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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폐비닐수거 중단이 가져온 ‘나비효과’
  •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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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지난 4월부터 폐비닐 수거업체들은 수도권 공동주택에서 분리 배출한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폐비닐을 수거해도 갈 곳이 없고 수거비용이 더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거업체들의 선언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많은 언론은 중국의 재활용폐기물 수입중단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준비소홀 때문에 쓰레기 대란이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예전에도 폐비닐을 수입하지 않았고, 우리나라도 폐비닐을 수출한 적은 없다.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수거해서 연간 30여만톤의 RDF라는 고형연료를 만들어서 발전소 에너지로 사용해 왔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비닐은 다른 것에 비해서 질이 좋기 때문에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선언으로 가정뿐 아니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에너지로 만들도록 요구했다. 부처는 요구에 따라 제도변경과 정부예산 투자를 통해 10배가 넘는 연간 300만 톤의 SRF라는 연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만들어서 사용할 곳이 적고, 제품에 먼지도 많아서 갈 데 없는 SRF가 쌓이게 된 것이다. 


폐비닐수거 문제가 불거진 지 150여일이 지났다. 우리나라 폐기물 역사에서 중요한 잣대는 폐비닐 수거중단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연간 30여만톤 폐비닐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엄청나다.

지난 5월 10일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50% 줄이고, 70%는 재활용하겠다는 재활용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쓰레기로 발생될 제품은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차를 마시는 고객 1만2000여명 중 1만1000여명이 1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유리잔을 사용하고, ‘플라스틱컵을 사용 안하니 컵홀더와 컵뚜껑이 사라졌다’는 1석 3조 효과가 나타났다. 커피전문점들도 밖으로 가져가는 고객을 위해서 빨대 없는 컵을 제공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락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용기를 친환경소재로 바꾸겠다고 하고, 슈퍼마켓 체인점은 예전에는 무한정으로 제공했던 속비닐봉투도 물기있는 식품 구매자에게만 1장씩 제공하고, 생활재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생활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홈쇼핑에서도 불필요한 속비닐, 뽁뽁이 줄이기에 참여하고 고객들이 사용한 얼음팩도 회수해서 재활용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공공기관은 1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빗물털이 사용으로 1회용 비닐사용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쓰레기 대란은 전 국민이 폐기물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이제 국민이 하나가 되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례는 외국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국 환경단체인 가이아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효과적인 1회용품 감량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쓰레기 대란, 처음에는 위기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 폐기물 감량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동기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안겨준 교훈이기도 하다.

1998년부터 10년 동안 정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과대포장 줄이기, 1회용사용금지 등 수많은 자원순환 정책을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이 정책은 재활용 확대 인프라를 구축과 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현재 정책을 더 점검, 보완을 통해서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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