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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만이라도 유기농 드세요”…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
  • 2019.04.01.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유기농은 비싸기만 하다’, ‘채식은 고기만 피하면 된다’ 라는 인식이 이 곳에서는 과감히 깨진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기농문화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환경보호와 유기농, 국내산 자연식물식과 관련된 강연을 듣고, 바로 건강하게 차려진 제철 밥상을 먹고 나면 가벼운 기분과 달라진 생각으로 문을 나서게 된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누구보다도 ‘유기농 자연식물식 밥상’ 알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강성미 원장, 그가 청중에게 매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사진=육성연 기자]

▶몸살난 우리 땅, 빠르게 회복시킬 방법은 ‘유기농 쌀’=유기농문화센터는 가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음식을 준비하도록 이론 및 요리실습과, 생태계 개선 운동을 펼치는 교육기관이다. 강 원장은 현재 유기농음식치유전문가로서 국산 친환경 농산물의 구매 촉진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한 때는 금융사에서 일하던 회사원이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던 중 농산물 거래에 관심이 생겨 농산물 유통 사업을 진행했어요.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품으로 바꿔 대기업들이 수입산 농축액 대신 사용하도록 했죠. 하지만 이것도 국내 환경을 살릴 ‘답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깨달았어요.”

[유기농음식치유전문가인 강성미 원장은 우리 땅의 환경보존을 위해 유기농 쌀의 구입을 권한다. /사진=육성연 기자]

교육의 힘을 믿고 시작한 유기농문화센터는 지난 2017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환경보전 사업’ 및 ‘친환경 유기농농산물 소비촉진사업’으로 승인받은 비영리사단법인이다. 강 원장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공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밥 만큼은 유기농 쌀로 먹으라’, 제가 강연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입니다. 쌀은 국내 농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에요. 땅의 입장에서 보면 농약이나 살충제 사용은 ‘폭력’입니다. 이것을 멈춘 유기농 재배가 우리 땅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키는 방법이죠. ”

물론 유기농은 일반 쌀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어디서 돈을 아끼고, 어느 부분에 지출할 것인가에 대해 중심을 잡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즉 고기나 빵, 과자로 지출되던 비용을 줄이면 그 금액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계산법은 이렇다. 보통 쌀값 10㎏를 2만원으로 계산하면 일주일동안 먹는 쌀값은 대략 2500원 정도인 반면 매일 마시는 커피값에는 보통 4000~5500원이 사용된다. 일주일에 커피 한 잔만 덜 먹어도 한 달에 2만원 정도를 아낄수 있다. 2만원은 기존 10㎏ 쌀의 구입을 유기농 현미로 바꿀 수 있는 돈이다. 식비의 중점을 어느곳에 두느냐에 따라 유기농 가격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노지에서 자연재배 방식으로 토종을 키우는 분들이 있어요.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나 기계등 땅에 그 어떤 폭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귀한 농산물입니다. 건강한 땅에서 활성화된 미생물들, 자연 날씨를 이기고 살아남았기에 영양소와 맛도 훌륭해요. 전 국민의 5% 만이라도 수요가 유지된다면 노지 자연재배의 농산물은 자생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문화센터에서 강연후 청중에게 제공되는 ‘유기농 자연식물식’ 밥상/사진=육성연 기자]
[노지 재배의 유기농 현미밥/사진=육성연 기자]

▶가공 채식은 그만, ‘유기농 자연식물식’ 드세요=강 원장이 유기농 쌀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가끔씩 먹는 채식 음식이 아니라 가정에서 꾸준히 건강 밥상을 실천하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손쉽게 만들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밥상의 기본인 쌀부터 맛있고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건강한 밥상은 단순한 채식이나 비건이 아니다. ‘유기농 자연식물식’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내산으로 만든 ‘제철 유기농 자연식물식’ 밥상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식단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채식 산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염려되는 부분도 큽니다. 채식 가공품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치즈맛을 내기 위해서 더 많은 식품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죠. 식품첨가물이 다량 들어간 가공식품으로 채식을 하면 오히려 병을 얻게 될 수 있어요. 가공 채식 대신 제철에 나는 자연식물식을, 수입산 보다는 국내산 유기농의 선택을 권합니다.”

[유기농 저염된장으로 무친 해방풍나물/사진=육성연 기자]
[유기농 연근 조림/사진=육성연 기자]

실제로 우리 국민의 식품첨가물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식품과 산업’ 자료(2009)에 따르면 한국인이 1년동안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은 체중 55㎏ 성인 기준으로 24.5㎏나 된다. 지난 2018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이 61㎏(통계청)과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다. 

식품첨가물 없이 건강하게 만든 밥상의 강조는 이론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명한 24명의 교수진들이 바쁜 일정에도 이곳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중은 이론에 충실한 밥상을 직접 먹어볼 수 있다. 강연 내용을 어떻게 실천해야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이곳의 큰 장점이다. 집에 가서 이대로 따라하면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히 맛있어 실천할 의지도 생긴다. 이날은 유기농 현미밥에 간장드레싱을 뿌린 민들레 나물, 저염된장으로 무친 해방풍나물, 고소한 연근 조림과 김 등이 놓인 한 상이 차려졌다. 자연의 맛에만 이끌리도록 만든 영양 한 끼였다. 기자가 먹어본 현미밥은 물에 불리지 않았음에도 식감이 부드러웠다. 노지 재배로 키운 유기농 현미였다.

“하나씩 선택을 바꾼다면 내 몸과 가족, 우리 땅과 바다는 좋아집니다. 모두 바꿀 수 있어요.” 우리의 선택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는 강 원장, 하지만 남에게 어설프게 권하지는 말라고 한다. 왜일까. 나부터의 시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부터 음식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간단하면서도 잊기 쉬운 원리를 곱씹으며 유기농문화센터의 문을 나섰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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