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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한국형 푸드플랜’을 위한 조건…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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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 먹거리 종합 전략과 지역 먹거리 계획 수립’의 근거를 담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생산ㆍ유통ㆍ소비까지 먹거리의 전 과정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먹거리 전략 수립, 이른바 ‘푸드플랜(Food Plan)’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푸드플랜의 개념은 2010년 전후 런던, 암스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뉴욕, 토론토, 밴쿠버 등 북미와 유럽의 대도시 중심에서 처음 등장했다. 생산ㆍ유통ㆍ소비부터 시민들의 건강 증진과 기아 근절, 식품안전, 공공급식 개선, 로컬푸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먹거리 현안을 정부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환경오염, 유전자변형식품(GMO) 등으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구조, 대량생산체제의 먹거리 산업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효율성·경제성만 따지다보니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식품안전사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소비자 접근이 유리한 대형마트, 기업농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고 전통시장이나 지역중소기업, 중소농은 갈수록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영양·건강 측면도 저소득층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주시, 서울시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푸드플랜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 들어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의 푸드플랜은 다른 나라와 지역의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되 우리나라가 지닌, 또한 각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과 현안과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높은 유통비용, 농촌 소득저하 및 양극화, 도농간의 교류 단절, 공공급식의 질 저하 등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먹거리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로컬푸드’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급식 공급계약을 맺고 있던 지역 학교가 로컬푸드, 즉 지역농산물로 공급계약을 전환할 경우, 대기업에 지급되던 비용이 지역농가 및 지역기업으로 환원된다. 이는 신규시장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원거리 배송에 따른 환경오염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컬푸드를 통해 지역사회와 국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먹거리 현안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처음 개설된 국내 로컬푸드 직매장은 현재 전국 200여개로 확대됐다. 그동안의 성과와 노하우를 지역 안에서 지역 밖으로 나누어야 한다. 성공적인 푸드플랜 수립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먹거리 문제, 나아가 지역주민의 건강, 복지, 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현안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

혁신, 성장, 경쟁력 등의 키워드는 빛과 함께 그림자도 남겼다. 양극화, 식품성분 위해 논란, 식량위기 등은 빛의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다. 그러나 혁신과 성장, 경쟁력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그 성과를 결코 간과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이들의 목적이 본질적 목표를 배신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혁신성과가 특정주체에 집중되고, 성장은 지속가능성보다 단기수익에 치중하며, 경쟁력은 가격 위주에 국한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혁신, 성장, 경쟁력의 ‘자기배반’이다. 먹거리는 국민 모두의 현안이다. 포용하고 상생하는, 음지를 양지로 변환시키기 위한 과감한 시도와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형 푸드플랜’ 수립에 있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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