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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꿈에 그리던 포도”
  • 2018.11.01.
[리얼푸드=(상주) 고승희 기자] 경북 상주는 곶감, 쌀, 누에가 많이 나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렸다. 그 중 곶감은 상주 지역의 농업 경제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상주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상주에서 곶감 못지않은 ‘스타’가 있다. 상주 모동 지역은 전국 최고 품질의 포도 생산을 자랑하는 ‘강자’다.

검은 포도가 알알이 맺히던 모동 지역의 풍경이 몇 해 전부터 달라지고 있다. 한창 포도가 영그는 여름이 찾아 오면 싱그러운 녹색의 물결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샤인머스캣’(Shine Muscat) 품종이 전통적인 포도 농가에서도 부쩍 늘었다. 

경상북도 상주 모동에서 7000평 규모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김완진 아인포도원 대표는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품종”이라고 말했다.


모동에서 2대째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김완진 농부(42ㆍ아인포도원 대표)도 일찌감치 샤인머스캣을 시작했다. 마지막 수확을 마친 지금은 포도나무에 고마운 마음으로 ‘감사 거름’을 주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비로소 바쁜 때를 지나 여유를 찾은 지난 주말, 상주 모동에서 김완진 대표를 만났다.

■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품종”

40대 초반의 젊은 농부이지만, 농사 경력은 17년차.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포도 농사만 전문적으로 짓고 있다.

“검은 포도인 캠벨얼리 품종을 7000평 짓다가 5년 전 샤인머스캣으로 조금씩 갱신했어요. 지금은 4000평 정도 되는데, 5000평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전국적으로 김완진 대표와 같은 사례가 많다. 지난 몇 해 사이 국내 샤인머스캣 농가는 3배 이상 늘었다. ‘포도 마을’로 지정된 모동 지역에서도 샤인머스캣으로의 갱신이 활발하다.

“상주에서 샤인머스캣 보급 확대를 가장 먼저 시작해 집단화가 이뤄졌어요. 그 뒤로 김천, 영천, 영동 쪽으로 확산되며 경상북도 일대가 대표적인 샤인머스캣 농가가 됐죠.”

사실 지난 몇 해 사이 국내 포도 농가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입산 포도와 과일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러다 등장한 새로운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굵고 커다란 알이 송이마다 가득 찬 이 청포도는 ‘망고 포도’로 불리며 강남 일대의 마트와 백화점 식품 매장을 장악했다. 기존 포도보다 가격도 높다. 올해 가락동 상(上)품 경매 가격이 2만 8000원~3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5000원 이상 올랐다. 소비자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내년 봄 심을 묘목들은 이미 다 팔려나갔다. 새로운 묘목을 구하려면 1년 전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것을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호응도가 좋은 품종이 나오는 과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특히 우리 포도 역사상 이렇게 붐이 일어 농가에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품종은 없었어요.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품종이에요.”

이제야 때를 만났지만, 5년 전만 해도 샤인머스캣이라는 신품종을 농사짓는 일은 도전이었다.

“처음엔 농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견학을 가보곤 했어요. 하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10년 전쯤 청포도 계통인 청수 품종으로 800평 가량 갱신을 했다가 실패를 봤어요. 2년, 3년 수확을 했지만 캠벨보다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사실만 확인했어요.”

뼈 아픈 실패 경험에 김 대표 역시 1~2년을 고민했다고 한다. 캠벨얼리, 거봉과 같은 검은 포도가 주를 이루는 포도 시장에서 청포도는 일부 수입산이 전부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검은 포도만 먹고 있었고, 수입 청포도는 맛도 떨어지고, 수입 과정의 불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있었어요. 아직 한국은 청포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고, 변화를 일으키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죠.”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 샤인머스캣에 대한 고민은 안고 있었다. 1년, 2년을 지나며 김 대표에겐 ‘샤인머스캣’이라면 소비자에게 반응이 오리라는 확신이 찾아왔다. 샤인머스캣을 시작한 상주 모동의 농가에서 시설 지원을 해준 것이 조금 더 빠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샤인머스캣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과일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청포도 품종이다. 높은 가격에도 아삭한 식감과 당도, 망고향으로 인기가 높다.

■ 샤인머스캣, 수입 과일과 싸울 강력한 무기

사실 김완진 대표의 캠벨얼리는 가락동 일대에서도 유명했다. 이미 10년간 캠벨얼리 농사를 지으며 대한민국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포도만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었음에도 샤인머스캣 농사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샤인머스캣은 기존 품종보다 예민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고품질을 짓기에 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캣의 가장 큰 특징은 아삭한 식감과 당도, 기존의 포도보다 월등한 알의 굵기인데, 토질이나 생산방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김 대표는 “황토, 모래 등 비율이 적합한 토양에 심어야 영양 공급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는데,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는 토질이 많고 화학 비료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면 결국 맛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5년차에 접어든 지금, 김 대표는 샤인머스캣의 인기를 누구보다 실감한다. 농가 소득 역시 2~3배 수준으로 늘었다.

“3년 전에 수확할 때만 해도 샤인머스캣의 인기를 체감하진 못했어요. 대신 첫 수확 때 대구 백화점 바이어에게 전량 납품을 했는데, 캠벨얼리의 두 배를 주더라고요.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는 걸 그 때 알게 됐죠.”

샤인머스캣을 생산하며 자신감도 얻었다. “그동안 체리, 망고 같은 수입과일이 소비자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턴 느껴지더라고요. 샤인머스캣이 나오면서 마침내 국내에서도 소비자에게 내세울 물건이 생겼구나, 자신있게 수입과일과 싸울 수 있는 무기를 가졌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만큼 샤인머스캣은 최근 소비자들의 과일 트렌드에 부합할 뿐 아니라, 포도로서도 완벽한 품종이라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씨가 없고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되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높은 당도와 향이 샤인머스켓의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센터와의 회의나 토론에 참석하면, 모두들 항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포도를 생산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당도의 기준은 기존의 맛있는 포도의 기준이었을 뿐이죠. 껍질째 먹고, 씨도 없고, 식감도 좋고, 그러면서 향이 나는 포도를 생산하는 것은 별나라 가는 것과 같은 일이었어요. 정말 꿈에 그리던 포도가 나온 거예요.”

김 대표는 지금도 샤인머스캣을 기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포도로서 더이상 갖출 것이 없는 품종이에요. 농사만 잘 지어서 공급하면 다른 수입과일도 몰아낼 수 있는 최상의 무기가 바로 샤인머스캣이에요.” 게다가 상주 지역의 샤인머스캣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도 한창이다.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로 수출까지 하고 있으며 캐나다로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급량이 늘며 샤인머스캣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포도 역시 서서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마다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마음만 앞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포도마다 품질의 차이가 큰 탓에 벌써부터 소비자 반응도 제각각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품종을 무기로 가졌는데 품질이 일정치 않아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일이 생길까 제일 걱정이에요. 농가마다 규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샤인머스캣은 송이당 500~700g이 나갈 때 가장 맛있는 향과 식감이 나와요. 이 때 당도가 18~20브릭스(Brix) 정도죠. 이 규정을 지킨 샤인머스캣은 설탕 같진 않아도 자꾸만 당기는 맛과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최상품이에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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