요?”의 질문에 ‘그렇다’가 56.4%. ‘아니다’가 33.4% 라고 나타났습니다.



분명 유통기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우리 가족 안전을 위한 기초 수칙이며, 식품업체 입장에서도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식품위생관리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유통기한 하나에만 집중되다 보니 여러 경제환경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나 충분히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음식량이 매해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섭취 가능한 시점, 즉 소비기한이 경과되지 않았음에도 버려지는 음식이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합니다. 한국식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유통기한 때문에 발생한 손실 비용은 연간 6500억원 수준이며, 수거비와 폐기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가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경제 손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쓰레기로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에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과 위생체계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란 말 그대로 유통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합니다. 식품업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기한을 가리키죠.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일정한 실험과 검증에 따라 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있을 식품 사고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기한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데, 이에 따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정도로 설정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실제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 여부는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을 따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최종 기한을 의미하는데요.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소비기한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음식에 변질이 없고, 섭취시 체내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령 유통기한이 30일 짜리 식품이라면, 최소한 열흘 정도가 더 지나도 먹는데 지장이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유의 경우 보통 유통기한이 9~14일(냉장보관 기준)인데, 실제론 45일까지(미개봉시, 냉장보관 기준) 괜찮습니다. 액상커피의 소비기한은 최대 30일, 치즈는 70일, 라면은 8개월, 식용유는 5년까지입니다. 다만 이러한 기간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제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여야 하며, 냉장보관 등 제품의 초기 포장 상태가 잘 유지돼야 가능합니다. 시리얼 역시 제품에 기재된 유통기한은 가장 바삭하게 먹을 수 있는 시기로, 개봉 후에도 비닐팩에 밀봉하면 최대 3개월이 지나도 섭취에 문제가 없습니다. 사과또한 비닐팩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3주 후 먹어도 이상이 없습니다.

 

계란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3주인데, 이게 넘었어도 1~2주 정도는 괜찮습니다. 요플레의 경우 락트산 발효 과정이 이뤄진 제품이라 곰팡이가 피지 않았다면 먹어도 무방합니다. 소고기는 냉장 상태라면 유통기한에서 5주가 지나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냉동시엔 최대 1년 이상 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단, 고기에서 냄새가 나거나 변색 조짐이 있다면 즉시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채소 중에선 유통기한을 넘어도 괜찮은 품목이 토마토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달달해지며 부드럽고 주름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너무 묽거나 곰팡이가 발생되지 않았다면 섭취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생산일보다 도정일자를 많이 보는 쌀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습기와 직사광선을 잘 피해 보관만 잘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 이하 보관시 우유는 50일, 유음료는 30일, 치즈는 70일까지 품질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소비자원은 대부분의 식품안전사고에 대해 제조, 유통과정, 보관 등에서 식품을 적절히 취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품 외면에 ▷섭취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 품질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을 복수 표기해 소비자가 여러 사항을 검토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단일 체계입니다. 5년 전 정부가 가공식품에 대해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하는 것을 검토한 바 있지만,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하고 섭취 후 증상에 대한 각종 분쟁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죠. 하지만 여전히 소비기한 병기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활동이 왕성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덴마크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흠이 있는 제품만 파는 ‘위푸드’(WeFood)라는 슈퍼마켓이 생겨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위푸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전 세계 가난한 자에게 더 많은 수익금이 돌아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사회적 비용 절감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이 인류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유통기한이 다 된 상품만 모아 싸게 파는 슈퍼마켓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가니카의 제로마켓(http://www.organica.kr)등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모아 저렴하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양영란 올가니카 이사는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올가니카에서는 유통기한에 임박했지만 보관상태가 좋은 자사제품을 최대 80% 할인하는 제로마켓을 실시하게 됐다”며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여지면서 방문객 수도 늘어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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