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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⑩‘상처입은’ 과일과 채소를 보듬다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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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박준규 기자] “다음 주엔 못생긴 단감을 구출해보려고 합니다.”

전국 각지의 과일과 채소를 구출한다는 회사가 있다. 하지만 아무거나 구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손길은 태풍에 시달리다가 땅에 떨어져 작은 상처가 나거나,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열매들에 닿는다. 생김새는 그럴지언정 맛이 떨어진다거나 상하진 않았다. ‘못난이 농산물’, ‘B급 농산물’로 불리는 것들이다.

이들의 구조대를 자처하는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를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7월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 여러번 명함을 바꿨다. 여성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사)로 옮겨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맡기도 했다. 주로 농업ㆍ식품 쪽 사람들을 만나면서 ‘B급 농산물’에 눈을 떴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사무실 한 편에는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과일즙이 담은 플라스틱 상자가 가득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 = 민 대표는 기자에게 사과대추를 건넸다. 겉모습은 사과와 닮았는데 씹어보니 생대추의 맛이 났다. “경북 경산에 있는 한 농가에서 키운 것인데 기준보다 작은 소과(小果)여서 시장에 유통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민 대표가 설명했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초가을 태풍에 시달린 탓이다.

지구인컴퍼니는 이 농가로부터 ‘못난이’ 사과대추 20t을 받아다가 자체 온라인몰인 슈퍼브 스토어에서 지난달 말까지 팔았다. 지금은 못난이 사과와 배를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 식품유통의 ‘큰손’인 대형마트들은 못난이 농산물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본다. 품질이나 맛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비주얼이 떨어져서다. 이런 농산물은 식자재 유통상을 거쳐 집단 급식소나 가공공장에 팔린다. 끝끝내 남겨진 못난이 농산물은 고스란히 폐기된다.

지구인컴퍼니의 페이스북 페이지. 판매하려는 못난이 농산물과 친환경 분야를 선도하는 외국 회사들을 소개하는 게시물로 가득하다.


민금채 대표는 “주류 시장이 외면한 ‘B급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더해서 판매한다. 원물도 판매하지만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즙, 파우더, 피클, 잼 등 가공식품도 취급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말 설립된 지구인컴퍼니는 지금까지 47t 분량의 못생긴 농산물을 팔아치웠다. 회사와 농산물 거래를 하는 농가는 전국에 30여 곳쯤 된다. 이 가운데 일부를 식품공장으로 가져가 가공식품으로 탈바꿈시킨다. PB(자체 브랜드)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셰프, 요리 연구가,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는다.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려면 일단 각 품종별 특징을 파약해야 해요. 어떤 건 신맛, 어떤 건 떫은맛이 강하다는 걸 알아야 연구개발(R&D) 포인트를 잡을 수 있거든요. 각지의 농가를 다니면서 못난이 농산물 공부를 하고 이걸 데이터베이스로 쌓고 있어요.” 민 대표의 설명이다.

고객들의 인식도 나아지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서는 응원의 리뷰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건데 왜 꺼려했지?’라는 반응들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포장지도 회사가 집중하는 분야다. 생분해성 용기의 시제품을 땅에 묻고 분해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한다.

▶“작은 회사가 어려운 일 한다” = 지구인컴퍼니를 ‘못난이 농산물 파는 스타트업’으로 표현하는 건 반만 맞는 말이다. 원료는 기본이고 제조 과정, 제품 용기까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게 이 회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민 대표는 “지금은 친환경이라고 하면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나 친환경 식재료로 쓴 음식 정도를 의미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원료, 과정, 용기 등 모든 면에서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100% 친환경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민 대표와 김주영 이사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를 찾아 외국 식품업체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회사 경영에 녹여낸다.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구인컴퍼니는 당초 지난달에 양송이버섯, 양파, 옥수수로 만든 분말스프 3종을 출시하려고 했다. 생분해성 비닐에 분말스프를 담고 생분해성 종이로 된 뚜껑을 덮은 친환경 제품이었다. 하지만 출시 직전에 스프 포장지 속에 습기가 차고 종이뚜껑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는 문제가 불거졌다.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선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용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생분해 용기에 기술력을 갖춘 제조공장 찾기가 어려웠다. 20개 업체를 돌아다녔지만 ‘작은 회사가 너무 어려운 일을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민 대표가 말했다.

결국 해법은 나라 밖에서 찾았다. 수소문 끝에 사탕수수로 쓸 만한 생분해성 용기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만난 것. 분말스프 신제품은 내년 1월에 선보이기로 했다. 더불어 식물성 햄버거 패티도 내년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막바지 R&D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 대표는 식물성 패티를 두고 “쌀 추출물과 각종 식물성 재료를 조합해 고기와 꼭 닮은 맛을 내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많은 농부와 셰프, 제조공장과 협업하고 그 과정에서 성과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갖은 노하우가 쌓였다. 이걸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도 싶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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