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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비건은 나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비건생활연구소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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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비건 맞나요”…무엇이든 알려주는 비건생활연구소
- 성분 분석부터 창업 지원, 네트워크 구축, 비전 제시까지…
- 채식은 물론 윤리적 소비도 고민해야 진정한 비건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비건 간식으로 다크 초콜릿을 즐겨 먹어요. 그런데 가끔 우유가 들어간 경우가 있더라고요. 원재료들이 비건 성분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하루가 지나도 감감무소식. 나모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비건생활연구소의 답변을 기다리며 너무 오래 걸려 불평했는데, 답변을 받자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고 적었다. 기대 이상의 ‘자세하고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비건생활연구소. 본격적인 활동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채식인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났다. 카카오톡플러스엔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친구로 추가했다. 질문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의 ‘비건 성분’을 문의하면, 연구소의 운영진은 한 줄 한 줄 고심해 기준을 제시한다. 원재료부터 납품받은 업체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해당 기업에 문의한다. 한두 시간 안에 답변을 하기엔 빠듯한 과정이다.

“저희는 ‘느리게 가는 답변’이라고 이야기해요. (웃음) 다들 생업이 있기도 하고, 단언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아요. 질문하신 분들에겐 이 답변이 평생의 기준이 될 수 있으니 더 신중하고 철저한 정보 조사와 논의 과정을 거쳐 전달하고 있어요.”(강소양)

‘소비자 만족도’는 높다. 혼자의 힘으로는 따져보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비건생활연구소’를 통해 명쾌하게 전달된다.

때마침 맞이한 ‘비건(Veganㆍ완전한 채식)의 해’(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전망). 5명의 채식 전문가는 한국에서의 비건 기준 마련과 비건 문화를 확산시켜 보자며 힘을 모았다. 

[비건생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캘리, 장휴리, 김미화, 강소양, 김승현(왼쪽부터)]

▶ 비건 기준과 비전을 제시하는 비건생활연구소=비건생활연구소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비건 컨설팅 사업을 해온 김승현 소장을 중심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비건 페스티벌의 운영진(강소양, 캘리, 장휴리), 비건 업계 종사자(김미화) 가 뭉쳤다.

이들은 지난 몇 년 사이 달라진 전 세계 식품업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김 소장은 “지난 20년 사이 채식 바람이 불었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는데, 작년부터 기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환경, 건강,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채식’은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만이 아닌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에서도 동물의 희생과 착취를 반대하는 생활 방식(비거니즘)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비건 페스티벌을 통해 이제는 비건을 자기 생활로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평생 실천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국에도 비건 문화나 환경 등의 주제에 부합하는 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강소양)

비건생활연구소는 출발점이었다. 까다로운 비건 성분을 분석하고, 비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비건 인증, 비건 스타트업 창업 지원, 비건 교육, 비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이들이 ‘비건 불모지’에 몸을 던진 이유다.

그간 국내 채식 시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식품 기업 관계자들과 미팅을 해보면 이미 채식 식품을 개발했고, 블과 며칠 만에 생산할 노하우를 갖췄으면서도 내놓지 않더라고요. 소비가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소비자가 비건 제품을 필요로 한다는 정보가 주어지면 제품이 쏟아지게 될 거예요.” (김승현)

지금은 바로 그 시기다. 소비자는 시장을 만들었다.

“기업은 수요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이제 자본에 맞춘 상품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 제품들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식생활, 환경, 동물복지를 고민하고, 좋은 목표로서의 비거니즘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나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생태계에 좋은 방식으로요. 그러려면 실천하는 사람이 비전을 제시해야 해요. 그럼 개인도 그것에 맞춰 소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소양)

[비건생활연구소는 비건의 기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비건 사업에의 비전을 제시하며 일상 속에서 비건 문화 확산을 위해 설립됐다]

▶ “비건은 나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비건생활연구소를 향하는 ‘실시간 질문’에는 운영진조차 생각하지 못한 궁금증이 많다. 인조가죽 운동화에 동물성 제품이 들어가는지, 비건 문구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묻는 질문도 있다.

“그동안 제가 쓰는 펜이 비건인지 아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질문을 받고 인식하게 됐어요. 동물성 잉크와 동물성 접착제가 들어간 문구류가 상당히 많더라고요. 응고돼야 하는 모든 것들엔 동물성 지방 부산물인 젤라틴이 들어가거든요. 그게 훨씬 싸니까요.” (장휴리)

비건은 단지 먹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 밖으로 나온 비건들은 입고 쓰는 모든 것에서 ‘비건’으로의 삶을 지향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종이컵 하나, 볼펜 한 자루도 꼼꼼히 살핀다. 연구소의 운영진들도 “단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다고 모두 비건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비건’은 채식은 물론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담아낸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건은 식품으로 국한돼있지만, 해외에선 윤리적 시장으로 만들어져 있고, 유기농 비건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건으로의 삶은 식품 첨가물이나 GMO(유전자 조작 식품)도 섭취하지 않고, 뷸필요한 화학제품이나 플라스틱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도 포함한다.

연구소에선 비건은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따지며 지키자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내가 먹고 쓰는 것들의 종류를 적어보세요. 생각보다 비거니즘을 많이 실천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물건을 쓰고,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되돌아본다면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것이 더 쉬워져요.” (강소양)

땅의 순환을 위해 유기농 식재료를 소비하고, 플라스틱 대신 자연 분해가 되는 대체품을 쓰고,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가급적 육식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해보는 것을 통해 비거니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연구소는 이야기한다.

“비건은 나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에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면서, 나 자신은 다른 존재에게 좋지 않은 대우를 할 때가 많아요. 나와 다른 존재,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해서는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이자, 윤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이 비건이죠. 과거의 비건이 거리로 나가 시위를 했다면 요즘의 비건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사회 전체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김승현, 강소양)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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