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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주방’으로 간 스타 셰프 이산호…“1%가 아닌 99%의 현실, 바꾸고 싶었어요”
  •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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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셰프에서 경영하는 셰프로…“변화에 대한 갈망”
- 외식업계의 매니지먼트…스타 푸드메이커가 태어나는 곳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셰프의 이름 뒤론 화려한 수사가 따라다닌다. ‘쿡방’(요리+방송) 전성시대를 이끈 ‘스타’ 셰프이자, 역대 ‘최연소’ 특급호텔(그랜드 워커힐 호텔) 헤드셰프, 국내 ‘최대’ 셰프 커뮤니티(힐링셰프)의 대표. 이산호(39) 셰프가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인 ‘위쿡’을 만든 심플프로젝트 컴퍼니(부대표 겸 인큐베이팅센터 센터장)로 자리를 옮기자 업계에선 말들이 무성했다.

“한창 잘 나갔는데 왜 거기로 간 거야?” 대다수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그 역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저도 어렵게 셰프가 됐고, 전투적으로 일해왔으니까요.” 그럼에도 발길은 새로운 길로 향했다. 이산호 셰프는 스스로 이정표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그를 움직인 것은 지난 시간과 경험이었다. 셰프 경력 19년. 긴 시간 남긴 걸음들은 이 셰프를 외식업계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공유주방’ 위쿡으로 이끌었다. 최근 서울 사직동의 위쿡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이산호 센터장을 만났다. 

’쿡방‘ 전성시대를 연 또 한 명의 주역인 이산호 셰프가 최근 국내 최초 공유주방 위쿡을 만든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 “99%가 처한 현실”…변화에 대한 갈망=깊은 고민에도 주저없이 결정을 내린 것은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2015년, 방송가엔 본격적인 ‘쿡방’ 시대가 도래했다. 이 센터장은 그 시절 케이블과 지상파를 넘나들며 ‘스타 셰프’로 불렸다.

“미디어를 통해 선택받은 소수의 셰프들은 화려하게 주목받았지만, 대다수 셰프들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어요. 사회적으로 직업이 알려지면 내부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컸어요. 바꾸고 싶었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력있는 셰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이름 난 스타 셰프였지만, 일당 셰프부터 상위 1% 셰프까지 모두 모인 ‘힐링셰프’를 이끄는 수장인 그에게 비친 것은 외식업계의 현실이었다. 그는 지금의 업계는 “너무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구 1만 명당 외식업체는 125개. 쉽게 생각하고 덤벼든 시장은 만만치가 않다. “쉴 새 없이 일하고, 휴가철이 와도 여행 한 번 못 가요. 하루라도 안 나가면 돈을 못 버니 닫을 수가 없는 거죠. 저도 그랬거든요. 자영업자는 왜 주 5일 근무를 못 할까요.”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폐업률이 높다. 외식업 폐업률은 23.8%(한국외식산업연구원, 2018년 기준). 준비 없이 뛰어든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세대는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치킨집은 굉장한 레드오션이에요. 프랜차이즈 업체에선 빅데이터를 보여주며 믿고 따라오라는데, 기술도 정보도 없이 투자했다가 문 닫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그럴 땐 비싼 수업료 내고 인생수업 했다며 받아들이세요. 정답은 치킨집이 아닌데도요.”

이 센터장은 창업을 꿈꾸고, 외식업에서 쓴맛을 본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기로 했다. 이름 없이 묵묵히 요리만 하는 셰프들의 손을 잡기로 했다. 설거지를 하며 요리를 꿈꾸던 시절,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어 그의 지금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지금도 설거지만 하고 있을지 몰라요. 지금 업계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위 1%가 아닌 99%의 셰프와 푸드메이커에게 달라진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정글 같은 주방이 아니라 요리하기 쉽고, 창업해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요. 그러려면 구조가 달라져야 해요. 구조가 달라져야 변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 발판이 이곳이었어요.”

위쿡은 인큐베이팅 센터를 비롯해 공유주방, 식품 유통, 딜리버리 키친 등 4개의 사업부문이 잘 짜여진 ‘F&B(식음료) 생태계’의 축소판이다. [사진=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 공간에서 사람으로…“스타 푸드메이커가 만들어지는 곳”=점차 늘고 있는 공유주방 중 ‘위쿡’의 차별점은 이산호 센터장이 중심이 된 ‘인큐베이팅 센터’다.

“위쿡은 외식업계의 매니지먼트예요. 가수 연습생들이 보컬 트레이닝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K-팝스타로 태어나는 것처럼, 여기에선 요리부터 판로까지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하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초짜’ 창업자부터 실패를 경험한 재도전자,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푸드 메이커를 단계별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매니지먼트한다.

위쿡엔 인큐베이팅을 비롯해 공유주방, 식품 유통, 딜리버리 키친 등 4개의 사업부문이 잘 짜여져 있다. 이 곳 자체가 바로 ‘F&B(Food and Beverageㆍ식음료) 생태계’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인큐베이팅 센터는 교육기관이자, 검증기관이며, 관리기관의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기획부터 요리, 음식 개발, 유통 방법, 홍보와 마케팅, 사후 관리에 이르는 모든 것을 관장한다. 무수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인큐베이팅 센터의 목표다. 

이산호 센터장은 “인큐베이팅 센터는 푸드메이커를 매니지먼트해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심플프로젝트컴퍼니 제공]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끝까지 완주하는 경우는 40% 정도예요.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는 거죠. 저희는 더 잘 할 수 있는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하면서도, 필터링 역할을 겸하고 있어요. 안 될 것 같을 때엔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여기까지일 것 같다고요. 상담을 하면서 검증된 인력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라는 점을 이 센터장은 강조했다.

“외식업은 외로운 사업이에요. 대부분 혼자 하다 보니 모든 걸 스스로 찾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노하우를 가진 창업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셰프 커뮤니티인 ‘힐링 셰프’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기회죠.” 위쿡의 푸드메이커에겐 탄탄하게 기반을 다진 수많은 셰프가 지원군이 되고, 실력있는 셰프들에겐 ’쿠킹클래스‘ 등을 통해 날개를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큐베이팅 센터를 구축한 뒤 이 센터장 역시 총대를 메고 F&B 시장에 나설 예정이다. 직접 해봐야 더 잘 알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 경험을 믿어요.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 할지라도 예시가 잘 마련돼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에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아요. 이 시스템을 통해 제가 직접 외식업을 경험한 뒤 상호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죠.”
  
이 센터장은 잘 다져진 발판 위에서 새로운 ‘스타 푸드메이커’가 태어나기를 꿈 꾼다. “매니지먼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잖아요. 실력있는 사람을 키워 맛집이 아닌 사람을 찾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목표는 공간 중심의 외식업을 사람 중심으로 바꿔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거예요. 새로운 스타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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