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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드 포르노’ 질렸다면…이런 음식영화는 어떤가요
  • 2017.11.24.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클로즈업된 음식들이 나타납니다. 출연자는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곁들여 잘 차려진 음식을 먹고, 방청객들은 감탄합니다. 다른 채널에선 셰프들의 ‘요리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평범한 식재료도 셰프 손을 거치면 근사한 요리로 새 삶을 얻습니다.

온라인에선 양상이 조금 더 적나라합니다. 인터넷 방송의 먹방 BJ들의 역할이 큽니다. 이들은 피자, 치킨, 보쌈, 라면, 짬뽕.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들리지 않는 환호와 웃음을 표현합니다. 오늘날의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먹거리 풍경입니다.

이런 현상이나 방송을 두고 ‘푸드 포르노(Food Porno)’라고 합니다. 음식의 비주얼만 극도로 강조해 식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일컫는 단어로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의 책 ‘여성의 욕망’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스티븐 풀은 2012년 펴낸 책 ‘미식 쇼쇼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먹기 위해 사는 이들은 삶의 의미를 접시 위에서 찾는다.”

음식의 가치가 한없이 가벼워진 세태는 영국이든 한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거리의 진짜 가치를 이야기하는 콘텐츠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지난 21일 끝난 ‘제 3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 그런 영화들이 소개됐습니다. 푸드 포르노에 질린 사람들에게 먹거리의 본질을 안내하는 영화들입니다.

▶슬로푸드 이야기(Slow Food Story, 2013)

패스트푸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느림의 미학’을 외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 식품ㆍ유통 프랜차이즈에 의해 표준화된 맛을 거부하고 국가별, 지역별 특색을 살린 식문화를 추구합니다.

지난 1986년 이 운동을 시작한 이탈리아의 카를로 페트리니(현 국제슬로푸드협회장)의 이야기가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겼습니다. 음식과 맛을 바라보는 평범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그간 얼마나 획일적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김원일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청년들이 시작한 작은 시도가 세계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간 과정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도 이제 ‘가치를 얹은 미식의 시대’로 나아갈 절호의 시점”이라며 이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버려진 것들의 요리법(Wastecooking - Make Food, Not Waste, 2015)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오스트리아의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그로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버려진’ 콘테이너를 개조해 푸드트럭를 만들어 5주간 유럽 5개 나라를 누빕니다. 곳곳에서 ‘버려진’ 음식물을 거둬 그걸로 요리를 했습니다. 한 마디로, 쓰레기를 타고 쓰레기로 음식을 만들었던 셈이죠.

쓰레기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겐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쓰레기라고 믿었던 것들 가운데 여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은 꽤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소비’를 연료로 삼아 움직이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얼마나 음식이 낭비되는지 깨달을 수 있죠.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는 “요리사들이 단순히 요리만 하는 존재는 아님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며 “영화 속 요리사들이 지역경제에 활기를 주고, 나아가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습니다.

▶100억의 식탁(10 Billion: What’s on Your Plate?, 2015)

70억명을 넘어선 세계인구. 오는 2050년엔 100억명으로 불어날 거라고 합니다. 영화 ‘100억의 식탁’은 2050년께 인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시작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발렌틴 투른 감독은 독일의 종자ㆍ의료회사, 인도 씨앗은행, 태국 곤충농장 등을 두루 방문해 미래 인류의 생존을 결정지을 ‘종자’가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살핍니다. 또 유전자ㆍ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미국, 독일, 일본의 도시농업 사례도 조명합니다.

감독은 각국의 이런저런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 보다는 지금의 상황에서 낭비를 막고, 손실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게 절실하다”고 이야기합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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