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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왜 ‘베트남 커피’에 끌렸을까…김소연 커피사업가
  • 2017.09.19.
- 베트남 커피에 매력을 느껴 하노이에서 커피전문점 사업 시작  
- 로부스타종도 로스팅과 관리에 따라 고급화 가능 
- 베트남 커피를 고급화한 ‘스페셜티’ 매장 운영이 목표

 
[리얼푸드=베트남(하노이) 육성연 기자]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넘버원, 예멘 모카 마타리,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 3대 커피’도 아니다. 그녀가 빠진 커피는 베트남 커피다. 베트남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베트남까지 건너가 커피사업을 벌였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하노이에 7개의 커피전문점 매장을 가진 한국계 커피 브랜드 ‘브이프레소’를 만들었다. 그녀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만큼 베트남 커피를 좋아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서 김소연 브이프레소(Vpresso) 대표를 만났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커피전문점 사업을 하고 있는 김소연 대표, 그는 베트남 커피의 매력으로 다크로스팅과 연유와의 조화로운 맛을 꼽았다.

▶베트남 커피의 매력, ‘다크로스팅과 연유’=평소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가 베트남 커피에 끌리게 된 계기는 베트남 여행을 통해서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다니다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남편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갔어요. 거기서 베트남 커피를 맛보게 됐는데 특징이 강해서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전통적인 커피 문화도 재밌었죠. 그 매력에 이끌려 커피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베트남에는 고유의 커피문화가 잘 발달했고,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커피사업상 이점도 있었어요. 비용면에서도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하는 것이 더 이득이란 생각을 했죠.”  
베트남 하노이에 7개 매장이 있는 커피전문점 ‘브이프레소’(Vpresso)외부 모습.
그렇게 시작한 커피 사업은 지난해 한국지사인 ‘브이프레소코리아’를 설립해 국내서도 베트남 커피를 선보이며 성장중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카페쓰어다’(Caphe Sua Da)를 통해 베트남 고유의 커피를 설명했다.
 
“‘카페쓰어다’에서 ‘카페’(Caphe)는 커피, ‘쓰어’(Sua)는 연유, ‘다’(Da)는 얼음을 뜻합니다. 연유를 넣은 차가운 커피라는 뜻이죠. 베트남 전통추출방식인 핀(phin)으로 내린 커피로, 핀 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3~4분 정도 기다린후 내려진 커피를 마십니다. 고압으로 빨리 추출한 에스프레소와 달리 추출 과정을 직접 볼수 있어서 재밌어요. 베트남 가정에서도 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
 
‘카페쓰어다’는 베트남산 로부스타종을 전통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가 베트남인만큼 고유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베트남 대표 메뉴다.
 
“베트남은 프랑스 점령기 때부터 커피재배를 시작했어요. 베트남의 지역적 특성이 커피재배에 적합해서 프랑스인들이커피나무를 심었죠. 하지만 더운 기후때문에 신선한 우유를 보관하기가 어려워 대체제로 단 연유를 사용했다고 해요. ”
 
김 대표가 베트남 고유 커피의 매력으로 꼽은 것은 로부스타의 다크로스팅과 연유다.
 
“베트남 커피의 매력은 다크로스팅입니다. 오랜시간 커피콩을 볶아 색깔이 어둡고 쓴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에요. 로부스타 원두 자체도 아라비카에 비해 무거운 맛과 참기름같은 고소한 맛 납니다. 특유의 방앗간 향기같은 고소한 맛이 연유의 달콤함과 어우러질때 매력적이에요. ”
 
베트남산 로부스타를 전통추출방식인 핀(phin)으로 내려 3~4분 정도 기다린후 마신다.

▶베트남 토종커피가 스타벅스보다 잘 나가는 이유=베트남 고유 커피의 특성이 강하고 100년이 넘는 재배 역사를 가진 베트남인들은 자국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베트남인들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자부심과 함께 맛과 가격에 대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BMI’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베트남 1인당 커피 원두 소비량은 2005년에 비해 3.2배나 늘었다. 커피시장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카페도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외국계 커피전문점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베트남인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는 경향이 강해요. 베트남 내 스타벅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이 부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베트남인은 쓴 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은 로부스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아라비카종의 경우 연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맛의 영향력도 있지만 토종 카페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이다. 베트남 통계청 추산 201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215달러(한화 약 250만 원) 수준이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베트남인에게 해외브랜드 커피의 가격은 비싸게 느껴질수 밖에 없다.
 
“최근 스타벅스등 외국 브랜드가 가격을 낮춰서 아메리카노 한잔에 6만동(한화 약 3000원)에 판매하는데, 현지 일반 카페의 ‘카페쓰어다’ 가격은 1만5000동(한화 약 750원)에서 2만동(한화 약 1000원)정도예요. 아직 많은 시민들은 비싼 해외브랜드의 커피를 마음껏 사먹을 정도의 생활수준이 안됩니다. ”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하노이의 경우 소득증가로 소비 수준이 높아져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달랏 지역의 커피 농가들도 커피 고급화에 돌입했으며, 호치민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들도 많아졌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서구화된 에스프레소 방식도 현재보다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페쓰어다’는 핀으로 내린 로부스타종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넣어 만든 아이스 커피를 말한다. /브이프레소 제공

▶베트남 커피도 ‘스페셜티’ 가능=고급 커피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베트남 전통 커피의 수요는 줄어들까. 김 대표는 베트남 커피도 얼마든지 고급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에게 베트남 커피는 저렴하고 질낮은 인스턴트 커피용이라는 선입견이 강해요. 그동안 베트남이 저렴한 커피위주로 수출을 해오다보니 로스팅 관리가 제대로 안됐어요. 하지만 로스팅 관리가 제대로 된다면 고급 커피가 나올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앞으로의 커피 사업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로부스타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베트남 커피도 맛있고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커피 농장에서 재배된 로부스타는 블랜딩(2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을 하지 않고 ‘싱글오리진’(한 종류의 원두로만 내려마시는 커피)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맛도 아라비카와 달라 특색이 있죠. 더 진하고 산도(시큼한 맛)가 약해 구수한 맛을 즐길수 있어요. 또 베트남에서도 아라비카가 소량이지만 재배되고 있습니다. ”
 
향후 목표는 베트남 산 아라비카 원두와 로부스타를 고급화시킨 스페셜티 매장 운영이다. 그가 내세운 스페셜티 커피의 포인트는 다양한 추출방식이다. 김 대표는 “와인도 어떻게 숙성하냐에 따라 차이가 있듯이 원두도 추출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며 “다양한 추출방식을 통해 고급스러운 베트남 커피의 맛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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