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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⑦빙하(남미편)-“먹을 물이 사라진다”
  • 2017.11.13.
[리얼푸드=리마(페루)고승희 기자] 리마 시내에서 빈부 격차를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리마 산 보르하(San Borja) 지역에 거주, 가이드 일을 겸하고 있는 한인 박명국 씨는 “집 앞에 나무가 많으면 잘 사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에선 나무가 ‘부의 상징’이다.

안데스 빙하를 수자원 삼는 리마의 수도세는 상당하다.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3인 가족 기준, 월 200솔(한화 약 7만원) 정도다. 나무에 물을 주는 비용까지 지불하는 가구의 수도세는 더 오른다. 수도세 때문에 나무를 없앤 집들도 적지 않다. 
수도세가 비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선 ‘나무’가 부의 상징으로 꼽힌다
리마의 수자원인 ‘안데스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페루 농업부 차관은 “빙하가 줄어든다는 것은 리마뿐 아니라 페루 전역에서 사용가능한 물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마를 비롯한 해안가로 이어진 많은 지역에서 물 부족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곳은 “페루 전체 인구(3148만명)의 70%가 거주”(마르코 싸파타 루요 빙하수자원 연구단 디렉터)하는 주요 지역이다.

곤잘로 데하다 UN FAO 페루 본부 지역조정기술관은 “페루의 지형은 정글, 사막, 안데스로 나뉘는데 사막 남쪽 지역은 현재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점점 비가 오는 양이 줄며 물이 없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루의 수자원인 안데스 빙하 지역
페루 전역의 ‘생명수’ 역할을 하는 빙하의 면적은 지난 수십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리막(Rímac) 강 유역에서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2.35㎢로, 총 면적의 0.48%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지역으로부터 공급되는 빙하수는 미미한 수준이 됐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페루에선 겨울에 사용하는 물의 경우 댐을 가둔 강을 통해 얻지만, 여름에는 빙하수를 통해 공급받는다”며 “특히 여름철 물 공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 비해 심각하진 않더라도 겨울철에 공급되는 물 역시 빙하의 영향을 받는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리마에서 사용되는 물(겨울)의 65%는 유락마요(Yuracmayo) 댐에서 얻는다. 페루는 우기에 내리는 물의 70%가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댐을 건설해 물을 저장한다. 유락마요 댐 역시 계절성 강우와 페루의 주요 빙하 지역인 코르디예라 중앙 산맥에서 흘러내린 물로 채워진다. 또 다른 35%는 우물을 통해 얻는다.
페루의 수자원인 안데스 빙하 지역


빙하가 줄어드니 먹고 마실 물이 부족한 것은 물론 페루를 지탱하고 있는 농업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페루 북부 강의 상류에 건설된 대규모 댐들이 빗물을 저장하는데, 이 빗물은 해안 지역 농지에 대규모 관개 용수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물 순환이 바뀌자 안데스 지역까지 영향을 받았다. 그는 “9월이면 시작됐던 우기가 이제는 11월에야 시작된다”고 했다.

우기는 줄고 가뭄은 길어지면서 댐으로 유입되는 빙하수도 줄고 있다. 아울러 농부들은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지 못 하고 있다. 파종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 동안엔 작물 생장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마르코 싸파타 루요 빙하수자원연구단 디렉터는 “물 부족은 해안의 농지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 곳에선 주요 농산물이 생산되는데, 물 이용률이 1.8% 밖에 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이제는 농사를 지을 때도 적은 양의 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눈 앞에 닥쳤다.

페루 정부와 빙하수자원연구단은 그럼에도 ‘물의 남용’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1인당 요구되는 수량은 하루 150~200ℓ지만, 실제 거주지역에서는 300ℓ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저소득 지역에선 물 부족과 열악한 위생 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 절약 캠페인에 적극적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의 소중함과 물을 아끼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물의 재사용 방법도 교육도 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농업 지역에는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3억솔(한화 약 1038억원)을 투자한 시에라 아줄(Sierra Azul) 프로그램은 가난한 농촌 11개 지역을 대상으로 급수지, 마이크로 저수지, 관개 운하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농업 수출 지대인 사막 북쪽 지역에선 땅 안에 센서를 연결해 습도가 부족한 토양에만 물을 공급토록 하고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 지역 수자원은 점점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물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이번 기획보도는 지난 2월, 삼성언론재단이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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