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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맛을 공유하다 ②] ‘別味 한식’에 빠지고, ‘無味 평양냉면’에 반하다
  • 2017.09.01.
-코릿 선정 대한민국 톱50 레스토랑 보니…
-젊은 셰프들의 과감한 도전…한식 대약진
-아버지 음식 ‘평양냉면’도 오빠 음식으로
-프렌치ㆍ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여전히 강세
-일식ㆍBBQㆍ스테이크 등은 작년보다 저조

긴 불황의 터널에 갇히면 소비심리는 자연스레 움츠려든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곧 엄습할 것 같은 불안감에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불황에도 승승장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 ‘맛집’들이다.

고공행진 물가에 지갑은 얇아져도 맛집에서 만큼은 아낌없이 돈을 꺼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맛있는 한끼’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시대가 그렇다. 최근에는 이런 맛집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달과 함께 단순히 먹는 것에서 보고 즐기고 공유하는 대상으로 퍼지면서 친숙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유명한 맛집 리스트는 주변에서 늘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2017년 대한민국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식당은 어디일까.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제2회 코릿’ 행사에서 셰프들이 음식을 정성껏 만들고 있다. [제공=코릿]

코릿(KOREAT)이 일정 해답을 내놨다.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로 평가받는 코릿은 31일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레스토랑 전국 톱 50곳과 제주 톱 30곳,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스타트업 톱 10곳 등 총 90곳을 선정, 발표했다.

코릿에 따르면, 올해 외식업계의 5개 키워드는 ▷프라이비트 ▷다양성 ▷외식의 고급화 ▷채식 ▷클래식 등이다.

코릿 관계자는 “SNS 발달과 욜로(YOLO)의 영향력으로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을 위한 생활을 추구하는 흐름이 커진 것이 외식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자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채식에 대한 니즈가 강해진 것도 한 흐름”이라고 했다. 그는 “코릿 조사 결과,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식이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것으로 나왔고, 많은 일반인들도 절정의 만족감을 공유할 수 있는 입맛에 행복을 느끼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코릿이 선정한 대한민국 맛집 랭킹50을 살펴보면 한식&모던한식, 프렌치, 평양냉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두루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는 지난해 코릿과 유사한 흐름이다.

다만 올해는 한식(모던한식 포함)의 경우 톱50곳 중 절반에 가까운 21곳이 선정되면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제2회 코릿’ 행사를 찾은 이들이 푸드트럭 앞에서 셰프들의 음식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제공=코릿]
이처럼 한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젊은 셰프들의 과감한 도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식은 그동안 ‘고급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젊은 세프들이 한식을 다이닝화 시키면서 특화시켰고, 이것이 젊은층까지 어필하면서 ‘한식의 재발견’에 성공했다는 것이 코릿의 평가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는 “최근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기본으로 다이닝화를 이뤄내면서 한식의 위상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며 “이에 한식은 다른 고급 레스토랑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더 플라자 운영기획팀 김창훈 셰프는 “단품 프렌치 요리와 같은 모던한식이 등장하면서 한식이 무겁고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벗어났다”며 “서양식의 플레이팅이 한식과 조화를 이루면서 보다 고급스럽고 평소 접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조리법 등으로 전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게 돼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기가 커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식 외에도 ‘냉면의 재발견’도 올해의 음식트렌드 특징이다. 평양냉면으로 이름난 우래옥 등 냉면전문점 6곳이나 톱50에 이름을 올렸다. 몇해 전부터 평양냉면 바람이 불긴했지만 올해는 열풍으로 번졌다. 냉면집은 나이 지긋한 이들의 단골집을 벗어나 20대들도 줄을 서며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아버지들의 음식으로 통했던 ‘무미(無味)’의 평양냉면은 이젠 ‘평뽕’(평양냉면에 중독되다는 의미)의 아들 음식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편 코릿 톱50에 당당히 낀 중식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진진’을 비롯해 국내 호텔 최초의 중식당인 ‘도원’, 그리고 ‘상해루’, ‘홍연’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일식과 바&펍, 디저트, 유러피아, BBQ, 스테이크 등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했다.

더 플라자 김용수 수석셰프는 “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보다 좋은 식재료로 역량있는 셰프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제공하는 미식을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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