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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묵은 쌀을 먹어도 될까?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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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한국인의 밥상에 ‘묵은 쌀’이 오르는 일은 대체로 드물다. 갓 수확한 햅쌀로 지은 따끈한 밥과 잘 익은 배추김치만 있다면 우리의 밥상은 풍요로웠다. 그만큼 ‘밥맛’과 그 맛을 결정하는 쌀의 수확시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햅쌀을 즐기는 것은 우리만의 문화는 아니다. 유럽 내에서도 쌀 소비량이 월등히 많은 이탈리아에서도 햅쌀을 주로 먹는다. 그렇다고 이탈리아에서 햅쌀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최대 쌀 생산지라 할 수 있는 토리노에선 ‘7년 묵은 쌀’을 생산한다. ‘퀘퀘한 냄새가 난다’거나 ‘신선하지 않다’는 오명을 쓰기 딱 좋은 쌀이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에서 쌀 농사를 짓는 론돌리노 가는 7년을 숙성한 쌀 ‘아퀘렐로’(Aquerello)를 생산하고 있다. 론돌리노 가문은 이 지역에서 지난 500년 동안 세대에 세대를 거쳐 쌀농사를 짓고 있다. 론돌리노 가의 쌀은 셰프들이 사랑하는 쌀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조르주 블랑과 같은 톱클래스 셰프들이 론돌리노 가의 쌀을 사용해 가장 멋지고 비싼 요리를 만들고 있다”며 “아퀘렐로라는 쌀 브랜드가 존재하는 한 이 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쌀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최근 론돌리노 가의 둘째 아들이자 아퀘렐로 쌀의 상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움베르토 론돌리노(Umberto Rondolino) 씨가 최근 ‘서울고메2018’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그를 만나 아퀘렐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1=최근 한국을 찾은 움베르토 론돌리노 씨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7년 묵은 쌀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퀘렐로 쌀의 생산, 숙성, 도정, 포장 등 전 과정의 특별함이 기존의 쌀과는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24단계 제조 공정 거친 7년 숙성 쌀, 영양가도 다 살렸다

아퀘렐로 쌀은 이탈리아에선 흔한 품종인 ‘카르나롤리(Carnaroli)’로 만든다. ‘쌀의 왕‘으로 불리는 카르나놀리는 전분 함량이 높고 찰지며 단단한 것이 특성이다.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쌀 요리인 리소토를 만들 때 많이 쓰인다.

움베르토 론돌리노 씨는 “아퀘렐로 쌀은 카르나놀리로 농사를 지어 수확한 뒤 최소 1년 반~7년을 숙성해 제품으로 만든다”며 “생산되는 쌀의 99%는 1년 6개월을 숙성하고, 나머지 1%는 7년을 숙성한다”고 말했다.

론돌리노 가문이 7년이나 숙성한 특별한 쌀을 생산하게 된 것은 이탈리아 쌀 산업에 닥친 위기 때문이었다. 대량생산된 저가의 쌀들이 수입되며 이탈리아 쌀 산업도 위협을 받게 됐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품질 연구’였다.

“이탈리아의 쌀 농업과 문화, 쌀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생산, 정제 과정,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고 특별한 방법을 구현했어요. 특히 농장에서 재배한 쌀은 정제 과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선 이 특별한 정제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아퀘렐로 쌀은 전 세계 어느 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아퀘렐로는 재배, 추수, 탈곡, 도정, 포장으로 된 5단계 제조 공정을 24단계로 세분화했다.

“카르나롤리 쌀을 생산한 뒤 19세기의 방식으로 왕겨를 살살 벗겨내요. 현대식으로 만든 특별한 기계를 통해 전통의 방식과 접목한 거죠. 왕겨에서 배아(쌀눈)를 추출한 뒤 다시 백미에 흡수하도록 섞어줍니다. 이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는 방법이에요.”

현미의 껍질에서 떨어져 나간 배아는 각종 영양소의 보고다. 몸에 좋은 건강한 지방인 올레익산, 리놀레익산, 팔미틱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 등백미에는 사라지고 없는 미네랄과 단백질이 현미에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특히 배아에는 쌀에 있는 영양소의 66%가 들어 있다. 론돌리노 가의 아퀘렐로는 이 모든 성분을 특별한 정제 과정을 통해 고스란히 살려냈다.

숙성은 도정을 하기 전에 진행된다. “도정을 하기 전에 숙성을 하는 것은 이렇게 해야 쌀이 보호되기 때문이에요. 35℃의 온도에서 보관을 하는데, 사실 이건 저희 가문만의 방식은 아니에요. 중국에서도 2000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이 과정을 통해 숙성된 쌀은 1년이 지나면 쌀 안의 녹말 성분이 95% 안정돼요. 7년이 지나도 95% 안정되고요. 사실 숙성기간에 따라 큰 차이는 없어요. 에이징이 됐기 때문에 색깔은 보다 검고 짙어져요. 함께 일하는 셰프들은 7년 숙성된 쌀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쿨하고 차별화됐다고 받아들여요.”

■ 숙성쌀로 리소토를 만들면 좋은 이유

잘 숙성한 쌀은 햅쌀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수분이 빠지고 미세한 균열이 생겨, 리소토를 만들 때 특장점을 발휘한다. 여러 소스에 쌀을 볶아 만드는 리소토에 아퀘렐로 쌀을 쓰면, 균열 사이로 리소토의 소스가 흡수돼 쌀에서 진한 풍미를 간직한다.

장준우 셰프는 “리소토를 만들 때는 쌀을 씻지 않고 오일에 볶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덜 퍼지기 때문이다”라며 “다른 쌀은 1분 정도 코팅 과정을 거치는데 반해 아퀘렐로 쌀은 30초면 끝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소토를 요리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퍼짐과 알단테의 중간 정도의 식감을 찾아내는 것인데, 아퀘렐로는 그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리소토 요리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론돌리노 씨는 “리소토를 만들 때 쌀을 덜 퍼지게 하기 위해 전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을 줄이기 위해 숙성과 도정을 하고 셰프들이 원하는 맞춤형 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리소토에 최적화된 쌀이라지만, 론돌리노 씨는 아퀘렐로가 ‘리소토’만을 위한 쌀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퀘렐로는 이탈리아의 방식으로 쌀을 새롭게 정의했고, 리소토를 만들 때 딱 맞는 쌀이기도 해요. 하지만 리소토를 위해서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요. 스페인의 빠에야는 물론 홍콩과 중국에서 혁신적 요리를 할 때에도 우리 쌀을 쓰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퀘렐로의 가치를 높이 생각하고 있어요.”

전통의 방식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귀한 쌀은 도정한 직후 진공포장된다. 캔에 가스를 주입, 미생물 활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아퀘렐로 쌀은 생산부터 포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론돌리노 가문 사람들의 고민이 담겼다. 한 톨의 쌀에는 농부의 기다림과 생산자들의 자부심이 채워졌고, 이들의 쌀은 일반적인 쌀이 담지 못한 특별한 가치가 담겼다.

“쌀을 농사를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그 이후 이어지는 특별한 과정들이 우리가 만드는 쌀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요. 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죠. 우리의 목표는 다른 데에 있지 않아요. 아이들이 먹어보고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에요. 아이들의 입맛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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