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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대야 이겨내기 ①] 체온 떨어지지 않아 각성상태 돼…불면증 조심하세요
  • 2017.07.31.
- 폭염ㆍ열대야 탓 몸속 열 방출 안돼 온열질환
- 열대야, 수면 부족 일으켜…”주간 졸음증 유발”
-“새벽에 깨는 불면증은 질병 동반…의사 만나야”

세종시 보람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45) 씨는 요즘 초등학교 5학년 아들(11)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 금강수변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여름밤 더위 때문에 생긴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공원 온도는 아파트 거실보다 2∼3도 정도는 낮다”고 말했다. 이어 “강바람이 솔솔 불어와 누워 있으면 확실히 잠이 잘 온다”며 “새벽에는 추워서 침낭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막바지 장마와 무더위로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몸속에서 여러 가지 생리 작용이 일어나는 탓에 피로하고 힘겨울 수 밖에 없다. 

열대야 때에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우리 몸은 흥분된 각성 상태가 돼 잠을 이루기 어렵다. 열대야를 맞은 지난 21일 밤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나오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피로감, 불쾌감, 탈수, 탈진, 두통 등의 현상이 생기는 증상을 열증후군(열피로)이라고 한다. 이것이 여름철 피로감의 큰 원인이다. 이처럼 약해진 신체 기능 탓에 여름에는 조그마한 환경 변화나 건강 위험 요인에 쉽게 반응해 크고 작은 병이 잘 생긴다. 특히 낮동안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며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거나,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 몸에서 열이 방출 안돼 온열 질환 발생=우리 몸에서는 열이 만들어지고 방출된다. 주변 기온이 올라갈 경우 열을 방출시켜 체온 조절을 해야 된다. 몸에서 열을 방출하는 방법은 ▷복사(전자기파 형태로 열 전달) ▷전도(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열 전달) ▷대류(공기의 움직임에 의한 열 전달) ▷증발(액체가 기체로 변화해 열 전달) 등이 있다. 

이 중 대부분 복사와 전달에 의해 열이 방출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고온다습할 경우 열이 방출되지 않고 몸에 쌓이면서 온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오수빈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온도가 32도 이상인 경우 복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습도가 35% 이상인 경우 증발이 잘 되지 않아 열이 방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에는 열실신, 열탈진, 열경련, 열사병이 있다. 열실신은 말 그대로 열에 의해 실신까지 하는 것이다. 오 교수는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면 몸에서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에 있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피부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된다”며 “이로 인해 머리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고 했다.

열경련의 경우 열에 의해 다리, 어깨 등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땀에는 염분, 전해질 성분이 포함돼 있다. 사람은 보통 땀을 많이 흘린 후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신다, 하지만 물에는 염분이나 전해질이 없기 때문에 몸속 전해질이 일시적으로 낮아져 열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일사병은 열탈진이라고도 불린다. 열경련 뒤에도 더 많은 땀이 분비되면서 몸의 수분과 전해질이 모두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구토, 두통, 오심 등이 있다. 체온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오 교수는 “열사병은 온열 질환 중 가장 위중한 질환이다. 몸의 체온 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며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상승하고 열에 취약한 중추신경계가 이상을 보이며 운동실조, 경련, 실신, 혼수상태 등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열대야 때에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들기 어려워=우리 인체는 낮보다 밤에 체온이 낮아진다. 하지만 열대야로 한밤에도 외부 온도가 25도를 넘게 되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흥분된 각성 상태가 된다. 이에 대해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 조절을 위해 말초 혈관이 확장돼 피부 온도가 높아진다”며 “땀이 흐르면서 생기는 불쾌감 때문에 잠이 들기 쉽지 않고, 잠이 들어도 쾌적한 수면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7~8시간,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9~10시간 정도의 잠이 필요하다. 하지만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는 일상생활의 리듬을 깨뜨려 피로감이 심해지고 졸음을 유발한다. 다음날 밤에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교수(신경과)는 “계속되는 수면 부족은 낮에 깨어 있어야 할 때 자주 졸게 되는 주간 졸음증을 일으킨다”며 “주간 졸음증은 작업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밤에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우선 원래 잠들기 어려운 유형으로, 대개 일상생활에서 오는 긴장, 불안, 걱정 등이 원인이다. 다음으로 밤새 깨어 있거나 새벽에 일찍 깨는 유형으로 나쁜 습관, 통증,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 우울증, 소음 등이 원인이다. 조 교수는 “새벽에 깨는 불면증은 질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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