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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절기 불청객 통풍 ①] 가을바람 불기 시작하는 요즘, 발끝이 더 아파집니다
  • 2017.08.28.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해 이름이 붙은 病
- 환절기나 날이 서늘해지면 발병 가능성 커져
-“발열 등 증상 유사한 각종 관절염과 구분해야”
-“발작 나타나면 발 들어올리고 얼음 찜질 해야”

지난해 이맘때 어느 날 아침 회사원 정모(49) 씨는 일어나자마자 발끝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발등 역시 퉁퉁 부어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전날 회식 때 마신 술 때문이라고 생각한 정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정 씨는 통풍 초기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요새 더위가 잦아들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더 걱정스럽다”며 “(통풍 발병을 알게 된)지난해 생각이 난다”고 했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해 이름이 붙은 병 통풍(痛風). 과거에는 40대 이상 중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20∼30대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늘고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나 서늘해질 때 통풍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환절기 신체는 계절의 변화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때 갑자기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하게 발열ㆍ부종ㆍ동풍 동반하는 화농성 관절염과 구분 필요”=정형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족부ㆍ족관절센터 소장(정형외과 교수)는 “통풍은 요산염이 관절이나 여러 조직에 침착돼 발생되는 일련의 전신적 대사장애 질환”이라며 “이때 발병한 통풍성 관절염은 요산 증가로 나타나는 요산염에 의해 발생된다”고 말했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이다. 혈액, 체액, 관절액 내에서는 요산염의 형태로 존재한다. 혈중 요산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을 넘으면 고요산혈증이 발생한다. 고요산혈증의 원인은 크게 요산이 과잉 생산되는 경우와 요산의 배설이 감소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을수록, 고요산혈증이 오래 지속될수록 통풍의 발생 위험은 높아진다. 하지만 고요산혈증이 있음에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정상 범위의 요산 수치를 보여도 통풍이 발병되는 경우도 있다.

정 소장은 “전형적으로 급성 단관절염을 일으키는 통풍은 여러 관절염과 감별하는 진단이 필요하다”며 “통풍과 가장 중요하게 감별해야 하는 질환은 화농성 관절염”이라고 했다. 이어 “화농성 관절염은 통풍처럼 발열, 부종, 발적, 동통을 유발하므로 관절액을 편광현미경으로 검사하거나 균 배양 검사를 통해 감별한다”며 “드물게 통풍과 화농성 관절염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PPD(Calcium pyrophosphate dehydrate) 결정이 유발하는 가성 통풍, 건선 관절염, 반응성 관절염 등의 염증성 관절염은 역시 통풍의 임상 증상과 유사해 감별이 필요하다. 정 소장은 “건막류 같은 퇴행성 질환, 스트레스 골절, 재발성 류마티즘도 단관절염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풍과 감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만성 통풍 결절성 관절염 단계에서는 다발성 관절염 양상을 보여서 류마티스 관절염과 감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종, 홍반, 압통 증상 때문에 화농성 관절염, 봉와직염, 건염, 염좌, 가성 통풍 등으로 통풍을 잘못 진단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관절액 천자 검사를 통해 관절액에서 다형 백혈구와 세포 내 요산염 결정체를 확인하면 통풍으로 확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중 약 75%, 첫 발작 이후 6개월~2년 안에 다시 발작=통풍은 대개 여자보다 남자에게 발병한다. 주로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의 관절이 갑자기 빨갛게 부어오른다. 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통풍의 증상은 대개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2주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호전된다. 그러나 환자 중 약 75%는 첫 번째 통풍 발작 이후 대개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두 번째 발작을 경험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성 발작은 횟수가 점점 잦아지며 증상이 오래 지속되게 된다. 결국에는 여러 부위의 관절에 통풍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통풍성 관절염이 수년간 지속되면 관절 주변, 팔꿈치 주위, 손가락, 발가락, 귓바퀴 등에 통풍 결절이 생길 수 있다. 정 소장은 “질환이 악화되면 관절의 광범위한 손상과 기형을 초래하게 된다. 또 고요산혈증으로 인해 신결석, 급성ㆍ만성 통풍성 신병증이 생기기도 한다”며 “따라서 통풍 발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진료ㆍ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풍은 약물과 올바른 식이 요법을 병행해 치료라게 된다. 치료를 하는 목적은 급성 발작 시 염증을 빨리 호전시키면서, 통풍의 재발을 억제하고, 관절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정 소장은 “급성 발작 시 약물치료와 함께 통증이 있는 관절은 쉬게 하면서, 발을 들어 올린 뒤 얼음 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며 “통풍 재발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중 요산 농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 발작이 잦은 사람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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