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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딱 3% 체중감소가 주는 ‘삶의 활력’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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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한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련다. 그는 20년만에 동기들과 만남을 가졌다. “넌 하나도 안늙었구나. 진짜 그대로네.” 추억을 안주 삼아 ‘맛 좋은 시간’을 보낸 남성. ‘단톡방’에서 동기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같이 보던 사춘기 딸이 물었다. “아빠 친구라고?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늙었어. 배 나오고 머리 까지고. 이 아저씨만 젊고 멋있네.” 젊은 날, 존재감 없고 왜소했던 한 친구가 까칠한 딸에게 멋진 아저씨로 낙점됐다.

“소싯적엔 아빠가 훨씬 인기가 많았어. 너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했으면 이렇게 망가졌겠냐?” “그럼, 이 아저씨는 총각이야? 아빠보다 나이 많고 젊은 아저씨들도 많아. 아빤 살찌고 늙어 보여. 노력 좀 해.” 딸의 한마디는 날카롭고 냉정했지만 사실이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이마는 벗겨지고 배 나온 아저씨들이 벌건 얼굴을 맞대고 술에 취해 삼삼오오 웃고 있다. 

그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중년’이다. 황금빛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가 자신의 수고로움에 보람을 느끼듯, 직장과 가정에서 일궈온 자신의 삶이 제법 만족스럽다. 대한민국에서 욕 덜 먹고 한 뼘씩 성장할 줄 아는 지혜도 생겼다. 그러나 성과의 포상으로도, 학비ㆍ용돈 꼬박 대주는 가장의 능력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이 초라함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 아빠가 젤 멋있다”라는 칭찬 한번 들어보고 싶은 자신의 속내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남성은 고백했다.

세월의 노고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빠의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시간을 거슬러 청년이 될 수는 없으나 “우리 아빠 멋지지 않니”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할 수 있는 청년 같은 아빠가 될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 중년 오빠들의 영원한 지지자로서 시간, 비용, 노력 대비 가성비 뛰어난 ‘젊음 소환 3가지 팁’을 알려 주련다.

첫째, 패션의 변화. 출근길, 교복 같은 정장 대신 슬림 핏 재킷과 베이지색 팬츠에 도전해 보자. 주말, 기능 좋은 등산복 대신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공원에 나가 보자. 날씬해야만 멋진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슬림 핏’도 비키니도 터치 한번에 XXL 사이즈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옷은 추위를 막거나 작업을 위해 착용하는 기능성 장비가 아님을 기억하라.

남자들 사이 ‘외국물 먹은 놈처럼 세련된 놈’이라고 회자되는 남성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외국물을 먹지 않았다. 그저 넥타이 대신 깔끔한 재킷, 하얀 면 티셔츠, 밝은 톤의 팬츠를 즐겨 입는다. 설마 등산 조끼에 배바지 입은 친구를 보며 닮고 싶다고 뒤돌아본 적 있는가. 패션의 변화만으로 당신은 ‘관리 잘하는 중년’의 대열에 오를 수 있다.

둘째, 딱 3%의 체중 감소. 80㎏의 남성이라면 2.4㎏만 줄이면 된다. 커피에 시럽 빼고, 음주는 반만. 하루 세 번만 지하철로 움직여도 3%는 빠진다. 본질을 잊은 채, 살 빼준다는 음식을 과식하고, 간에 좋다는 영양제만 복용하는 것은 원치 않는 노년을 성큼 불러낼 수 있다. 규칙적으로 세번 먹고, 신(神)이 주신 두 개의 다리로 신나게 걸어 보고, ‘태양 조명’이 꺼진 밤에는 잠도 잘 자는 정석의 삶을 살자.

분명 허리띠 한 칸이 줄 것이다. 계단 오를때 관절이 편하고 뱃살에 튕겨 나가던 와이셔츠 단추도 제 위치를 잡을 것이다. 3%의 감량은 무시할 수 없는 삶의 활력을 준다. 명심하라. 지금 3%의 감량을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1%의 감량도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 여름휴가 계획. “여행 계획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돈 벌어야죠”라고 답하던 남성이 얼마 전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5박6일의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전 여행 가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열 가지도 넘게 핑계를 대던 남성은 귀국한 그날, 다음 여행을 예약했다. 이제는 여행 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스무 가지가 넘는 설득을 하며 “돈 벌어야겠다”라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레이싱에서 잠깐 멈춰 삶을 돌아보는 여행은 용기 있는 이들만 아는 ‘인생 꿀 비법’이다.

“부러우면 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부러워할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딸에게 낙점된, 왜소하고 보잘것없던 그 친구를 뼛속까지 부러워할 수 있을 때 용기가 움트고 도전으로 이어진다. 오빠들이여, 저절로 더해지는 또 한 살에 한숨짓지 말고, 우리 생애 남겨진 몇 살을 젊음보다 푸르른 ‘청춘빛 인생’으로 채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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