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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④ ‘탐식’은 인간 본능…당뇨환자도 예외는 없다
  • 2018.02.05.
- 당뇨질환자 위한 식단 개발하는 ‘닥터키친’ 박재연 대표

창업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식품분야에서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며 제품, 생산, 유통 등에서 다양한 푸드 스타트업들이 활약 중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식품개발은 물론 기술과 결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통해 소비자들의 식문화는 물론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리얼푸드가 ‘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먹거리 혁신’에 앞장서는 국내외 푸드 스타트업을 조명합니다. 미래식품시장 무대의 주인공을 미리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당뇨병은 일상에서의 관리가 필수다. 무엇보다 ‘가려 먹는 게’ 중요하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와 기능에 문제있는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높이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먹는 일은 스트레스다. 의사가 제시하는 밋밋한 ‘당뇨식단’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즐거움은 꺾인다.

스타트업 닥터키친의 박재연 대표는 이 대목에 문제의식을 품었다. “질환자들의 식이요법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게 돼 있어요. 당뇨 환자든 신장질환자든 빈약하고 맛 없는 식단을 붙잡고 각개전투를 펼칩니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게 많죠. 얼마나 불합리한가요.” 닥터키친은 식이요법이 필요한 질환자들을 위한 식단을 개발해 제공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왜 질환자를 겨냥한 식단을 선택했나?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분야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게 창업 전 생각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거나, 있으면 좋은 정도의 서비스나 상품은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한다. 반면 삶에 필요하고 기초적인 것들이 발전하는 속도는 더디고 비합리적인 이해관계, 관행에 얽혀있다.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음식 서비스가 그렇다고 봤다.
닥터키친이 제공하는 메뉴들 탄수화물, 지방, 나트륨을 대폭 낮춰 당뇨 환자들도 먹을 수 있게 고려했다.

-현재까진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것 같다.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은 식이요법이 필요한데 맛 없는 메뉴를 지키며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이게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환자들에게 괜찮은 제안은 주지도 않고 ‘이런 것들은 드시면 안 되니까 관리 잘 하세요’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그래서 식이요법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거다. 우리는 식이요법이 실패로 이어지는 배경을 연구했다. 그리고 다양하면서도 맛있고 검증된 식단을 설계해서 손쉽게 환자들이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닥터키친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은 400가지에 달한다. 해물자장밥, 낙지우삼겹볶음을 비롯해 돈목살김치찌개, 부대전골 같은 짭짤한 국물 메뉴들도 많다. ‘당뇨 환자들이 이걸 먹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닥터키친은 칼로리, 탄수화물, 포화지방, 나트륨을 10~60% 가량 낮춰 영양 프로필을 재설계했다. 고객들이 닥터키친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반조리 형태로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많은 메뉴의 영양분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겠다.
▶회사 조직에 연구개발(R&D) 인원과 레시피 담당 인원들이 있다. 한쪽에서 음식의 영양분을 새롭게 설계하면 다른 쪽에서 그걸 실제 먹을 수 있는 요리로 매듭짓는다. 그 과정에서 외부 의학 자문단의 조언도 받는다. 영양, 의학 면에는 문외한이었던 나도 직원들과 공부를 많이 했다. (박 대표는 창업 전까지 경영컨설팅회사, 대기업 경영 파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제품이 출시하기까지 들이는 시간의 대부분은 영양분 기준을 다시 잡고 그걸 레시피로 만드는 과정에 할애한다. 원재료의 종류나 함량을 미세하게 조정해 가면서 엄청나게 품을 들인다. 재료를 바꾸면서도 맛은 기존 것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지난해 닥터키친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식단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회사가 개발한 식단 프로그램을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특정 식단을 연구주제 삼아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건 국내에서 드문 일이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살펴서 객관적인 인정을 받고 싶었다. 현재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초안을 수정하는 단계이고 최종본은 상반기 중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지금은 닥터키친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경험했다. 물론 닥터키친의 경쟁력에 대해선 끊임없이 의문부호를 붙인다. 나와 직원들은 우리 제품 자체엔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이런 식의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잠재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어떻게 하면 넓힐 수 있을지, 어떻게 지금보다 경쟁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간편한 우리의 식이요법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나는 게 목표다. 하반기 중에는 신장질환자를 겨냥한 제품들도 론칭할 계획이다. 식단은 이미 개발이 끝났고 3월부터 1단계 임상실험을 진행하며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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