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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추석 연휴 ①] “왜 결혼 안해”하면 ‘또 물어보네’ 하고 속으로 넘기세요
  •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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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 ‘원인’
-“명절 후 근육통ㆍ몸살ㆍ소화불량 등 나타나”
-“친지 말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넘겨야”

결혼 3년차인 회사원 심모(31ㆍ여) 씨는 올해와 지난해 연휴 때마다 명절 증후군을 겪어 왔다. 지난해 추석에는 지방에 있는 시댁에 다녀온 뒤 심한 스트레스 탓에 몸살ㆍ소화불량으로 몸져눕기까지 했다. 아예 올해에는 친정어머니 환갑을 핑계로 추석 연휴 동안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심 씨는 “내년 설 연휴 때에는 시댁에 ‘올인’하기로 남편과 미리 이야기했다”고 했다.

‘더도 덜고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가족, 친척, 고향 친구 등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추석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말이다. 하지만 심 씨의 사례에서 보듯 추석 같은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명절은 집안의 며느리, 실직자, 결혼이 늦은 자녀에게 정서적ㆍ육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명절 이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사람이 명절을 전후해 받게 되는 여러 스트레스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정신적ㆍ신체적 반응을 총칭하는 말이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증후군의 원인 중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가족끼리 주고받는 스트레스다. 혹시 “왜 결혼 안 하니” 등의 말로 상처 받았다면 ‘또 물어보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속으로 넘겨 버리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배려를 통해 가족 간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

▶기혼 남성, 주로 가족 간 관계에서 스트레스=사실 명절 증후군에는 증후군이라는 거창한 명칭이 붙어 있긴 하지만, 특정한 질병의 이름은 아니다. 명절에는 원래 평소 자주 만나지 않던 사람까지 모이게 된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갈등도 따라 모이는 법이라서 명절에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집중되게 된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며칠 안되는 짧은 명절 기간 동안 집중되는 갈등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게 돼 나타나는 현상이 명절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추석 같은 명절 기간 동안 받게 되는 스트레스의 예를 들어보면 주부는 음식 준비를 비롯한 과부하된 주방 일에, 남편은 장시간의 운전과 주방 일을 하고 있는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스트레스에, 나이는 찼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녀는 “애인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하는지” 등의 질문에 시달린다. 대부분 명절에 별로 고맙지 않은 관심 탓에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

명절 증후군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므로,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여러 신체적ㆍ정신적 반응이몸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임 교수는 “명절 후 피곤함, 근육통, 몸살,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하면 허무감,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명절 증후군은 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양의 가사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주부에게 흔히 나타난다. 명절 전에는 주로 시댁에 가야 되는 것이 부담되는 젊은 주부가 ‘이번에 시댁에 가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의 걱정을 하면서 불안 증상을 호소한다. 명절이 끝난 뒤에는 주로 어머니뻘인 60대 이상 주부에게 가족이 몰려왔다 떠난 뒤 느끼는 허전함, 허무감 등과 관련된 심리적 고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기혼 남성의 명절 증후군은 오랜만에 가족이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갈등에 대한 대처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비롯된다. 가령 고부 간 갈등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다른 쪽의 비난을 받거나,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아 양쪽 모두의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될 지 몰라 고민하는 등 주로 가족 내 대인관계에서 고민이 시작돼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명절 증후군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혼 남녀, 취업 준비생, 고3 수험생 등 젊은층의 경우 “언제 결혼할 건지”, “취업은 할 수 있는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 등 친지들의 별로 고맙지 않은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명절 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출근 하루 이틀 전 귀경해 운동하면 좋아=대부분 명절 증후군은 일시적 증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임 교수는 “명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면 출근하기 바로 전날까지 고향 집에 머무르기보다 최소한 하루나 이틀 전에는 귀경해 평소 본인의 신체 리듬을 찾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명절 증후군이 장기화돼 우울증으로 진전되지 않게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명절 이후 일상의 시작을 의도적으로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맞이하려는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명절 증후군을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부부는 서로 간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짧은 기간 가사노동에 시달린 아내를 위해 남편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사일을 분담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가족ㆍ친지가 모인 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말은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서로 배려하며 대화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처럼 덕담으로 생각해 건넨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해 결국 부메랑처럼 격한 표현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명절 동안 친지들의 말로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회상하면서 불쾌한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것은 금물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사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는 그저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될 때가 많다”며 “‘다들 내게 관심을 갖고 있구나. 그런데 또 묻네. 참 눈치가 없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런 말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정신건강에도 해롭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명절이 지나간 뒤에도 2주 이상 평소와 다른 기분 상태인 우울감, 불안감과 함께 식욕이 감소하고 잠을 제대로 못자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원래 우울증이 있던 사람 외에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정 교수는 “서로의 단점과 허물을 들춰내기보다 장점과 자랑스러운 부분을 세심하게 챙겨 주는 것이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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