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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 모싯잎송편②]“개당 60g, 8~10cm” 깐깐한 규정 거쳐 “2초에 하나씩”
  • 2017.09.22.
[리얼푸드(영광)=고승희 기자] 영광 터미널에 들어서면 거리마다 ‘영광 모싯잎송편’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한 집 건너 또 한 집이다.

“영광에선 오래 전부터 집집마다 모시로 떡을 만들어 먹었어요. 이 지역에선 누구나 다 알죠.” (신광수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 대표)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
그 시절 불리던 이름은 ‘머슴송편’. “농사를 짓고 난 뒤 먹거리가 없을 때 모싯잎을 따다 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다 보니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크게 만들어” 머슴들과 나눠먹었다. 허기와 정을 채워준 음식이었다. 

모싯잎으로 송편을 만드는 지역은 많다. 그럼에도 영광이 ‘최고’가 된 이유는 모싯잎이 자라기에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갖춘 데다, 이 지역 모싯잎송편에 대한 기록이 진작에 남겨졌기 때문이다. 조선 헌종 15년(1894)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영광 지방에선 새해 농사를 식작하는 첫 날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싯잎송편은 일꾼의 나이만큼 나눠줬다고 한다. 

영광모싯잎송편
영광 사람들은 익숙하게 먹던 이 송편은 손맛 좋은 어머니들이 직접 빚어 “터미널 앞에 나가 팔기 시작하며 상품”(신광수 대표)으로 만들어졌다. 하루종일 만든 떡을 바구니에 담아 팔던 것이 송편 산업으로 성장해 기계화가 됐다.

영광모싯잎송편은 작고 동글동글한 요즘 송편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엄격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영광 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철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지리적 표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명품 품질과 명성·역사성을 갖춘 지역 특산물에만 주어지는 인증 제도다. 
‘영광모싯잎송편’ 규정의 기본은 ‘송편의 원재료’는 영광에서 생산되는 쌀, 모싯잎, 동부콩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부재료로 사용되는 소금 역시 영광에서 생산되는 ‘천일염’만 쓴다는 규정이 있다.

생산기준을 파고 들면 더 깐깐해진다. 송편의 빛깔과 식감을 만드는 주역인 모싯잎은 전 처리 과정도 까다롭다. 5~10월까지 재배한 것을 채취해 10분 정도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3~4회를 씻어 수분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동부콩 역시 100℃ 내외에서 삶아 사용한다. 동부콩은 콩과 팥의 중간 정도의 식감으로, 소를 만들 때 사용된다. 국내산 동부콩은 다른 모싯잎 송편이 많이 쓰는 미얀마산 동부콩과 달리 겉껄질이 짙은 갈색빛에 가깝다. 신 대표는 “겉피를 벗겨내지 않고 소에 넣을 경우 수입산은 밝은색이지만, 영광 모싯잎송편은 짙은 색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영광모싯잎송편 생산자 단체인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
지리적 표시제를 받은 이후 모든 영광모싯잎송편은 표준 생산기준을 따르게 돼있다. 송편을 만들 때는 “4명이 한 조가 돼서” 작업한다. 철저하게 분업이 됐다. 쌀을 들어올려 롤러에 넣는 일부터 성형기에서 빠져나온 송편의 모양을 잡는 일까지 이어진다.

잘 불린 영광산 무공해 쌀을 분쇄해 소금을 섞는 과정이 첫 번째다. 쌀을 분쇄할 때는 ‘1kg당 12g 내외’의 소금을 넣는다. 갈아진 쌀가루에 “1kg 기준 모싯잎 200g 이상 넣어” 분쇄작업을 한 뒤 물을 넣고 교반작업을 한다.

송편 한 개당 피 40g, 소 20g이 기준이 돼 총 60g 무게의 송편 한 개를 빚어야 한다. 크기로 치면 8~10cm, 일반 송편의 1.5~2배 정도다. “60g이 기준이 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그 정도 크기로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따른 방식”이라고 한다. 잘 빚어나온 송편은 고운 파스텔 빛깔을 띈다. 녹색 모싯잎의 첫 번째 변신이다.

“성형기에서 나온 송편은 2초에 하나씩 모양을 잡아요. 사람 나름인데, 잘 만드는 팀은 하루에 2만개는 거뜬하죠.” (신광수 대표, 이하 동일)

만들어진 송편은 ‘약 20분~25분간’ 찐 후 식힌다. 갓 쪄낸 영광 모싯잎 송편은 쑥처럼 진해진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거 아무 것도 안 넣고, 안 바른 거예요.” 색소나 참기름의 도움 없이도 천연의 빛깔이 나오고, 윤기가 반지르르 흐른다. 한 입 베어물면 찰기가 입 안을 꽉 채운다. 쫄깃한 식감이 이전과 달리 신선하다. “그 찰기가 다 모싯잎 섬유질 때문이에요.”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가 찌기 직전 파스텔 빛깔을 띄는 영광모싯잎송편을 들고 있다.
사실 모싯잎은 ’건강‘이 트렌드로 떠오른 요즘 ’웰빙식품‘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모시 자체의 특별한 성분” 때문이다. 신광수 대표는 “모싯앞 송편은 칼슘이 우유보다 48배나 많고, 쑥보다 섬유질이 3~4배가 많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모싯잎은 알칼리성 성분으로 철, 마그네슘, 칼슘, 칼륨이 많다. 특히 식물성 식품으론 상당한 양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 골다골증에 효과를 보이고, 루틴 성분이 많아 관절염에 좋다. 항산화 성분 덕에 항암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식이섬유는 말할 것도 없다.

모싯잎의 놀라운 힘은 떡의 유통 과정에도 관여하게 됐다. 생산자 단체에선 지난 수년동안 모싯잎의 항균 성분으로 덕분에 “24시간 실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덕분에 영광모싯잎송편은 찌기 전의 냉동상태로도 유통하지만, 찐 송편의 경우 실온으로 유통한다. 배송 이후에 냉동보관을 하도록 돼있다.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신 대표는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포장에도 차별화를 둘 계획”이라며 “캐릭터를 만들어 포장지에 부착하는 등 ‘영광모싯잎송편’은 맛도 품질도 다르다는 점을 보여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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