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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내견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손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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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은 훈련사가 아니라, ‘사회’가 키웁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에 중요한 요소가 딱 2개 있는데, 거기에 훈련사는 없습니다. 훈련사는요, 양성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요.”

인생의 절반을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에 바친 신규돌(50) 훈련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는 그간 67마리의 예비 안내견 중 29마리를 안내견으로 키워내 개인 양성률만 48%에 달한다. 국내에 단 2곳뿐인 안내견 학교의 평균 양성률(33%)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그런데 그는 “훈련사는 안내견 양성에 중요하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나친 겸손의 표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의 어조가 너무 단호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신규돌 훈련사가 예비 안내견 화목이와 훈련 중인 모습. 안내견은 신 훈련사의 말처럼 ‘사랑을 먹고’ 크기 때문에 훈련사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 안내견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손

경험 많은 훈련사들은 군용견ㆍ경찰견 등 여러 사역견(使役犬) 훈련 중에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을 ‘꽃’이자 ‘끝판 왕’이 부른다. 많은 시간과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숱한 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 훈련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가지 요소에 대해 ‘유전과 퍼피워킹’을 꼽았다. 그러고선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되면 훈련사들은 쉽게 훈련할 수 있어요. 훈련사는 안내견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에 안 들어갑니다”라고 덧붙였다.


각 나라별 안내견 훈련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 바로 퍼피워킹이다. 퍼피워킹은 ‘강아지 걸음마’라는 의미로 생후 약 두 달 된 예비 안내견이 사회화를 목적으로 Puppy Walker(퍼피워커)라 불리는 자원봉사 가정에 1년간 위탁 사육되는 과정을 말한다.

신 훈련사는 퍼피워커를 비롯한 사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퍼피워커들이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 공원,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에 다니면서 사회화, 즉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퍼피워커의 헌신 없는 안내견 양성은 존재할 수 없어요. 안내견 사업은 학교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업입니다. 사회가 같이 가줘야 해요.”

퍼피워커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는 약 8~9년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돼 안내견으로서의 소임을 마친 은퇴견들을 기다렸다가 여생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신 훈련사는 “다시 만나는 그 장면은 가장 보기 좋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훈련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 “엄청난 행복감, 다시 이 길을 갈래요”

하지만, 예비 안내견이 세 번에 걸친 시험을 통과하는데 끝까지 함께하는 이들은 훈련사다. 신 훈련사는 1993년 삼성화재안내견 학교가 문을 연 첫해 입사한 이래 안내견 훈련을 위해 매일 20~25㎞를 걸었다. 훈련사 한 명당 여섯 마리의 예비 안내견을 맡기 때문에 같은 코스라도 6번을 걸어야 한다. 그는 예비 안내견 훈련을 놓고 “그냥 걷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훈련사들은 예비 안내견과 하루 훈련(40분 내외)을 마치고 난 뒤에는 관계 형성을 위해 각종 놀이도 함께한다. 정서적 교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훈련보다 오히려 훈련 외 시간이 더 중요하다. 노동 강도에 대해 묻자, 신 훈련사는 “어린이집 선생님 이상일 거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안내견 학교의 모든 직원들은 ‘시각장애인의 재활에 도움을 주겠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다”며 “첫 직장에서 25년째 일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면서 행복이 쌓이고 쌓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신 훈련사는 지금까지 예비 안내견 67마리를 훈련시켰다. 앞으로의 목표는 100마리 훈련이라고 한다. “애네들은요, 제가 주는 것보다 그 배, 몇 배 이상의 감정을 저한데 되돌려주더라고요. 엄청난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다시 사회에 이런 직업이 있으니 해볼래? 라고 누군가가 던져준다고 하면, 저는 생각 요만큼도 안 하고 그 길을 갈 것 같아요.”



#. 시각장애인 1000명과 안내견 15마리

아쉬운 점은 안내견 훈련사들이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이 가능한 학교는 단 2곳. 훈련사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 중 세계안내견협회(International Guide Dog Federation)가 정한 기준을 충족한 훈련사는 신 훈련사를 포함해 6명이다. 6명 모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소속 훈련사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설립이래 총 202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분양했다. 안내견 한 마리의 교육비는 약 1억 원. 모기업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전액으로 후원해 안내견을 양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적으로 안내견 학교는 개인 기부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정부 지원과 개인 후원으로 한 해에 약 3~4마리를 분양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두 곳의 안내견 학교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중 안내견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은 약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안내견 학교 두 곳에서 매해 분양하는 안내견 수는 15마리 내외다. 안내견 학교 수와 분양 수 등 모든 지표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안내견 훈련에 훈련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신 훈련사의 말은 이러한 현실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안내견 사업은 사회가 같이 가줘야만 하는 사업이다. 특정 기업의 사회공헌이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필수 기자/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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