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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식하면서 바뀐 삶, 건강한 빵으로 나눠요”…강대웅ㆍ이윤서 부부
  • 2017.09.15.
-비건카페 ‘뿌리온더플레이트’ 운영하는 부부  
-질병때문에 시작한 채식, 베이커리 운영으로 이어져
-음식과 연결된 삶의 가치관을 나누는 모임도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시작은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한 통로가 되버렸다. 강대웅(35ㆍ남)ㆍ이윤서(32·여) 부부에게 채식이란 건강한 식문화 이상의 의미다. 서울 북촌에서 비건(veganㆍ엄격한 채식주의자) 베이커리 카페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운영중인 강대웅ㆍ이윤서 공동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나눌뿐 아니라 작은 모임을 통해 건강한 삶의 방식도 나누고 있었다. 평온한 분위기가 넘치는 비건 카페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윤서ㆍ강대웅 ‘뿌리온더플레이트’ 공동대표는 밀가루ㆍ계란ㆍ설탕ㆍ버터를 넣지 않고 건강한 식재료만을 골라 비건 베이커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버터ㆍ계란ㆍ설탕ㆍ밀가루는 제외, 건강한 식재료만 넣어요=육식을 즐기던 이들도 최근에는 비건 베이커리에 관심을 가진다.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전보다 주목을 받는 것은 계란 없는 건강한 빵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특히 아이들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계란 문제이기 때문에 주부들의 걱정이 더 커진듯 해요. 하지만 계란만의 문제가 아닌듯 합니다. 공장식 축산업이나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늘 있어왔죠. 보다 건강한 식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으면 합니다”
 
이곳에서는 계란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빵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양한 종류와 맛이 가능하다.

“여기서 만드는 모든 음식이나 빵에는 밀가루, 설탕, 버터, 계란, 일반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요. 국내산 유기농 현미가루, 메이플시럽, 현미유나 포도씨유, 천일염이나 죽염들이 이를 대신합니다. 베이킹파우더의 경우 황산알루미늄프리ㆍ글루텐프리ㆍ젖산프리를 따지다 보니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어요. 유기농 식재료와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콩, 공정무역으로 산 견과류 등 섬세하게 재료를 고르려고 합니다.”

이 곳에서는 비건 베이커리뿐 아니라 채식 모임과 쿠킹클래스를 통해 건강한 삶을 원하는 이들과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건강한 베이커리, 그 맛은 어떨까. 기자가 먹어본 ‘현미 플레인’ 조각 케익은 가격(9000원)은 좀 비쌌지만 그만한 맛의가치가 있었다. 밀가루가 없어 식감이 거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매우 부드러웠다. 현미가루와 두유, 캐슈넛의 조화는 고급스러운 고소함을 느끼게 했고, 설탕의 가벼운 단 맛 대신 깊은 맛이 났다. 이곳의 음식을 맛본 이들은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ppuriontheplate)이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ppuriontheplate)을 통해 ‘자극적이지 않고 계속 생각나는 맛’, ‘밀가루 없이도 맛있다’, ‘깔끔하고 건강한 맛이 난다’ 등의 반응을 남긴다. ‘현미 초코’ 케익, ‘현미 두부크림’ 케익, ‘흑임자 머핀’ 등 카페에서 판매중인 유기농 현미케익은 밀가루를 잘 소화하지 못했던 강 대표가 설탕이나 밀가루없이 건강한 케익을 만들고 싶어 개발한 메뉴다. ‘퀴노아곡물샐러드’ 등 카페 음식은 아내인 이 대표가 담당하고 있다.
  
“음식을 드신 분들은 무엇보다 속이 편하다고 좋아하십니다. 저희 카페에는 당뇨가 있으신 분들도 많이 오세요.”
 
꼼꼼하게 따진 식재료들의 원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베이커리보다 비싸다. 하지만 좋은 식재료를 써야 건강한 음식이 나온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이윤서 대표는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예민성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면서 삶의 방식도 주체적으로 바뀌고 가치관도 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직장까지 그만두게 한 질병, 채식으로 극복=이 대표는 채식을 하면서 건강한 맛에 대한 예민성이 커졌다. 채식을 시작한 건 건강상의 이유다. 미국으로 건너가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음양의 조화가 맞는 제철 식품을 최대한 자연 상태로 먹는 채식조리법)을 배웠고 국내에서 이와 관련된 쿠킹클래스와 채식 모임을 열게 된 것이 현재 비건 카페의 시작이었다.
 
“건선 피부질환때문에 꽤 오래 고생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증상이 악화됐는데 약물치료를 해도 안될 정도였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자연치유 여행과 현미채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거짓말처럼 회복되는 거에요. 음식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 미국에서 마크로비오틱 리더십프로그램을 수료했어요.”

민낯인데도 환한 얼굴을 한 이 대표는 건선 피부염이 다 나은 상태였다. 강대웅 대표는 아내보다 먼저 채식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시절 명상과 함께 채식을 시작했고 조계사에서 1년간 사찰요리도 배웠다. 채식을 하면 몸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유기농현미가루, 유기농두유, 메이플시럽, 캐슈넛이 들어간 ‘현미 플레인’ 과 유기농공정무역카카오가루로 만든 ‘현미 초코’ 케익/ 사진=‘뿌리온더플레이트’ 제공

▶음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다=채식의 좋은 점을 몸소 체험한 부부는 건강한 음식을 좀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다.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음식의 중요성을 개인적으로 강하게 느껴서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2011년 쿠킹클래스와 작은 모임을 시작했는데 채식 음식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2년 후 카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채식을 하면서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면서 삶의 방식도 주체적으로 바뀌고 가치관도 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음식은 단순하게 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모임의 참가자 중에는 채식을 하면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더 생각하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 삶을 바꿔보고 싶고, 건강한 음식을 바라는 이들이죠. 살아가면서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점이 필요한데 음식이 그 전환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강 대표는 건강한 음식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문화적인 공간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이같은 모임을 확대하기 위해 카페는 다음달부터 금요일과 토요일만 문을 열 계획이다.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의 방식, 더 나아가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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