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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 콩팥병환자, 과일ㆍ야채주스 과다섭취는 ’독(毒)’
  • 2017.07.17.
- 칼륨 함량 많은 과일ㆍ채소, 고칼륨혈증 유발
- 물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 위험
- 운동 전후 목이 마르지 않아도 수분 보충해야
- 과일은 통조림으로, 채소는 데쳐 먹으면 좋아

만성 콩팥병(만성 신부전) 환자인 최모(62) 씨는 올해 여름 각종 과일, 야채를 먹기가 꺼려진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해 여름 더위를 쫓기 위해 몇 조각 먹었던 수박이 문제가 돼 고칼륨혈증으로 한밤중 병원에 실려 가 응급 혈액투석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여름은 생으로 먹는 채소, 과일이 많아 걱정”이라며 “당근, 오이처럼 생으로 먹으면 맛있는 채소까지 데쳐서 먹고 있다”고 했다.

늦은 장마와 함께 폭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쫓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수박, 참외 등 시원한 제철 과일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칼륨 배설 능력에 장애가 있는 칼륨이 높은 각종 과일이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콩팥이 제 역할을 못해 몸 속에 칼륨이 쌓이고 나트륨 농도가 갑자기 낮아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과일 한 조각, 물 한 잔도 주의해 섭취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한여름 더위를 쫓는 데 최고인 수박. 그러나 콩팥 기능이 떨어져 소변으로 칼륨을 거의 배출하지 못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자칫 독(毒)이 될 수 있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 13일 오후 경남 지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이웃끼리 서로 수박을 즐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칼륨 함량 많은 과일ㆍ채소는 독(毒)=몸에 칼륨이 부족하면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사람들은 흔히 “여름 탄다”고 말한다. 이때 칼륨이 많이 들어간 과일이나 채소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 특히 콩팥 기능이 절반 이상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는 환자는 과일, 채소의 과다한 섭취가 독이 될 수 있다. 일반인과 달리 콩팥 기능 저하로 인해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칼륨이 극히 줄어 있기 때문이다.

문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할 경우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고칼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근육의 힘이 빠지거나, 이상 감각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부정맥이 발생해 심장이 멎는 등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덥다고 물 한꺼번에 마시면 의식장애까지=적은 활동에도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에는 수분 손실이 많아져 탈수의 위험이 증가한다. 하지만 탈수가 일어난다고 물을 무조건 많이 마시먄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몸 속 전해질도 같이 섭취되거나 조절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 조절 능력이 낮기 때문에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심할 경우 의식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문 교수는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는 소변을 통한 수분의 배설이 거의 없으므로, 여름철 수분 섭취가 과도해지면 체중 증가와 함께 심한 경우 폐부종까지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만성 콩팥병 환자가 수분을 부족하게 섭취하면 탈수는 물론 신기능까지 감소할 수 있다. 때문에 운동 전후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노인은 탈수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 운동 전 미리 물 마시면 좋아=때문에 만성 콩팥병 환자는 특히 여름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고칼륨혈증을 막기 위해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칼륨은 과일과 채소의 종류에 따라 그 함량이 다르다. 바나나, 참외, 토마토, 키위보다는 포도, 오렌지, 사과에 칼륨이 적다. 채소도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지만,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에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 뿌리나 줄기보다 잎에 칼륨이 적다.

또 과일은 통조림으로, 채소는 물에 삶거나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이나 채소를 물에 담아 놓거나 데치면 칼륨이 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채소는 가급적 잘게 썰어서 재료의 10배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놓았다 새 물에 몇 번 헹궈서 섭취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칼륨 함량의 30~50%를 줄일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밥은 현미밥이나 잡곡밥보다 흰밥이 좋다. 곡류 중 백미보다는 검정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에 칼륨이 많기 때문이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고구마, 감자, 토란, 밤, 땅콩에도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노란콩에 검정콩보다 칼륨이 월등히 많다(50g당 각각 670ㆍ84㎎). 녹두, 팥에도 칼륨이 많다. 이런 곡류나 견과류는 조심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저나트륨 소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흔히 부종이나 고혈압이 동반되므로 저염 소금이나 간장 등을 사용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같은 소금과 간장에는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성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일ㆍ야채 주스나 녹즙도 피하는 것이 좋다. 콩팥병 환자가 과다하게 과일ㆍ야채 주스를 마시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정상의 30% 이하로 감소된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이들 주스는 고칼륨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녹즙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현미녹차와 코코아에도 커피보다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오 주의해야 한다(100g당 각각 960ㆍ730ㆍ65mg).

물은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히다. 하지만 갈증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갈증이 나면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을 할 경우 운동 전 미리 물을 마셔 두고, 갈증이 날 때에는 항상 물을 보충하도록 한다. 차가운 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온ㆍ탄산음료로 갈증을 푸는 것은 금물이다.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장내 흡수가 잘 되지 않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 팽만감과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이온음료와 탄산음료에는 많은 양의 칼륨과 인이 포함돼 있어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들 음료 대신 물로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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