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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성스시, 한국에선 왜 오래된 걸 주냐고…” 이동훈 ‘마쯔가제’ 셰프
  •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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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오렌지에 푹 절인 고구마,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사랑스런 찜 요리가 소담스럽게 자리한 에피타이저에는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긴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요.” 셰프와 마주 앉은 고객들은 눈으로도 입으로도 감탄을 감추지 못 한다.

“제가 좀 소심해서요.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요.(웃음)”

일식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전 세계가 사랑하는 요리로 떠올랐다. 부담스럽지 않은 화려함과 창의적인 플레이팅은 분야를 초월한 많은 셰프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한다. 일본 게이요플라자호텔 최초의 한국인 요리사였던 이동훈 셰프가 일식에 더 깊이 빠져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요리를 갓 시작했을 때, 현장에서 보던 일식엔 한 상 가득 스끼다시(tsukidashi)가 차려져 있고, 풍성하게 회가 올라가 있었죠. 완전히 한국화된 일식이었어요. 그런데 책에서 보는 일식은 다르더라고요. 오밀조밀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실습을 나간 호텔에서 만난 일본인 셰프의 요리가 그랬다고 한다. “군 제대 후 찾아갈테니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군대에 다녀와 정말로 찾아갔어요.” 이 셰프의 요리 인생이 새롭게 열리던 때였다.

숙성스시와 가이세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동훈 셰프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의 전문 분야다. 프리미엄오크우드호텔 일식당 마쯔가제의 총주방장으로 있는 이 셰프를 만나 스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이동훈 마쯔가제 셰프는 “식재료는 하늘에서 선물받은 또 하나의 생명”이라며 식자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제공=마쯔가제]

■ 숙성스시에 대한 오해 “상한 거 아닌가요?”

“2~3년 전 숙성스시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많이 정착했죠. 그 때는 숙성을 한다 해도 제대로 하는 데가 없었어요. 생선을 포를 뜨지 않고 2~3일 정도 그대로 두는 것을 숙성이라고 했죠. 숙성에도 기술이 필요해요.”

이동훈 셰프도 처음부터 ‘숙성스시’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숙성스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권오준 셰프(타쿠미곤)는 이 셰프의 스승이자 멘토다.

두 사람의 인연이 깊다. 일본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던 때에 이 셰프는 권 셰프보다 일 년 빠른 선배였다. 이후 임페리얼 팰리스 일식당 만요,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스시만, 서래마을 숙성스시 전문점 ‘타쿠미곤’까지 함께 했다.

“권오준 셰프님을 만나 숙성스시에 대해 배웠어요. 제겐 사부님 같은 존재죠. 그 전엔 숙성스시의 깊은 뜻도 맛도 잘 몰랐어요.”

한국과 일본의 스시 취향은 너무도 다르다. 이 셰프는 “우리나라는 활어를 많이 먹는 반면 일본에서는 활어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선함’의 기준도 다르다. “우리의 경우 방금 잡아 팔딱팔딱 뛰는 활어를 신선하다고 하죠. 일본에서 돌아온 뒤 숙성스시를 내놓으면 반응은 한결같았어요. 왜 오래된 생선을 주냐, 물컹거려 못 먹겠다는 반응이었죠. ”

시행착오가 적지 않던 시절있었다. 스시만에서 숙성스시를 선보일 당시 처음 6개월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상한 걸 주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었어요. 6개월 동안 파리만 날렸죠. 숙성스시를 손님들에게 알리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이동훈 셰프 역시 일반 스시를 다루다 숙성스시에 입문할 당시 ‘의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걸 먹으면 탈이 나는 게 아닐까, 꼬질꼬질 삭히는 냄새도 나는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싶었어요. 손님에게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반응은 손님들에게서 나왔다. 숙성스시의 풍부한 감칠맛은 ‘먹는 사람’이 먼저 알아차렸다. 국내에서 숙성스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입소문’ 덕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회의 질감을 즐기지만, 사실 생선마다 고유의 맛이 있어요. 참치는 오래 숙성하면 감칠맛이 나고, 흰살생선은 산뜻한 맛이 나요. 신맛이 나는 참치의 종류도 있고요. 숙성스시는 생선 고유의 맛을 살려내는 거예요. ‘천국의 맛, 지옥의 냄새’라고 불리는 과일이죠. 두리안 같은 매력이 있어요. 한 번 맛을 보면 그 맛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거예요.”

■ “식재료는 하늘에서 선물받은 또 하나의 생명”

지난 4월 이동훈 셰프가 총주방장으로 선임된 이후 마쯔가제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 30가지에 그쳤던 스시의 종류는 무려 52가지로 늘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레시피들을 이 곳에서도 선보이는 거예요. 각각의 생선마다 숙성을 시키면 전혀 다른 맛이 나는데, 매번 비슷한 종류만 맛볼 수는 없잖아요. 그런 생각에 종류를 늘리게 됐어요.”

셰프에게 식자재 공급처는 ‘최고의 보물’이다. 이 셰프는 ‘스시만’ 시절 권오준 셰프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며 식자재를 구했다. “식자재가 일년내내 똑같고, 너무 국한돼 있다는 것이 좀 답답했어요. 시장에 가면 그 놈이 그 놈이었죠. 뭔가 이상하다, 일본과 이렇게 가까운데, 분명 뭔가가 있을텐데 왜 이렇게 안 나올까 싶었어요.” 그 시절 이 셰프는 강원도부터 제주까지 경매장을 싹 다 뒤졌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제주도에 일본에 있는 생선의 80%가 있더라고요. 몇 년 전 하이엔드 스시 붐이 일었을 때 많은 스시 집에선 일본의 보따리상에 의존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쌌죠. 그 때 저희는 제주에서 현지 식자재를 직접 받았어요. 그러면서 식자재 루트가 많이 알려지고 국내 스시도 달라지게 됐던 것 같아요.”

생선뿐 아니라 스시의 기본 식재료인 쌀도 중요하다. “초밥에선 쌀이 70%를 차지해요. 사실 생선은 누가 잡으나 기본적인 맛이 다르진 않아요. 하지만 쌀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초밥의 맛이 달라져요.”

이 셰프는 국내에서 계약재배되는 두 종류의 쌀을 섞어 샤리(しゃり)를 만든다. “스시에 쓰는 쌀은 수분이 적고 알맹이가 일정하고 향기가 있어야 해요.” 스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엔 고시히카리(koshihikari, コシヒカリ)가 ‘스시 전용쌀’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보가 많아진 지금은 셰프들마다 각각의 기준이 생겼다. 이 셰프 역시 스시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쌀을 골라 ‘비율’에 맞게 섞어 쓴다. “어느 지역의 쌀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영업비밀이거든요. (웃음)”

이 셰프의 눈이 식재료를 고를 때 더욱 까다롭고 깐깐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식의 가장 큰 매력은 ‘내추럴’이에요. 일식은 재료 본래의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죠.”


식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내다 보니 식재료를 다룰 때에도 손 끝엔 정성이 묻어난다. “일본에서 사사받은 스승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식재료는 ‘하늘에서 선물 받은 또 하나의 생명’이라고요. 그 어떤 식자재도 허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셨죠.”

이 셰프의 주방에서 때문에 버려지는 식자재가 거의 없다. 때로는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도 많아진다고 한다. 이 셰프의 요리 철학 하나 하나가 주방의 분위기를 만든다.

“일본엔 요리는 마음에 담아 정성스럽게, 맛잇게, 예쁘게 하라는 말이 있어요. 이게 바로 저의 모토예요. 정성스럽게 식재료를 다루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아름답게 선보이는거죠. 이 안에 요리에 대한 모든 과정과 철학이 들어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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