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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농은 근본적으로 땅을 살리는 일”…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 2018.11.16.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땅은 절대로 그냥 변하지 않아요.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부채 가득한 유산을 남기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팜 원건희 고문)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의 아버지인 원건희 고문은 ‘유기농’, ‘친환경’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기농업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강원도 영월에서 36년간 농사를 짓는 동안 강산은 수차례 옷을 바꿔입었다. 농업, 어업, 식품산업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재, 그래도팜은 ‘땅을 살리는 농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는 ”유기농은 땅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그래도팜 홈페이지]


최근 열린 서울고메2018 ‘지구를 살리는 미래의 식탁’ 포럼에 참석한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는 생산자로서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래도팜이 유기농업으로 전환한 것은 1983년이었다. 원승현 대표는 “유기농업을 처음 시작했던 것은 농약을 치고 나면 어머니가 몸이 아팠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은 농작물이 뿌리내리는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종의 다양성은 물론 농부의 건강도 위협한다. 기존과 같은 농업 방식이라면 후대를 위한 건강한 땅은 물론 생물의 다양성을 남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기농법은 기존의 관행농법과 달리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등 어떠한 화학 물질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농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원 대표는 “유기농이라고 하면 약을 치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 땅을 살리는 농업”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유기물이 가장 적은 토양으로 구성돼있어요. 농경을 위한 땅으로는 굉장히 열악한 거죠.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비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화학비료를 쓰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농사를 제대로 짓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래도팜은 꾸준히 유기농업을 이어왔다. 5300㎡(1600평)의 그래도팜 농장에서 퇴비장은 170평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농장의 10분의 1을 자연 퇴비장으로 쓴다. 이곳을 생산장으로 사용한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팜은 직접 만든 자연 퇴비와 발효액비로 땅을 살리고, 작물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원 대표는 “앉은뱅이 밀과 참나무 부산물인 수피를 갈아 퇴비 원료로 쓰고 있다”며 “일 년에 120톤 정도 되는 퇴비를 농장에 그대로 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이 살아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들여 땅을 살리는 모든 일이 ‘농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요즘은 농부가 가진 고유의 역할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농사는 아무리 자연재배라 해도 인간을 위한 이기적인 활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최대한 땅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해야 해요.”

아버지의 철학을 함께 하는 아들은 ‘그래도팜’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그래도팜’이라는 재미있는 농장의 이름을 지은 것도 그 중 하나다. 수십년 간 꿋꿋하게 지켜온 아버지의 철학을 담았다.

사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일은 쉽지 않다. 생산자들의 고충이 많다. 관행 농산물에 비해 생산량도 적은데,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 농산물을 생산하던 농민들이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수익성에 대한 전망 때문이었으나,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의 53.2%는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실제로 유기농업 작물은 일반 작물의 수익성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수익성이 낮은 작물인 참깨는 관행 재배 순수익의 19.3%에 불과했다. 마늘은 30.7%, 쌀은 36.4%, 배추는 66.5%, 수익성이 가장 높은 사과도 74.8%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팜의 원승현(왼쪽), 원건희 부자 [사진=그래도팜 홈페이지]


이같은 이유로 유기농업을 하다가도 관행 농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그래도팜의 브랜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지켜야할 가치를 고수하려는 부자(父子)의 마음을 담았다.

대부분의 농가가 유기농산물의 판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그래도팜은 해마다 5600가구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정성스럽게 수확한 토마토를 주문하는 소비자들은 그래도팜이 ‘가치와 소신’을 지키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도팜이 생산하는 유기농 대추방울토마토의 브랜드는 ‘기토’다. 기토를 먹는 소비자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다. ‘기똥차게 맛있어서’, ‘맛이 기가 막혀서’ 붙여진 이름이다. 때때로 ‘기다려서 먹는 토마토’라고 부르는 소비자들도 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것은 ‘기토’의 브랜드 역시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는 의미다.

원 대표는 “지금 ‘지속가능한’이라는 단어가 농식품 업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식품 생산과 소비 방식을 머지 않은 ‘미래의 식탁’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해야 하죠. 생산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근본을 지키면서 품질을 으뜸으로 만들자는 두 가지 철학을 놓지 않는 것이에요. 그리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문화가 정립돼야 가치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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