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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채식생활]“해답은 자연식물식”, 채식하는 의사 이의철
  • 2018.03.26.

개인의 건강은 물론 나아가 지구환경까지 살리는 채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리얼푸드가 캠페인성 기획 시리즈인 ‘슬기로운 채식생활’을 진행 중이다. 프리미엄 내추럴푸드 기업으로 국내 채식 트렌드를 선도해 온 올가니카도 뜻을 같이했다. 채식인과 채식동호회를 비롯 채식식품을 만드는 기업과 식당, 전문가 등의 취재를 통해 올바른 채식문화를 전파하고, 채식 대중화에도 기여코자 한다. 이번에는 채식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의 이의철 사무국장을 만났다.

-환자 치료를 위해 채식 체험후 적극적으로 권장  
-설탕ㆍ기름 줄인 ‘자연식물식’ 식단으로 먹어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채식이 아니라 ‘자연식물식’ 입니다”
 
채식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이의철 사무국장(41)이 강조한 한 문장이다. 진정한 웰빙과 건강을 위해서는 단순히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 그는 ‘설탕과 기름을 줄인 자연식물식’ 식단을 강조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잘못된 채식 식단을 꼬집는 그는 채식을 시작한 동기부터 남들과 달랐다.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채식을 몸소 시작했고, 이제는 안타까움 대신 의사의 사명감으로 해답을 권고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설탕ㆍ기름을 줄이고 최대한 자연상태로 ‘자연식물식’ 을 먹는 식단이다. 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 한국사회에서 늘어난 질병의 주요 원인이 모두 하나의 식단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이의철 사무국장을 만난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는 일반 채식인에게서 듣지못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의사로서 회의감 들어…치료도구로 시작한 채식
=‘베지닥터’는 올바른 채식 식단을 통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의사들의 모임으로,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무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대전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의사로 근무 중이다. 주로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맡고 있어 직접 공장을 방문해 상담도 진행한다.
 
“열심히 약을 먹어도 근로자들의 상태는 여전히 건강하지 않았어요. 다른 병이 생기거나 약의 개수가 많아진 상황을 보며 ‘내가 할수 있는 것은 평생 약 먹이는 것밖에 없나’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그러던 중 황성수 박사의 저서를 통해 ‘현미채식’을 알게 됐죠. 우선 저부터 체험을 해보고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는 고기는 물론 생선과 계란, 우유와 같은 유제품을 먹지 않고 100% 현미밥에 채소 반찬, 그리고 간식으로 과일을 먹었다. 신기하게도 일주일만에 몸이 가뿐해지고 피로감이 사라졌다. 6주 후에는 6㎏이 빠지고, 허리사이즈는 4인치나 줄었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졌으며, 뾰루지도 사라졌다.
 
“더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어요. 이처럼 강력하고 전방위적으로 효과가 큰 치료법은 없었으니까요. 근로자들을 교육하고, 사업장 담당자를 만나 회사급식에서 식단을 추가하도록 설득했어요. 이후 근로자들의 건선과 여드름은 한달만에 사라졌고. 고혈압ㆍ당뇨 질환도 개선됐습니다.”  

이의철 사무국장은 한국사회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질병의 주원인을 잘못된 식습관이라 보고,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식물식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건이라도 ‘기름ㆍ설탕’ 을 줄여야 하는 이유=치료효과가 나타난 식단은 비건(veganㆍ완벽한 채식주의자)과 비슷해보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최근 비건 푸드가 다양해졌지만 설탕과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거나 일부 콩고기처럼 고도로 가공된 음식들도 많습니다. 분명 환경을 위하는 채식은 맞지만 의사로서 볼때 건강한 음식은 아니라는 거죠.”
 
버터나 우유, 계란이 없어도 설탕과 식물성기름이 잔뜩 들어간 현미빵은 웰빙일까. 비건 음식을 튀기고, 당분을 다량 넣는다면 건강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비건이 환경을 위해서라도 기름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다.
 
“식용유와 축산업은 같이 움직입니다. 기름를 짜고 남은 다량의 재료들이 가축의 곡물사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식용유를 많이 먹을수록 축산업 발달을 돕게 되는 셈이죠. 축산업이 만드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름 사용은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출처의 한 데이터를 보여줬다. 연도별로 한국인 1인당 식품섭취량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나타낸 자료였다.
 
“70년대 이후부터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든 대신 기름. 설탕, 동물성 식품의 섭취는 크게 증가합니다. 이와 함께 비만이나 성인병, 암 발병률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아토피 등 염증성 질환들도 새롭게 생겼습니다. 해답은 간단해요. ‘자연식물식’을 하던 시절로 식단을 되돌리면 됩니다.” 


한국인의 1일 식품섭취량 변화(FAO)

▶단백질 초과한 현대인, 인슐린도 초과 분비=단백질 섭취량도 달라졌다. 70년대에는 지금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단백질은 적게 먹었지만, 현재는 거꾸로다. 이 사무국장은 동물성 식품을 줄인다면 대신 현미밥 등 탄수화물을 늘려 칼로리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 ‘저탄수화물ㆍ고단백 식단’이 뜨는 최근 분위기와 사뭇 다른 얘기다.
 
“채식을 하면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 칼로리가 줄어드는데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힘이 빠진다는 얘기가 나올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고칼로리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나서 채식은 나와 안 맞는다고 오해하게 되죠.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살찐다는 애기도 잘못된 얘기예요. 70년대에는 탄수화물을 훨씬 많이 먹었지만 평균체중은 지금보다 적었습니다.”
 
반면 단백질은 지금보다 줄여야 할 대상이다. 단백질 섭취량은 전체 칼로리의 5%면 적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고기 등으로 1일 섭취량이 칼로리의 10%를 초과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는 식물성보다 더 위험하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인슐린은 당분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에서도 분비됩니다. 단백질을 초과해서 먹으면 인슐린 분비도 과도하게 분비돼 세포가 지방으로 전환하기 쉽습니다. 복부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특히 우유 단백질은 콩보다 인슐린을 더 많이 나오게 합니다. 또한 초과된 단백질은 대장으로 넘어가 단백질을 좋아하는 세균을 늘리게 합니다.”
 

이 사무국장의 제안으로 현미밥의 선택이 가능해진 대전의 한 사업장 식단, 수북하게 올려진 100%현미밥과 채소반찬이 담겨있다


▶ ‘자연식물식’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야=긴 설명이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한국인의 식단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해답은 ‘자연식물식’이라는 것이다. 동물성 식품뿐 아니라 설탕과 식용유, 그리고 가공된 식물성 식품을 최대한 배제하고, 현미밥과 자연상태에 가까운 채소, 해조류, 버섯을 섭취하는 식단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한가지 붙는다.
 
“현미든 백미든 어떤 음식도 제대로 안 씹으면 소화흡수가 방해돼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그러면 인슐린이 많이 나오게 되죠.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꼭꼭 씹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꼭 씹는’ 기준은 ‘볼펜 구멍’을 생각하면 된다.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직경의 넓이는 최소 1~2㎜이다. 볼펜 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씹겠다고 생각하면서 충분히 으깨주면 된다.

가공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가공한 사과보다 껍질 깐 사과, 이보다는 껍질째 먹는 사과가 건강하다. 기름이나 설탕이 필요할 때는 조미료의 수준에서 소량만 넣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기 어려운 사회”라고 했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식당 메뉴 등 여러 상황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식문화의 환경 조성은 의사로서도 해야할 일”이라는 말도 남겼다. 환자에게 아무리 권장해도 밖에서 실천하기가 어렵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바쁜 의사 일정을 쪼개어 ‘베지닥터’ 활동까지 나서는 이유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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