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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돼지안심과 브로콜리, 감자로 만든 이태리의 맛은?
  • 2017.07.12.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육지의 여행자들은 제주도에서 보통 낭만, 힐링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원래 거기 살던 사람들에겐 도전의 땅이었다. 특히 농사를 짓기엔 척박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땅이 흙은 죄다 화산토여서 논농사가 어렵고 물은 늘 부족하다. 게다가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싱싱한 농산물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에겐 뭔가를 길러 먹는 건 굉장한 수고로움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제주도에도 식당은 널리고 널렸다. 뭍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차린 식당들까지 우후죽순 늘어났다. 식재료야 육지에서 얼마든지 실어올 수 있는 시절이다.  
메인요리로 나온 ‘한라산 미나스트리스’와 ‘제주 돌빵’
그래도 제주에서 난 식재료를 고집하는 식당들도 많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제주 슬로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2일 이 식당의 대표메뉴를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자리가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 펼쳐졌다. 여기서 제주 슬로비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한영미 대표를 만났다. 그는 “땅이 거칠긴 하지만, 제주에서 났다면 뭔가 신선하고 맛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게 제주 식재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희주 요리사(오가니제이션 요리 사업팀)는 제주 슬로비의 주력 메뉴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한라산 미나스트리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탈리아식 뇨끼가 메인요리로 나왔고 에피타이저로 토마토 수프, 디저트로 감귤푸딩이 나왔다.
제주 슬로비에선 제주도에서 난 각종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낸다.

메인요리는 제주에서 자란 돼지의 안심과 파프리카, 브로콜리, 감자를 부드러운 베샤멜 소스와 버무린 요리다. 베샤멜 소스를 얹은 모습이 마치 눈덮힌 한라산과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하얀 미나스티리스 성(城)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라산 미나스트리스로 작명했다고 한다.

돼지안심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혔다. 파프리카와 감자에서 느껴지는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었다. 느끼하지도, 짜지도 않은 베샤멜 소스가 식재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먹물을 넣어서 검게 구워낸 ‘제주 돌빵’을 소스에 적셔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후식으로 나온 감귤푸딩은 순하면서도 신선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푸딩에 깃든 어딘가 인공적인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후식으로 나온 ‘감귤푸딩’.

시식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타면 나오는 음식을 대접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주 슬로비는 제주에서 난 식재료를 사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식당 주변의 밭에서 자란 취나물이나 양파는 농민들로부터 직접 사들인다. 나머지는 유통채널을 통해 제주 각자에서 난 재료들을 들여온다. 일부 어쩔 수 없이 대형 마트에서 조달하는 것들도 물론 있다. 이 식당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메뉴는 ‘애월 비빔밥’이다. “각종 제주산 신선채소를 듬뿍 올려 비주얼도 좋고, 맛도 좋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한영미 대표가 시식에 참여한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한영미 대표는 외식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영셰프 스쿨’이란 대안학교도 꾸려 나가고 있다. 2010년부터 꿈나무 요리사들을 키워내고 있다. 현재는 8명이 8기로 들어와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엔 수원에 새 슬로비 매장을 열었고, 오는 8월 1일엔 서울 공덕동에 새 매장을 낸다. 영셰프들은 각 슬로비 식당에서 실습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졸업하고 나서는 정식으로 매장을 맡아서 운영하기도 한다. 지금 제주 슬로비 점장은 2기 졸업생이 맡고 있다.

한 대표는 “아이들이 요리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게 목표”라며 “사회적기업인 까닭에 부족한 점도 많지만 초심을지키면서 슬로비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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