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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동안 A4 감옥에 갇힌 채…” 살충제 달걀, 동물복지 사각지대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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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빽빽하게 쌓아올린 철제 우리, 앉지도 눕지도 못한 채 두 다리로 꼿꼿이 서서 24시간 내내 알을 낳는다. 고작 0.05㎡, 날개를 펴보지도 못 하는 이 공간은 일명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린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렸던 ‘살충제 달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곳은 현재까지 전국 45개 농가로 늘었다. 더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에그 포비아’까지 불러온 ‘살충제 달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공장식 사육’으로 꼽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계란을 낳기 위해 기르는 닭) 농가 1464곳 중 약 95%는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은 불과 5%. 유정란 농가(방사 시스템)를 포함해 92곳에 불과하다. 

▶ 0.05㎡, 날갯짓도 못 하는 ‘배터리 케이지’=‘살충제 달걀’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배터리 케이지’는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와 다름 없다.

A4 용지(0.062㎡)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는 닭 한 마리가 날개를 펴기에도 부족하다. 닭이 날개를 한 번 펴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고작 0.065㎡, 날갯짓을 하려면 0.198㎡가 필요하다. 산란계에겐 이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케이지 안의 닭들은 약 2년(90주) 동안 꼼짝을 못한다. 생산성이 나빠져 도태될 때까지 감옥에 갇힌 채로 산다”고 말했다. 산란계는 보통 1년~1년 6개월,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키운다. 이 기간이 산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배터리 케이지’는 사실 산란계 농가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도입돼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적은 공간에서 많은 달걀을 얻을 수 있고, 사료 급여 관리에도 용이하다. 작은 우리에 갇혀 사료를 수급받는 닭들은 단시간 안에 몸을 불린다.

심지어 사육 방식도 잔혹하다. “산란장에선 24시간 인공조명을 켜놓고 날이 바뀐 것으로 인지”(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 팀장)하게 만든다. “닭들이 계속 해서 알을 낳게 하려는 목적”(채일택 팀장)이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 사육은 동물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 팀장은 “무리하게 생산성을 높이려다 보니 닭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며 “배터리 케이지 안에선 부리로 쪼아 서로를 잡아먹는 카니발리즘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충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사육 환경으로 인해 야기된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산 닭 진드기 감염률은 94%에 달했다. 비위생적인 좁은 공간에서의 사육과 기온 상승은 진드기 감염률을 높이고 있다.

채일택 팀장은 “갇힌 상태가 아니라면 암탉은 이틀에 한 번 모래 목욕을 통해 자연적으로 진드기나 이물질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제 우리 안의 닭들은 ‘모래목욕’의 기회를 상실한다. 한 번 발생한 진드기는 닭들 사이에서 전염성이 높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배터리 케이지는 진드기 창궐이 최적화된 환경이다. 살충제 사용에 이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살충제 살포가 반복되면 해충도 면역이 생기니 더 강력한 살충제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문정훈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축산 구조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밀집사육으로 인해 동물들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며, 벌레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동물복지가 곧 인간의 복지”=살충제 달걀 사태로 인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해 동물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사태 재발을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데에 합의를 이루고 있다.

해외에서도 배터리 케이지 사육 반대 움직임은 일찌감치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고, 2012년부터 기존 농가에서도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막았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해외 동물복지 축산정책 현황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선 7개 주에서 ‘농장동물 감금법령’을 시행 중이며, 캘리포니아와 미시간에선 산란계 케이지 사육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동물복지와 인증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문정훈 교수는 “프랑스에선 토종닭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반드시 일정 기간 이상은 방사를 해서 키워야 한다”며 “계사에 문을 만든 뒤 병아리 때는 닫았다가 닭이 일정 이상 커지면 개방하는데, 낮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밤에는 계사 안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을 거쳐야 토종닭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방형 사육 시스템을 절충해 인증 단계까지 구축한 방식이다.

지난 2014년 기준, 해외의 산란계 동물복지 사육규모를 보면 중국이 14억수로 가장 많고 미국 2억9110만수, 인도 2억1083만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부족하다. 117만 마리(2017년 3월 통계청 자료 기준)에 불과하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계기로 생산성에 매몰돼 간과했던 공장식 사육 환경의 개선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채일택 팀장은 “살충제 달걀은 동물 복지가 곧 인간의 복지이자 인간의 건강과 깊숙하게 관계돼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계기가 된 사태”라며 “밀집사육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사 사건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정훈 교수 역시 “동물복지 인증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겠지만, 평사에서 키우는 환경의 개선이 살충제 달걀과 같은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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