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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는 아직 입맛이 정해지지 않았어요”…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
  • 2019.06.19.
-아이들에게 올바른 먹거리 교육을 진행하는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 
-음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맛 분별력을 가르치는 전문 푸듀케이터 양성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당근과 깻잎 등 아이들에게 인기없는 채소들이 모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즐겁게 당근을 썰면서 ‘당근깻잎 주먹밥’을 만든다. 이 곳에서 당근은 맛없는 채소가 아니라 ‘예쁜이 영양소’에 해당하는 친근한 당근이다. 두부는 ‘튼튼이 영양소’로 불린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해요”라는 일방적인 가르침 대신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만지고 맛본다. 경기도 시흥시 능곡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바른 인성 바른 먹거리 교육’ 수업의 풍경이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 이 시간은 ‘푸드포체인지’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이다. 푸드포체인지를 이끌고 있는 노민영 대표는 “어른 입맛은 바꾸기가 굉장히 힘들지만 어릴적에는 아직 입맛과 식습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아이들 먹거리 교육에 힘쓰는 이유다. 음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맛 분별력을 일찍부터 키워준다면 소비자가 된 시점에서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신념이다.
 
[사진=직접 채소를 요리하는 아이들 모습]
[사진=경기도 시흥시 능곡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바른 이성 바른 먹거리 교육’ 수업]

▶어린이 먹거리 교육은 왜 중요할까=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드포체인지’에서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직원들과 현장에서 교육을 맡는 30여 명의 푸듀케이터가 일하고 있다. 푸듀케이터란 푸드(food)와 에듀케이터(educator)를 조합한 단어로, 쉽게 말해 식생활 교육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영양교사와 달리 음식을 영양학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생산부터 유통, 지속가능성까지 음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흐름을 모두 가르친다.
 
“미래의 소비자가 될 아이에게 어떤 먹거리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음식이 정말 맛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어요.” 
  
외식업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노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직장을 그만둔 후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탈리아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설립한 ‘미식과학대학’에서 석사과정 수업을 들으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모든 수업들이 좋았어요. 음식이 환경과 경제, 사회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을 알게 되면서 음식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죠.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귀국후 2012년 푸드포체인지를 설립했습니다. ”
 
먹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그 가치를 전달할 교육전문가가 필요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교육을 담당할 강사가 없었다. 이에 노 대표는 52시간의 양성과정과 시험을 통해 자격증이 수여되는 과정을 직접 만들었다. 푸듀케이터라는 직업은 이렇게 탄생됐다.
 
[사진=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 푸듀케이터는 식생활교육전문가로,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배울수 있도록 교육하는 전문강사이다]
▶오감 통해 자연의 맛을 분별하는 미각교육
=푸드포체인지는 아이들에게 채소를 직접 맛보게 하면서 더욱 민감하게 맛을 평가하도록 돕는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자연 식재료 고유의 맛을 일깨워주는 교육이다.
 
“오감을 통한 미각교육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당근을 살펴보고 만져보며, 냄새를 맡아요. 씹는 소리를 듣고 맛을 음미하면서 당근 고유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됩니다. 민감하게 음식을 맛보다보면 더 좋은 음식의 품질을 평가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공정무역이나 채식, 가족식사의 중요성 등 주제도 다양하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 각 기관이 수업을 신청하면 일부 특정 강의를 제외하고 무료로 진행된다. 자금은 기업이나 개인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사진=푸드포체인지에서 아이들 채소수업을 위해 개발한 ‘보드게임’]
▶음식을 통해 미래 세상을 바꾼다
=물론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푸드포체인지는 교육에 필요한 교구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아이들이 채소에 친숙해지고 교육에 재미를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다. 노 대표가 보여준 보드게임은 다 큰 성인이 보기에도 흥미로웠다.  ‘블루마블 게임’처럼 주사위를 던져 칸을 이동해 채소가 나오면 먹어보고 맛을 표현해야 한다. 과제달성시마다 주어지는 카드들을 모으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먹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모릅니다. 토마토는 홈플러스에서 왔다고 대답하죠. 자연과 사람이 토마토를 정성껏 만들고, 고기는 동물의 생명을 희생해서 먹는 등 음식의 생산과정이나 그 가치에 대해 알려줘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음식의 선택이 달라지게 되죠.”
 
노 대표가 말하는 먹거리 교육의 최종 목표는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는 것이다. 조기 교육으로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올바르게 확립되면 선택이 달라지고, 그 선택의 변화로 세상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오이를 썰던 능곡초등학교의 수업에서는 그의 말대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시간이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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