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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를 한 품종만 먹을 때 벌어지는 일…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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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사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다. 이 땅에서 자란 역사가 길다. 원예종 사과는 1890년대 미국 선교사들이 현지 개량종을 대구에 심으며 재배가 시작됐다. 기후변화로 더워진 한반도에서 과거의 ‘명성’은 사라진 ‘대구 사과’는 이때 시작됐다.

지금 이 시기 마트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사과 품종은 부사(후지)다. 부사는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에 결실을 맺는 만생종 사과다. 사과 중에서도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부사 외에도 아오리, 홍로는 물론 국광, 인도, 감홍 등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있고 지난 몇 해 사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피크닉, 황옥 등의 사과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과 시장은 부사가 ‘평정’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부사가 사과 시장을 장악해버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부사는 사과 품종 중에서도 당도가 높고, 보존성이 뛰어나다. 상품 수명이 길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며 “경제적 이유로 부사의 생산량이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30년간 국내 농업은 철저하게 ‘생산성’에 초점을 맞췄다. 대규모의 생산성과 뛰어난 보존성을 지녀 많이 팔리는 작물이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됐다. 농식품의 생산 과정에서 종과 맛의 다양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작물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사과 품종 중 유달리 부사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생물 다양성’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식물학자 잭 할란(Jack Harlan)은 “생물 다양성은 농업 생산의 근본적 토대이자 농작물이 진화할 수 있는 원재료”라고 설명했다.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 인류의 밥상엔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 우려가 있다. 다양성을 잃은 생물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실제로 지난 역사 속에서 다양성이 사라진 농작물 재배로 인해 인류엔 많은 위협이 닥쳤다.

문정훈 교수는 “1800년대 중반 발생한 아일랜드 대기근은 다양성 부족이 가져온 식량자원의 위기를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1845년 발생한 아일랜드 대기근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신대륙에서 유입된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에선 두 가지 품종의 감자를 재배하고 있었다. 그 중 85%의 재배량을 차지했던 감자는 이 무렵 유럽에 퍼진 감자 마름병에 특히나 취약했다. 단일 품종에 가까운 감자만 소비했던 아일랜드엔 재앙이 닥쳤다. 감자 마름병으로 작황은 10%대로 줄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 사망했고, 일부는 살기 위해 신대륙으로 떠났다. 아일랜드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은 다양성이 사라진 농작물의 멸종이 인류의 식탁에 미친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비슷한 위기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바나나 품종인 캐번디쉬 종에도 닥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에서 생산되는 바나나의 47%는 캐빈디시 종이나, 1960년대 이전만 해도 바나나 시장을 장악한 것은 다른 품종이었다. 그로미셸(gros michel) 바나나는 뛰어난 맛과 향으로 높은 상품성을 자랑했으나 파나마 병이 유행하며 전멸했다. 이후 1970년대부터 캐번디시 품종이 대량 재배를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진화한 곰팡이균이 캐번디시 품종을 공격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바나나협의회(IBC)는 캐번디시 품종의 멸종을 우려하고 있다. 이 품종 역시 단일품종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지속될 경우 순식간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 교수는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2.9℃ 오르면 지구 생명체의 35%는 멸종한다”며 “아일랜드 대기근과 같은 일들이 한반도와 전 세계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종의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땅에서 나는 생명체가 진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다양한 유전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획일화된 생산과 소비는 종의 다양성을 해친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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