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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는 기본, 농사만 지어선 안돼요”…청년농부들의 삶
  • 2017.10.27.
[리얼푸드=고승희 기자]강원도 인제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오창언 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농방’(농사짓는 방송)을 만든 이른바 ‘농업 크리에이터’다.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인기가 부럽지 않다. 오씨는 유튜브를 통해 ‘버라이어티 파머’(Variety Farmer)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농사 짓는 기술과 농촌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방송의 구독자는 1만6000명을 넘어섰다. 스물셋 청년농부의 이야기에 유튜브를 즐겨 하는 또래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창언 씨의 유튜브 채널 버라이어티 팜

지금은 ‘청년농부’ 시대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6년 기준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 수는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다. 2015년 전체 귀농 인구 중 절반인 50.1%가 30대 이하의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엑스 푸드위크에 모인 경기 지역 청년농부
청년농부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듯 12회를 맞은 ‘코엑스 푸드위크 2017(제12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서도 청년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년농부들이 활약하는 ‘지 푸드 쇼(G Food Show)’는 경기도 인증 G마크를 획득한 안전한 먹거리와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인 자리다. 청년농부들의 부스답게 아기자기한 꾸밈새가 시선을 붙든다. 체험까지 겸할 수 있는 자리엔 관람객들의 발길이 절로 멈춰섰다.

청년농부들의 먹거리는 다양했다. 전통주부터 친환경 달걀, 사과, 허브, 딸기청에 이르기까지 종류별로 자리했다. 

친환경 유정란을 생산하는 풀섬농장
유정란을 생산하는 풀섬농장은 ‘살충제 달걀’ 파동에도 거뜬했던 ‘착한 양계장’이다. 풀섬농장의 강준식 씨는 국립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양계를 전공했다. 유럽 5개국에서 유기농 양계농장 연수까지 마친 뒤 3년 전 풀섬농장을 열었다. “어려서 말주변이 없다”는 아들을 곁에 두고 그의 어머니인 이선옥 씨는 “농장에선 1000마리를 키우는데 살충제 파동 이후 비싸다고 망설였던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져 유정란의 가치를 인정해준다”며 뿌듯해했다.

청년농부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공장식 사육 방식은 완전히 거부했다. 통현미, 통미, 통보리, 버섯, 약초 등 각종 성분을 섞어 만든 자연 자가사료를 먹여 키운 산란계는 숲 속의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다. 생산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풀섬농장은 고집스럽게 이 방식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의왕은 현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쯤 청정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용인시 동그라미 농장의 박아름(31) 씨는 3년 전인 2015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청년농부’가 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후계 농업 경영인이 됐다. 동그라미 농장의 주요 작물은 딸기다. 2800평의 땅에서 친환경 딸기 농사를 지으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있다. 딸기가 나오지 않는 시즌엔 당근, 대파, 애호박을 키운다. 판로도 직접 개척했다. 박아름 씨는 “경매는 하지 않고, 로컬푸드로 납품하거나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에서 모두 판매한다”고 말했다.

사실 ‘청년농부’로의 삶은 쉽지 않다. 젊은 나이에 뛰어든 농부로서의 삶과 판매자로의 삶을 겸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 박아름 씨는 “제 물건을 제대로 좋은 값에 팔고 싶은데 ‘이건 상품이 별로’라며 무조건 깎으려는 분들이 있다”며 “제 기준엔 상품이 괜찮은데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며 속상해했다.

게다가 지금은 농사 하나만으로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은 때다. 판로 확보도 어려운 데다 유통구조도 농민들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씨는 “농사를 지어 경매에 보내 제값을 받으면 농부들도 농사만 짓고 살 수 있지만 지금의 유통구조는 그렇지 않다”며 “특히 경매에 처음 나온 농부들에게는 시중가보다 한참을 적게 매기는 관행도 있다. 하한가의 기준치가 정해지지 않으니 그 값을 받고 생산을 하다 보면 농부들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들려줬다.

때문에 “농사만 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농작물을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자리에 모인 청년농부들 대다수가 그들만의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았다. 유정란을 생산하는 풀섬농장에선 “너무 싱싱한데 판매할 수 없는 금이 간 계란, 못생긴 계란으로 무방부제 비누”를 만들었다. 고랭지에서 무농약 도라지농사를 짓고 있는 참융뜰의 김준양 씨는 도라지조청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준양 씨는 “집안이 원래 기관지가 좋지 않아 약재로 다스려 먹던 것이 사업 아이템이 됐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농사도 짓고, 조청도 만든다”고 말했다. 

친환경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동그라미 농장의 박아름 씨

동그라미 농장의 박아름 씨는 올해 처음 ‘딸기청’을 만들었다. 박씨는 “일부러 수확을 빨리 끝내고 처음으로 가공을 시도해봤다”고 한다. 향후 판매를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도라지 농사를 지으며 도라지 조청을 만드는 참융뜰의 김준양 씨
청년농부들답게 상품의 포장이나 홍보도 알아서 척척이다. 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SNS를 활용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청년농부이니”(참융뜰 김준양) 당연한 일이다. 김준양 씨는 “원래 SNS를 안 했는데 먹고 살려다 보니 안 할 수가 없다”며 “주문은 인터넷이 많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고, 피드백이 올라오고, 주문이 늘어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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