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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모싯잎송편①]송편 하나가 영광을 어떻게 바꿨나?
  • 2017.09.22.
[리얼푸드(영광)=고승희 기자]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해풍에 흐드러지는 모싯잎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들이며 도로며 자리한 곳마다 세를 확장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저기, 저거요. 저것도 모싯잎이에요.”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는 “모싯잎은 기후가 좋아야 잘 자란다”고 말했다. 연평균 기온이 13.4℃, 일교차는 9℃.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많고, 모싯잎이 잘 자라는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 모싯잎 성장에 ‘최적의 조건’은 모두 갖췄다.

영광 동부콩은 7월부터 10월까지 수확 시기에 접어든다.
해안도로를 지나 평야지대로 들어서면 좁다란 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선 모싯잎이, 왼쪽에선 동부콩이 자라고 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은 모싯잎은 앞뒤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짙은 녹색의 앞면과 하얀 뒷면이 번갈아 드러나면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하곤 한다. 모싯잎 앞자리는 동부콩이 꿰찼다. 3년 전만 해도 이 지역에선 동부콩 농사를 짓지 않았다. 동부콩 재배 지역은 그 사이 부쩍 늘었다. 알알이 맺힌 동부콩이 하얗게 익어가면 농부들의 손이 바빠진다. 수확시기는 7월부터 10월, 수입산 동부콩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잘 익은 영광 동부콩
동부콩 재배지가 넓어진 것은 ‘영광모싯잎송편’ 때문이다. 영광모싯잎송편은 지난 5월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았다. 보성녹차, 청송사과, 의성마늘처럼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104호 품목이자, 농식품부가 인증한 ‘유일한 송편’이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영광군은 많은 변화가 일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떡 소비가 나날이 줄고 있는 요즘, 영광모싯잎송편 산업은 영광 굴비와 함께 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2대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모싯잎 밭
영광모싯잎송편의 판매량은 나날이 증가세다. 신광수 대표는 “2009년 60억이었던 매출이 현재 300억 이상으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쌀 소비량도 전국 1위”다. 송편의 재료에 쌀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영광모싯잎송편은 가공식품으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독특한 식품이다. 순창 고추장이나 상주 곶감, 진도 홍주 등이 가공식품으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았으나, “영광 모싯잎 송편은 원물이 세 가지 이상 가공된 식품이라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영광모싯잎송편’은 영광 모싯잎, 영광 동부콩, 영광 쌀에 영광 천일염(부재료)으로 만들어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영광 지역의 모싯잎 송편 생산자들은 지리적 표시 인증을 추진하기 위해 수년간 똘똘 뭉쳤다. 총 128개 업체 중 78개 업체가 힘을 합쳐 지난 5월 인증을 받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영광 모싯잎송편 생산자 단체인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

첫 시작은 2009년, 난관이 많았다. 신광수 대표는 “영광에서 만든 원자재를 사용해서 만들어야 지리적 표시제 인정을 받는다. 1차 때 인가를 내려고 접수했다가 동부콩의 생산기반이 안돼있어 보류됐다”고 떠올렸다.

‘생산기반’을 갖추기 위해 각 업체에선 넝쿨방식으로 국내산 동부콩을 심었다. 그 때까지 국내에서 많이 소비되던 동부콩은 수입산이었고, 그 중에서도 미얀마 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넝쿨방식으로 수확해 2차 재도전. 생산량이 턱 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담을 타고 올라가는 동부콩을 땄는데, 다량생산이 어려우니 수요를 채우지 못하리라는 판단”이 나왔다. 생산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송편을 만들 수도,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듭된 실패에 군의 기술센터와 대학이 함께 나섰다. 전남대학교 육종개발팀에 의뢰해 “넝쿨방식에서 서서 여는 방식으로 개량”했다. 마침내 국내산 동부콩의 시대가 열렸다. 2015년 새로운 방식으로 심은 동부콩은 지난해 다량 생산 기반을 갖추게 됐다. 2017년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 “이전 얼마만큼 수확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양”에서 “수확방식을 바꾼 후 생산량이 90톤 정도” 늘었다.

이후 군이 나서 송편 생산자들과 농업인들을 연계, 동부콩 재배 농가 모집을 받는등 송편 생산에 힘을 쓰고 있다.

‘영광모싯잎송편’은 지금 이 지역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없던 농작물이 재배돼 경작지를 늘렸다. 송편 산업이 발전하며 기계 제조업이 생겨났다. 일자리가 늘고 사람이 몰리니, 영광은 어느 곳에서나 활기가 넘친다. “전국 군 단위 택배 1위 지역”(신광수 대표)으로도 올라섰다.

문정훈 교수는 “지역 농식품으로 인해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 클러스터(Cluster)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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