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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식급식 선택의 권리, 우리가 요구해야”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 2019.03.25.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미국에서는 오는 9월부터 뉴욕시 모든 공립학교의 월요일 아침ㆍ점심 급식 메뉴를 채식식단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일부 학교에서 진행된 ‘고기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지 않는 일) 실천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뉴욕시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전 세계적인 채식 열풍으로 국내에서도 채식 산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유독 아이들에게만은 채식 식단이 제공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채식 식단을 공급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식 급식의 인식 확장을 위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기농문화센터에서는 팟캐스트 ‘채식을 부탁해’ 주최로 ‘채식 급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자인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상임대표이자 전남대 명예 교수는 광주광역시에서 주 1회 채식을 이끈 주인공이다. 주말 오후에도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앞에서 조길예 상임대표는 “채식선택 급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적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채식급식과 인권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서울 역삼동 유기농문화센터에서 ‘채식급식을 희망하는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중인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상임대표[사진=육성연 기자]

▶채식급식을 선택할 권리=“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조길예 대표는 “행복추구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환경보전을 위한 의무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인 채식이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채식 선택의 권리를 국가가 법으로 보장해주도록 우리가 나서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채식 식단의 선택은 아이들에게도 제공되어야 한다며 광주 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광주는 지난 2011년 각화중학교를 시작으로 몇 개의 학교에서 채식선택 급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광주 풍영초등학교에서는 1000명의 학생 가운데 무려 100명이 채식급식을 신청했다. 채식 선택의 이유로는 아토피나 비염 및 면역계 질환, 비만등의 건강상의 이유, 그리고 집중력 향상이나 편식 및 식습관 개선이었다. 이에 채식급식은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맞춤형 식단으로 구성됐다. 나물무침과 같은 전통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이용했으며, 특히 두부버거나 월남쌈, 야채 크로켓, 견과류 강정 등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과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메뉴에 신경썼다. 이와 더불어 채소 관찰 일기 쓰기, 오색채소 알아보기. 채소화분 기르기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다. 채식급식 참여를 위한 동기유발을 위해서다. 조 대표는 “전반적인 채식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 만족ㆍ만족’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82.5%, 학생은 78.4%, 교사는 90.2%로 나타났다”고 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채식 식단에 대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것이다. 

[사진=123rf]

▶채식급식 확장하려면=이러한 성과에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선행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조 대표는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하면 채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채식 급식은 교육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산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조리사 추가 고용이나 채식급식대 설치 등에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광주 풍영초등학교의 사례를 들면서 “조리사 한 명을 추가 고용했으나 담당 영양사가 많이 힘들어했다”며 “채식급식은 영양사들의 수고가 필요하고, 방대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므로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과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식급식을 원하는 부모들이 교사, 교장뿐 아니라 교육청 급식팀, 교육감에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는 시민사회와 협력해서 교육청에 제도적 도입을 요구해도 된다. 조 대표는 “풍영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채식급식이 갖는 건강상, 정서상, 학업능력 향상, 환경적, 국가경제적 이점을 교육해 더 많은 학생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우려되는 것은 과연 아이들이 이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들을까. 반발이 크지는 않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조 대표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미래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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